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현지 친구가 부담스러웠던 이유

미안 내 성격 문제야..

by 라나

유학생활중 사건사고를 겪으며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들과 더욱 끈끈해졌지만, 유학 초기 시절 나는 꽤나 현지 친구들이 부담스러웠다. 20살의 나는 대학교에 정식 입학하기 전 3~4달을 어학당에 다니며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어학당에 다니면서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언니, 중국인 친구와 친해져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까지는 현지인과 직접 친해질 일이 없었다. 그러던 9월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우리 학교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대학교의 중앙아시아 분교이자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학교이다. 영국 대학 커리큘럼을 따라갔기 때문에 1학년은 foundation이라고 하는 학부 준비과정을 거친다.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공통 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이루어진 수업을 듣는다. 이러한 1학년 과정은 CIFS라고 불리고 반이 35개 정도로 나눠졌었는데 이때 나는 약 20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상 이때 만난 친구들과 4년 내내 절친으로 지낸다.


하지만 나의 1학년 시절을 되돌아보면 난 참 현지 친구들이 부담스러웠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내가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친구들이 먼저 다가왔고 딱히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친구관계가 형성되었다. 우즈벡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나는 외국인이었고 엄청나게 튀었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가지는 관심 하나하나가 너무나 부담스러웠고 나를 배려해 주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지금이었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수업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도망가고 수업과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도 1~2시간의 텀만 있으면 굳이 굳이 집을 가서 점심을 먹고 왔다. 아직 영어도 잘 못하고 러시아어도 잘 못하는데 친구들과 잘 소통도 안되고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관심 가져주는 친구들을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더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친구들의 그런 관심이 ‘나’에 대한 관심이 아닌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서 자꾸만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대학교 1학년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와주는 친구들, 이 얼마나 좋은가,,,! 그때 골든타임을 놓치고 1학년때 외면하는 게 익숙해진 나는 2~3학년도 아싸처럼 지냈는데 그때의 내가 지금처럼 사교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를 아직도 하곤 한다.


그러나 너무나 고맙게도 그렇게 철벽을 치는 나에게 벽을 뚫고 들어와 준 친구가 몇 있다. 내 주변 유학생들은 현지인 친구도 많고 한인 친구도 많았으나.. 유난히 소심했던 나는 1학년 시기에 제일 친한 친구 자몰라와 자밀라를 얻게 된다. 둘은 우즈벡인으로 굉장히 밝고 쾌활하고 적극적인 친구다. 그렇게 겉도는 나한테 계속 말을 걸어주고 우리 집에 찾아와 주고 나중에는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우리 집에 와서 나를 깨우고 청소도 해주고 아침밥도 해줬었다. 자신들의 친구와도 소개해주며 내 바운더리를 넓혀줬고 사람에 대한 포용력을 길러줬다. 아직도 이 친구들과는 영어로 소통하는 게 편한데 나를 위해 러시아어로 천천히 대화도 연습해 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우리 집에도 초대해서 자주 자고 가고 친구들의 집에 초대되어 가족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추억할만한 기억이 많다.


특히 가장 친한 친구인 자몰라의 온 가족은 나를 가족처럼 대해주셔서 자몰라 엄마를 ‘우즈벡 엄마’라고 부를 정도였다. 타지에서 이렇게 의지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지금도 그들과 종종 연락하며 지내면서 내가 한국말로 소통할 때만큼 유려하게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더듬더듬 러시아어로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줬던 마음이 통했던 그 순간이 계속 기억이 난다. 이 둘을 시작으로 집주인과 소통할 때 언제든지 도와줬던 1학년 반장, 멘토로 만나 항상 도움을 받았던 선배들, 우즈벡에서 우슈를 함께했던 친구들, 코리안 클럽을 함께 운영한 고려인 친구들과 4학년 때 항상 함께했던 친구 무리 등등!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그들이 있어서 내 유학생활이 외롭지 않았다. 함께 신입생 환영회를 즐기고 시험기간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고 맛있는 식당, 카페를 찾아다니며 맛난 음식을 함께 먹곤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좀 더 즐기지 못했던 것이 아쉬워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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