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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원 May 13. 2020

Definitely Maybe

Oasis




Definitely Maybe - Oasis (1994)


노래에 관해서는 첫번째로 쓰고 싶었던 가장 소중한 앨범. 수록된 모든 노래는 내 청춘의 시간들 곳곳에 스며들었고, 아마도 확실히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꿔주었다. 내 인생 가장 가치있는 예술작품.




1. Rock 'N' Roll Star

 

처음 이 앨범을 재생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첫번째 트랙 Rock 'N' Roll Star의 나른한 기타 인트로는 마치 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내리쬐는 햇볕같았고,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따뜻한 노이즈는 세상을 파스텔색으로 채워주었다.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드럼비트와 함께 빨라지는 기타리프는 꼭 오픈카를 타고 한여름의 도심을 질주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고, 순식간에 여러 장면들이 차밖 풍경처럼 지나가며 여름의 한복판으로 날 데려갔다. 듣자마자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인생의 아주 자그마한 탈출구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수려한 멜로디에 더해 도시를 떠나 낮에는 햇볕을 쬐고, 밤에는 빛나는 별을 보며 살고 싶다는 낭만적인 가사를 가진 곡은 작곡가 자신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다. 앨범을 정의하는 첫번째 트랙이자 내 본격적인 음악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노래.


In my mind my dreams are real

내 마음속 꿈은 진짜인데
Now we're concerned about the way I feel

넌 지금 내 감정을 걱정하고 있어

Tonight I'm a rock 'n' roll star

오늘밤 난 로큰롤 스타야

                                                                                                                                                           

2. Shakermaker


첫 곡 로큰롤 스타는 it's just rock'n'roll 을 반복하다 모든 악기를 두드려 패면서 Fade out되고 어느순간 뚝 끊겨 버린 후에 갑자기 낯선 음계가 들리기 시작한다. 템포는 느려지고 굉장히 불안하고 수상쩍은 기운이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며 뒤틀리기 시작한다. 처음 앨범을 듣고 꽤 오랫동안 첫번째 트랙 이후 순간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번째 트랙을 스킵했다. 첫인상뿐 아니라 꽤 오랫동안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날 곡 전체를 제대로 감상하고 난 뒤에 이 곡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어느순간 취해버렸다.


또한 나중에 표절곡이란 걸 알았지만, 이 곡과 본 바탕이 된 원곡을 비교해 들어본 뒤에 노엘의 편곡 능력에 경탄을 했던 곡이다. 블루스의 기본 진행인 7코드를 세번 잇달아 연결시키는데 카피를 해본적은 없지만 아마 E7 A7 B7 진행이지 않을까. 불안정한 음들이 반복적으로 흔들리고 여기저기 섞이며 마약에 취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와중에 문제의 영국 코카콜라 CM송이 등장한다. 부분표절 아니고 그냥 노래 전체를 가져다 쓴 다음 후렴구만 새로 붙여놓은 뻔뻔함이란.. 가사는 아무런 뜻도 없고 노래 제목은 노엘 갤러거가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 이름이라고 한다. 마리화나를 해본 적은 없지만 이 곡은 분명 마약적인 무언가가 있다. 길을 걸으며 곡에 취해서 비틀거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3. Live Forever


단순히 멜로디가 좋아서 무심결에 흥얼거리기 시작하던 이 노래의 가사를 찾아보고 다시 들었을 때의 기분을 설명할 수 있을까. 노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내 영혼속에 달라붙어 있던 삶에 대한 비관들을 씻어내 주었고, 인생에 대한 낙관을 가르쳐주었다.


단순하지만 가슴 뛰는 드럼 인트로, 유려한 보컬 멜로디와 간결하지만 호소력 있는 기타솔로, 웅장한 아웃트로까지, 작곡, 편곡도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듣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힘을 가진 진실된 가사는 이 노래에 영원성을 부여한다. 


