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은 음식이 인간의 성격과 영혼, 육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본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빨간 책자가 눈에 띄었다. 한 달에 두 번, 일 년에 스물네 번을 타는 비행기에
이제는 설렘보다는 피곤함이 더 커진 날들이었다. 이번에도 그냥 후딱 잠들어서 피로나 풀자 라는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창가자리 비행기날개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이 들어왔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노래를 들으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좌석 앞자리에 꽂힌 빨간 책자를 발견했다. 후루룩 책자를 넘기다가 저 문구를 발견했다.
음식이 성격과 영혼, 육체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말.
나는 제주도에 혼자 살고 있어 음식을 거르거나 시켜 먹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그냥 배를 채우는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게 되었다. 먹고 나면 어쩐지 더부룩한 배와 급하게 먹어 그런지 속이 미식거리기도 했다.
본가에 가서 다시 제주도로 올 때면 엄마는 혼자 밖에 사는 다 커버린 내가 아직도 신경 쓰이는지 가끔 양손에 반찬거리를 가득 채워 돌려보냈다.
"뭐 이런 걸 자꾸 해. 날도 더운데"
괜히 툴툴거리며 집을 나섰다.
평소에 막 메고 바닥에 훅훅 던져버린 가방도 엄마의 반찬이 담긴 날이면, 금은보화가 든 가방처럼 꼭 끌어안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지루하기만 한 비행시간도 반찬통을 갖고 오는 날은 스펙터클한 시간이 된다.
가는 길에 상할까 봐 혹은 반찬이 샐까 아니면 그 반찬국물이 쏟아져서 누구 머리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근데 너무 웃길 것 같아. 라는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리고 제주도의 나의 작은 원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하는 일이있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엄마의 반찬을 꺼내본다. 어디샌건 없는지 살펴 본 후에 따닥따닥 반찬뚜껑을 열어본다.
꼭 종일 굶은 사람처럼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하나 집어먹고는 했다.
그 반찬들을 가만히 먹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딘가 포근해지고 따뜻해지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마음에 샘솟기 시작한다. 사랑 받고 있음이 온전히 느껴진다.
그 빨간책자에 나온 문구는 틀렸다.
그 음식에 담긴 사랑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