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사무실에는 잠깐 볕을 쬘 수 있는 '미니 정원' 같은 공간이 있다. 위층에 사는 주인이 기르는 꽃이나 식물들이 자라는 곳이다. 출근하면 나는 환기를 시키려고 이 공간과 통하는 문을 열어놓는다. 언젠가부터 풀들 사이로 고개를 삐쭉 내민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표정 변화 없이 넌지시 나를 쳐다보는 녀석이 귀엽게 느껴져 나는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생활을 즐기다' '기분대로 살아가다'라는 뜻. 하얗고 노란 털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비브르 사 비는 도도한 눈빛, 우아한 몸짓을 지녔다. 길거리 생활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기품이 넘친다. 내가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하면 금세 달아나 버리는 통해 물 한 모금 주는 것도 쉽지 않지만 몇 번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 제대로 꽂혔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혼자 있는 집에서 비브르 사 비를 떠올렸다. 너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왔을까. 주변 사람들은 너한테 친절하게 대해줄까.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항상 몸에 '고양이 먹이'를 챙기고 다녔던 한 친구가 떠올랐다. 비브르 사 비, 그 친구는 지금 행복할까. 넌 알고 있니. 몇 번 마주쳐 익숙할 법도 하지만 아직은 내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발을 내딛는 시늉만 해도 금세 멀어지는 비브르 사 비. 하지만 아주 멀리 달아나진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나를 계속 지켜본다. 언제나 그랬듯 표정 변화 없이 넌지시. 비브르 사 비. 비브르 사 비. 비브르 사 비. 내가 지은 이름이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속삭인다. 다음 번에는 그 친구처럼 네게 줄 먹이를 챙겨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