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은 모르는 거라고 했던가. 살다보니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 정상을 7주간 지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작은 기획사에서 방탄소년단이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이름으로 데뷔한 한 보이그룹이, 전 세계 대중음악차트를 호령하는 BTS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 모두에게 유쾌하고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 시간이 좀 더 지속될 지, 아닐 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어쨌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잠시나마 BTS로 대표되는 시대로 기록될 것이고, 일반적인 영미권 팝스타의 시대와는 달리 쓰여질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들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이 시대의 아티스트는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이 한 줄을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하고 막히며 더는 글을 읽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매우 오래된, 아주 지루하고 소모적인 논쟁의 단골 주제이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예술적으로 보이는 이 시대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세상은 어쩌면 기대와는 달리 좀 더 획일적으로 변했고, 예술가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전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로 불리는 BTS를 뜯어보면, 우선 태생적으로 연예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보이그룹이다. 멤버들의 특출난 재능으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지만, 결국 그들은 기획사에서 준비한, K-POP이란 단어가 무색할 미국인 작곡가 그룹이 만든 곡으로 활동을 한다. 그룹의 테마, 뮤직비디오, 의상 등 모든 것이 통제된 상태인 그들을 과연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예술가로 보이진 않는다. 적어도 구시대적인 기준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BTS는 단편적인 예시일 뿐, 세계적 유행의 정점에 있는 어떤 곳을 봐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자유롭고 똑똑하며, 개성적인 사람들로 비춰지지만,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해지고, 전략적으로 프로그램화 되어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콘플레이크처럼 양산되는 허울뿐인 아티스트와 '대세'라는 말로 포장된 획일적인 마케팅에 취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세대이기도 하다. SNS와 유튜브는 유행에 편승한 일방적인 정보의 무비판적인 수용을 가속화시키고 2차적 사고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만 같다.
그럼 필자가 생각하는 그 잘난 '아티스트'는 무엇일까
아티스트. 즉 예술가란 자유롭게 본인의 예술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본인의 뚜렷한 신념을 특정 매개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게 상업적인지 비상업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직업적 예술가라면 상업성을 고려하여 어느정도 타협점을 찾을 순 있겠지만, 스스로의 본질을 잃지 않은 작품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BTS를 포함한 모든 대중가수들이 필자만의 '진짜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당할 일은 없으며, 이 시대의 모든 예술가들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앞으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놓고 가서는 안될 소중한 것들을 두고 가진 않았는지, 한번쯤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