십대 후반은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특별한 시기다. 지적능력과 감수성은 최고조에 있지만, 어른도, 아이도 아닌 상태에서 무엇이든 꿈꾸고, 보다 많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때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난 꼭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해가는 작은 배와 같았다. 뜻하지 않은 사고에 절망했고, 불안과 우울은 날이 갈수록 번져 정신과 신체를 갉아먹었다. 내게 미래는 없는 것 같았다. 어떠한 감동도, 감정도 느낄 수 없어서 음악을 듣고 걷기만 하던 나날이 이어지던 중에 만난 노래는 나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 후 힘든 시간들은 몇번이고 왔고 그 때마다 Live Forever는 매번 새롭게 나를 구해주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Maybe I don't really wanna know

아마도 난 알고 싶지 않았을꺼야
How your garden grows

너의 정원이 얼마나 자랐는지
'Cause I just wanna fly

난 그냥 날고 싶을 뿐이니까

Lately, did you ever feel the pain

최근에 고통을 느껴 본적 있니
In the morning rain

As it soaks you to the bone

너의 뼛속까지 적시는 새벽비를 맞으면서 말야


Maybe I just wanna fly

아마 난 그냥 날고 싶은거야
Wanna live, I don't wanna die

살고 싶어, 죽고싶지 않아
Maybe I just wanna breathe

아마도 난 단지 숨쉬고 숨어
Maybe I just don't believe

어쩌면 단지 믿지 않았는지도 몰라
Maybe you're the same as me

너도 나와 같다고 생각해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우리는 그들이 절대 못보는 것을 본다고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너와 난 영원히 살게 될거야


I said maybe I don't really wanna know

아마도 난 알고 싶지 않았을꺼야
How your garden grows

너의 정원이 얼마나 자랐는지
'Cause I just wanna fly

난 그냥 날고 싶을 뿐이니까
Lately, did you ever feel the pain

최근에 고통을 느껴본적 있니
In the morning rain
As it soaks you to the bone?

너의 뼛속까지 적시는 새벽비를 맞으면서 말야


Maybe I will never be

어쩌면 난 내가 원히는
All the things that I wanna be

그 어떤 것도 되지 못할지도 몰라
Now is not the time to cry

지금은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Now's the time to find out why

바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때지

I think you're the same as me

너도 나와 같다고 생각해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우린 그들이 절대 못보는 것을 본다고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너와 나는 영원히 살게 될거야


Gonna live forever

영원히 살게 될거야



4. Up In The Sky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형제는 아일랜드 이주민들의 공동주택단지 빈민촌 출신이었다. 아버지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심한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사람이었고, 아버지를 피해 도망간 집에서 어머니의 희생으로 자랐다. 불우한 가정환경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단순 일용직을 전전하며 실업수당을 타서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당시 영국 보수당 정권 시절 많은 노동자들의 좌절을 경험한다. 이 노래는 빈곤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수당 정부를 비꼬는 노래라고 한다.


어린시절 내 아버지는 돈을 전혀 벌지 않으셨다. 내가 유치원 들어갈 나이부터 24살 까지, 특별한 이유가 없기에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인거 같다. 우리 집은 방 두칸짜리 임대아파트였고, 돈을 쓰기 위해선 내가 벌어야만 했었다. 또한 내 십대후반은 보수정권 집권시기였고, 세상은 이리도 살기 힘든데 대체 무엇을 보수적으로 막겠다는 건지에 의구심을 품으며 정치인들에 다소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본주의 맨 밑바닥에 있었던 당시 내 심정과 노엘이 이 곡을 쓴 심정은 비슷할거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보수나 진보나 둘다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보면 사실 구별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가난에 대한 원망은 많이 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여기까지 온것만으로도 감사하다.



5. Columbia


이 세상의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불안한 소음이 점점 다가온다. 삶의 경고신호 같기도 한 그 소리가 점점 커지는 중에 날뛰는 듯한 드럼소리가 쫓아오며 심장박동을 더 빨라지게 하고 모든 걸 씻어내는 듯한 기타 스트록은 해방감을 맛보게 해준다. 혼란속에서 소리치는 건지 중얼거리는 건지 모를 음성이 들리고 불안은 고조되다 한순간에 터져나간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어딘지 먼 곳을 향해 출발할 때 이 곡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버스는 높은 언덕을 끝까지 올라가고, 다시 내려왔는데 노래를 들으며 버스 창밖을 보고 있으니까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노래는 불안과 혼돈을 깨고 어디론가 달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기타는 같은 패턴으로 끊임없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혼란속을 헤쳐 나가고, 곡의 마지막에 이르러 출구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보이는 것 같다. 막연한 불안이 밀려올 때 꺼내 들으면 딱 좋은 노다.


