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

by 제주많은수영

신선놀음

나는 캠핑을 좋아해.

어쩌면 그건 모기향때문일지도 몰라.


캠핑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뽑자면,

그날은 약속도없이 퇴근길에 바다에서 캠핑하자고 급 하게 번개로 집앞 바다로 간날이였다.

즉석이라 준비한것이 없어 차 불빛에 의존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라이트를 켰다.

라이트를 킨뒤 시작된 우리의 소꿉장난.


바다를 앞에두고 파도를 보며 고기한점

노을진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한모금

밤하늘의 별을모며 블루투스에 나오는 노래에 술술 나오는 진심어린 대화

타닥타닥 타는 모기향냄새 그 연기에서 나는 여름냄새

그 풍경과 냄새들에 무장해제되어버리는 마음


밤은 무르익고 우린 완전 술에 취해버린 밤이었다.

집으로 가려는데 거짓말처럼 라이트가 꺼 지며 차가 방전되었다.

오래된 차 그것도 수동으로 다 만져줘야하는 이 차를 두고 다시 모여앉아 급하게 서비스센터 에 연락을 했다. 바닷가근처라 기사님이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사이에 우리는 걱정을 하기보단,

“아 너무웃겨 뭐 이런일이 다있다냐. 아 맞다. 술이 얼마나 남았더라.” 하면서,

미지근한 맥주를 꺼내들어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20분쯤 지났을까.

기사님이 웃는얼굴로


"아이고, 이밤에 여기서캠핑을하고있었구만! 아주 신선놀음을 하네 신선놀음!"

재치있는 아저씨의 말에 다같이 “네?! 신선이요?!” 하면서 빵터졌다. 그러다 한명이,

"그래 신선놀음이 별거냐. 우리가 신선이다 신선!" 했던 그 순간이 엄청 좋았다.

그날의 짭쪼롬한 바다냄새와 어쩐지 쌀쌀 해 비비적거리던 날씨도 좋았다.


아저씨의 말을 듣고난후, 자꾸만 곱씹게 되었다.

캠핑장도 아닌 그냥 바다가 보이는곳에 대충 모아둔 재료들로 놀고있는게 그렇게 좋아보였을까? 그러다 문득, 육지에 있는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속 삐까뻔쩍한 모습들보다 어쩌면 내가 지금 더 행복해보일수도 있 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좋아하는 뷰가 잘보이는 곳에 핀 테이블과, 그 아래서 뜨겁게 타오르던 모기향냄새와 내가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나.

생각보다 나쁘지않군.


지금까지 캠핑을 하며 많은 생각을 해왔다. 인생과 인간관계들 내가 잘하고있는건가, 어딘가 도태되고 있지는 않은건가 등등 답이없는 문제들을 애써 정리해왔었다. 그래서 캠핑을 맘편히 즐긴날이 많지 않았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안고, 술에 떡이되어 자는 밤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저씨의 말을 들은 그날밤부터, 나는 신선놀음을 하는 삶이 어쩐지 멋있어보였다.


아 나 이렇게 살고 싶었구나 했다. 왜 편하게 살려고만 하면 안되는걸까? 왜 삶은 늘 치열해야하고 늘 쟁취해야하고 뭔가를 이뤄내야만 그것이 삶이라고 말하는걸까? 난 그렇게 잡히지않는 무언가를 평생 쫓으며, 비교하며, 가슴졸이며 살고싶지 않았다.


이젠 그런문제로 고민하지 않기로했다.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까마득히 먼 미래는 걱정하지 말고 지금의 경치와 냄새 온도를 느끼며 살기로했다. 그냥 내스타일대로 가고싶은곳으로 구름 을 탄듯 둥둥 날아가보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폭풍같이 몰아치며 퍼져나가는 파도를,

어떤사람은 목적지에 편하게 도착할수있 는 차를탈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어디에도 다다를수있는 구름을 탄 신선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가끔은 높은 산을 만나 산중턱 어딘가에 내려 따뜻한 햇살에 낮잠도 한번자주고,

가끔은 끝이보이지 않는 바다의 끝이 궁금해 보이지않는 저 먼곳까지 놀러가고도 싶다.

당연하 게도 뭘 타야좋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타고싶은걸 정하는건 내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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