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좋아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꺼먼 하늘도, 별이 총총 보석처럼 박힌 밤하늘도 좋았다. 평생 별이 잘 보이는 자연 속에서 살다 죽겠다고, 그렇게 사는 게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연에 파묻혀 살고 싶었지만, 그렇게 살려면 모아놓은 돈이 있어야 한다. 평생 굶어 죽지 않을 만큼 모아놨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될 만한 돈벌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다음 날 출근 생각이 아른거린다. 그러니까 나는 시끌벅적한 대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아주 간신히 버티며 살아가는 흔하디흔한 인간 중 하나일 뿐이다.
특별한 사람이 되길 꿈꿨고,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와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붙들고 간신히 자리를 차지한 사람 중 하나, 서울의 그 많은 사무실 중 한 곳에서 재미없는 글자와 이미지를 다루는 일을 하는 많은 사람 중 하나, 퇴근길이면 온몸에 힘이 다 빠져서 땅으로 꺼질 듯한 발걸음으로 집에 가는 사람 중 하나가 됐다.
겁이 많은 나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을 동경했다. 내가 가보지 못한 해외여행을 가본 사람, 내가 해보지 못한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 내가 배우지 못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생각만 했던 카페 창업을 실행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그렇다고 나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는 않았다. 나는 언제나 안전하다고 믿는 나의 원 안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누가 부추기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북극의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상하고 싶‘었’다. 기타를 연주해 주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커피 공부를 더 해서 언젠가 직장을 관두고 카페를 창업하고 싶‘었’다. 과거형이었던 문장에 ‘었’을 빼 현재형으로 만드는 일은 참 어렵다.
물론 현재까지 달려온 나는 수고가 많았다. 그토록 많은 고민을 짊어지느라, 불행을 잊기 위해 애쓰느라 내 마음을 너무 쉽게 내버려 두었다. 외면당한 마음이 내동댕이쳐져 방 한구석에 방치돼 있는데도, 먼지가 쌓여가는데도 부러 외면했다. 다치고 소외된 마음은 갈수록 겁만 늘었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 북극의 오로라와 기타 연주, 커피를 버리지 못한다. 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할 수 없더라도 그걸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서다. 그것마저 없으면 내 일상은 완전히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니까.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알맞은 삶의 방법을 찾는다. 누군가는 행동하면서 해법을 찾고, 누군가는 책을 보며 가능성을 탐색한다. 나는 골몰하고 기억하면서 잊지 않는 일을 택했다.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직 내 밤하늘에는 별이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다고, 설령 별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광활한 밤하늘 어딘가에서 머물며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흔들리거나 주저앉지 않도록 내 두 다리와 허리, 어깨와 머리를 꼭 붙잡고 버텨주는 존재들이 거기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