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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by Jacquesenid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종종’은 ‘시간적‧공간적 간격이 얼마쯤씩 있게’라는 뜻이다. 가끔 생각 나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자주’는 ‘같은 일을 잇따라 잦게’라는 뜻이다. 친하거나 호감이 있는 사람이면 ‘자주’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종종’이라는 말을 붙인다. 별 생각이 없거나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인사치레로 쉽게 건넬 수 있는 단어가 ‘종종’인 셈이다. 종종 봐요, 라는 말이 언제 밥 한번 먹어요, 라는 말과 동격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종종’은 그래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넌 내게 그리 중요한 사람이 아냐. 딱히 네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주’라는 말을 건네는 사람에게 상대방이 ‘종종’이라 답한다면, 그건 사실상 완곡한 거리두기라 봐도 될 것.


누군가에게 ‘종종’은 자신의 일상과 공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관계의 고단함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은 어렵다. 업무의 일환이라면 인터뷰하듯 대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서는 쉽지 않다. ‘종종’이 ‘자주’로 바뀌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쌓여야 하는데, 문제는 각자의 속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누군가의 시간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기어가고, 다른 누군가의 시간은 시계토끼가 뛰듯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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