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그림자는 어두운 면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그림자란 사전적 의미로 물체가 빛을 가려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을 뜻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해가 져가며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는 시간을 뜻한다.
이때는 그림자를 보고 개인지 늑대인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몰라 혼란스러운 때를 말한다.
또 그림자는 야속하게 얼굴에도 진다.
"왜 이렇게 낯빛이 안 좋아?"
"왜 이렇게 얼굴이 그늘졌어." 라며 인사치레에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 그림자의 용도는 좋지 않은 상황에 많이 쓰인다.
오늘은 회사에서 평소보다 피곤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끊이지 않는 문의와 본사에서 주는 업무들에 치여 밥도 겨우 먹을 정도로 바쁜 날이었다. 이렇게 바쁜 날엔 느긋한 식사보다는 간단하게 요구르트로 때우는 날이 더 많았다. 이렇게 대충 먹는 날엔 와 내가 이렇게 까지 일을 해야 하나. 각박하다 각박해. 하며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디어 다가온 퇴근시간에 이미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대충 가방을 챙기고 회사를 나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나무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며 걷고 있었다.
터덜터덜 거리며 걷고 있다가 문득 아래를 보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내 그림자가 갑자기 눈에 띄었다.
하루종일 일에 치여 축 쳐져있는 내 그림자가 어쩐지 작아 보이는 날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림자가 생긴 다는 건 빛을 마주해야지만 생길 수 있는 거구나.
빛과 어둠이 같이 있어야지만 나올 수 있는 거구나.
우리는 때때로 빛이 앞에 있다는 사실은 망각해 버리고,
지금까지 어두운 면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아닐까?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할 때면, 이따금 종종 고통이 수반되는 날도 있다. 그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내가 힘들고 어둠이 생긴 다는 건, 그만큼 빛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루종일 힘들기만 하다고 찡찡거렸던 내가 떠올랐다. 사실은 익숙지 않고 버거워 힘들었던 거고 그만큼 나는 또 성장하는 건데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건 반드시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니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하루종일 지쳐있던 맘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갑자기 끓어올랐다.
그리고 나와 약속했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이건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날은 그림자가 조용히 나를 위로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