한 때 자전적인 요소를 넣은 백수일기같은 영화를 만드는 상상을 했었다. 내 십대시절처럼 주인공은 산발의 숱많은 짙은 검정머리를 가진 젊은 남성이고, 여기저기 떨어지고 때가 낀 흰색 반팔 티셔츠와 츄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한바퀴씩 돌면서 낮에는 햇볕을 쬐고, 밤에는 별을 보며 사는 백수다. 근처에 사는 예쁜 여자애를 좋아하는데, 그녀가 아침에 문밖을 나올 때마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주인공은 외면당하곤 한다. 평소에는 집에서 통기타를 치기도 하고 노트에 뭔가 끄적거리기도 하고, 동네 클럽 밴드 오디션을 통과해 공연을 하기도 하면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들을 다소 흐릿한 색감을 이용해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인데, 일인칭 영화인데도 말수를 아끼면서 무덤덤히 내용을 이어가는 것이 포인트. 영화 말미에 굉장히 중대한 결정사항에 고뇌하면서 혼란을 맞는데 엔딩에 맞춰 이 노래를 트는 상상을 많이 했었다.


All this confusion nothing's the same to me

이 모든 혼돈은 나에게도 마찬가지야

I can't tell you the way I feel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말할 수 없어
Because the way I feel is oh so new to me

왜냐면 이건 나한테도 정말 새로운 느낌이거든



6. Supersonic


Oasis의 첫번째 싱글 발표곡이다. Rock 'N' Roll Star, Live Forever 와 같이 난 Supersonic을 앨범에서 가장 핵심적인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그 세 곡은 들을수록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Supersonic은 내가 앨범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많은 들은 노래였고, 무엇보다 내가 기타를 사도록 만든 곡. 이 노래는 탄생 비화가 있는데, 다음 트랙인 Bring It On Down을 녹음하기 위해 갔던 녹음실에서 드러머의 실력 미달로 녹음을 완성할 수 없었고 멤버들은 그 망할? 중국요리 하나를 시켜먹으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 때 노엘 갤러거는 드러머가 연주할만한 곡을 즉석에서 하나 만들게 되는데 그 노래가 Supersonic이다. 멜로디는 30분 정도만에 거의 다 만들었고, 새벽 3시쯤 술에 취해 대충 휘갈겨 쓴 가사를 더해 하룻밤만에 만들어 녹음까지 완성했다고 한다. 사실 앨범 전반에 걸쳐 드럼소리가 조금 부족한 감이 있어 드러머 토니 맥캐롤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적도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안 후 그에게 고마워했다. 녹음에서 자주 제외되어 모든 곡을 녹음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곡에서 그는 최고의 드러머다. 그는 1집 이후 2집 녹음에 들어가며 실력부족으로 쫓겨난다.


이 곡도 표절 의혹을 받는데 비틀스의 George Harrison이 만든 My Sweet Lord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거 같다. 원곡도 사실 무의식적 표절이라고 하는 이상한 판결을 받은 곡인데 자세히 들어보면 기본적인 코드진행의 느낌을 가져왔고, My Sweet Lord에서 인트로 기타 솔로로 나오는 것을 supersosnic에선 후반부 기타 솔로로 바꿔서 늘여놓은 것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을 의식적으로 표절했다고 생각하진 않고, 그 곡에 영향을 받은 새로운 곡으로 생각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지만 여기 담긴 모든 요소들을 전부 좋아한다. 살짝 느린 템포에서 정말 단순한 연주를 하는 토니의 드럼과 자신만만한 노엘의 기타리프, 그리고 머리속에서 계속 멤도는 중독적인 기타 솔로까지, 듣고 있으면 뭔가 곡 자체가 살아서 넘실데는 것 같다. Oasis 멤버들의 젊음과 패기의 순간이 담겨져 있달까. 아무 의미도 없다고 작곡가 본인이 말하지만, 가사도 너무 좋았고, 특히 후반부에 끊기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기타솔로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아니 한 몇달간? 이 노래만 줄창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기타 톤은 내 평생의 워너비가 되었고, 깁슨 레스폴 기타와 마샬앰프에서 나오는 톤을 쫓기 시작했다. 이 곡이 없없다면 그리 짧은 시간에 기타를 사고, 진로를 바꿀 수 없었을 꺼다. 소중한 곡이다.


