최저임금 인상과 골목의 맬서스 트랩
대체 무슨 생각일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보며 현 정부의 경제 그림이 궁금해진다. 부작용이 커보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노리는걸까?
편의점 점포당 매출 증가율과 점포수 증가율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인다. 2014년 SSM 출점 제한 조치로 점포당 매출이 폭등하기 시작하자 곧바로 출점도 뛰기 시작한다. 익숙한 모습이다. 인구 증가와 인구당 식량 증가율의 역관계를 역설한 '맬서스 트랩'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2017년 중순부터 편의점 매출 증가율이 반전하기 시작하면서 점포수 증가도 더뎌지기 시작했다. 그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출점이 줄기 시작했고, 점포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
현 상황에서 점포수가 더욱 급격히 줄기 시작하면서 점포당 매출액이 급격하게 늘 것이란 예상할 수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맬서스 트랩: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로 늘기 때문에 인류는 인구 증가와 감소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목사의 이론
이렇게 몇 년이 지나 편의점이 정리되면 다시 매출이 증가한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된다. 자영업계에 태어날 예비 '신생아'는 줄을 서있는 것. 다시 점포수는 늘기 시작하고 점포당 매출은 줄어들고 폐점이 잇따른다. 골목의 맬서스 트랩이다.
그렇다면 일각의 주장처럼 과포화 상태인 편의점의 추가 출점을 규제로 틀어막으면? 드디어 편의점 업계는 끔찍한 맬서스 트랩에서 벗어난다. '인위적 구조조정'에 가까워 보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아마도 이어질 추가 출점 제한 조치가 이 상황을 조성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 편의점은 전혀 '특별한' 사업이 아니다. 신체능력에 큰 문제가 없고 대략 7000만 원가량의 자본이 있는, '평범한' 은퇴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편의점이 출점 제한 조치로 틀어막히며 이들은 백반집을 차리고, 치킨을 튀긴다.
결국 편의점 업계는 맬서스 트랩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도 스케일을 전체 자영업 업계로 넓히면 다시 점포당 수익률을 '최저점'까지 추락한다.
그럼 편의점처럼 백반집도 출점 제한을 두고, 핫도그 집도 출점 제한을 할수있을까? 물론 불가능하다. 자영업계 전체를 맬서스 트랩에서 구해낼 방법은 개별 업종의 물리적 거리 제한이나 업종별 출점 제한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최저점' 자체을 높여서 자영업계로 진출하려는 이를 틀어막고 임금 노동자로 돌리는 '벽'이 필요하다. 인위적으로 높인 최저임금이 댐의 역할을 한다. 개별 업종-점포별로 이익을 보장해주던 공정위의 규제 조치를 전 산업으로 확대한 게 인위적 최저임금 인상이다.
아마 이 시점이 되면 '카드 수수료 인하+임대료 규제+본사 로열티 제한(혹은 출점 제한)+최저임금 인상'이 패키지로 구현되어 있을 것이다. 이 상태를 정리하면 각 플레이어들은 이전에 비해
본사·카드사↓↓ 건물주↓ 점주↑ 알바↑↑
상태가 되어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시장에선 정부가 공언한 기업의 소득분배율은 낮추고, 노동자(실질적으로 노동자에 가까운 점주 포함)의 몫은 늘어난 셈이다.
그럼 이쯤에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그 은퇴자들은 어쩌냐?"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내각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있다.
맬서스 트랩을 제기한 맬서스가 제시한 해법은 무지막지한 '인구 제한'이다. 목사인 그는 놀랍게도 빈민구제를 멈춰서 인구수를 제한하자 했는데, 이 주장이 고상하게 정착한 게 20세기 제3세계의 산아제한이다.
하지만 실제로 맬서스 트랩을 깬 건 바로 기술혁신과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이었다. 18~19세기 벌어진 비약적인 기술발전은 산아제한 없이 인류를 맬서스 트랩에서 건져 올렸다.
이 부분이 김 부총리가 상징하는 '혁신경제'이며, '모순' 같아 보이는 장하성 실장과 그가 한 정부 안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는 이유다. 소득주도 성장의 궁극적인 해법은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다.
자, 최저점을 다락같이 높이면 당장은 실업자가 늘지만, 인건비 압박이 세지면 기업가들은 기술개발 유인이 강해진다. 쉽게 말해 사람 값이 비싸지니 예전처럼 인력을 마구 낭비할 수 없으며, 자본이든 기술이든 집약시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이는 '우연히' 인구가 적고 운 좋게도 자원이 많았던 영국이 인건비가 높아 방직기 개발에 몰두했고, 인건비가 저렴했던 인도가 기술개발에 소홀했던 사례에서 드러난 인건비와 기술발전의 관계다.
고로 혁신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은 한 몸이며,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단순히 '알바', '편의점' 혹은 '소득주도 성장'의 규모로 봐선 안 되는 이유다.
아마 현 정부의 밑그림은 소득주도 성장+혁신경제까지 이어지는 빅픽쳐가 자리를 잡아 소비 여력 증가와 기술발전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정책들이 착착 들어맞아 성공을 거두기도 쉽지 않다. '큰 그림'을 그려낸 문재인 정부는 이 큰 그림을 설명하고 설득해내고 실현까지 해야한다. 결국 현 정부의 정치력에 결국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