I need to be myself

난 나 자신이 되어야 해

I can't be no one else

난 누구도 될 수 없어



7. Bring It On Down


그냥 펑크록이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드럼과 달리는 기타, 잔인한 가사, 그리고 반항심 가득한 리암의 목소리는 펑크록 그 자체다. 노엘과 리암 형제는 록 음악적으로 타고난 천재였지만 늘 비속어와 잔인한 농담을 달고 살았으며 언제나 자신감에 차있었는데, 이 곡에 그런 공격성이 잘 들어있는 것 같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언젠가 고속버스를 타고 긴 터널을 통과할 때 창 밖으로 보였던 일그러진 불빛들이 생각이 났는데 가사에 Ghost Train 이란 단어가 나오는 건 우연일까. 가끔 살다보면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허공에 대고 특정없는 욕을 뱉고는 한다. 난 그럴 때 듣는다.


Punk Rock은 로큰롤의 근원적인 것이다. 반항심과 자신만만함. 단순한 곡 구성을 보면 엘비스의 Hound Dog을 펑크록의 시초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90년대는 너바나를 선두로 펑크록 리바이벌 붐이 일어났고 난 그 시절의 음악들을 가장 좋아한다. 이 곡은 Definitely Maybe에 공격성과 영원한 젊음을 불어넣는 곡이다.


I'll be scraping your life from the sole of my shoe tonight

난 오늘밤 니 삶을 내 신발 밑바닥으로 짓밟아버릴거야



8. Cigarettes & Alcohol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담배냄새가 났다. 레코드를 틀자마자 나오는 짙은 노이즈는 담배연기를 소리로 만든 것 같았다. 그리고 문제의 그 기타리프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곡은 대표적인 표절곡이다.

T-REX의 1971년 히트곡 'Bang A Gong(Get It On)' 에 쓰인 기타 부기우기를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티렉스의 곡은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오른 유명한 곡이었기 때문에 대표적인 표절곡이 됐다.


Definitely Maybe 앨범은 공식적인 표절곡이 두 곡이나 있는데 이 앨범을 사람들은 명반이라고 하고, 밴드는 그 곡들을 자랑스러워 하며, 라이브에서 계속 불러왔다. 그 점을 오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앨범의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를 보면 모든 곡을 쓴 노엘이 이런말을 한다. "지금 시점에서 티렉스의 곡을 그대로 갖다 쓴 걸 보면 너무 막장이긴 하지. 그런데 그 때 우리는 보드워크의 20명 앞에서 공연하기 위해 곡을 가지고 있었어"


Definitely Maybe는 Oasis의 데뷔앨범이다. 이 앨범이 위대한 이유 중 한가지는 상업적 성공을 한 앨범 중에서 음악적 순수함을 잃지 않은 몇 안되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노엘 갤러거는 레코드 계약이나 대중을 의식하고 곡을 쓰지 않았고,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곡을 써보곤 했다고 한다.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 그리고 영국의 펑크 밴드들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레 그 영향을 받은 곡들이 나왔다. 동생 리암이 밴드를 결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러갔다가 자신의 곡들을 연주해보고 팀의 기타리스트를 하게 되었고, 2년간 무명생활로 동네 클럽에서만 공연하다가 우연히 공연 기회를 얻은 글래스고의 한 클럽에서 소규모 레이블 사장에게 눈에 띄어 음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또한 이 크리에이션 레코드의 사장 앨런 맥기 역시 진정 가치있는 음악을 알아봤고, 무명밴드의 앨범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 최종 녹음본을 두번이나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녹음하는 결단을 내주었다. 그렇게 수많은 우연과 만남의 작은 기적속에서 천재의 곡들은 온전한 형태로 세상에 나와 빛나게 되었다.


표절곡이든 어쨌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특히 그 당시 실업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의 마음을 술과 담배, 마약을 외치며 나타내준다. 이십대 중반, 내 모든 걸 바쳐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내 선택이었지만 많은 걸 포기하고 독서실에서 취업 준비를 할 때 노랫말 하나가 머리에 맴돌았다. 


Is it worth the aggravation

To find yourself a job when there's nothing worth working for?

가치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심각해질 필요가 있을까?

It's a crazy situation

미친 상황이야

But all I need are cigarettes and alcohol

내게 필요한 건 술과 담배밖에 없어.


그리고 노래는 외친다.


you gotta make it happen

넌 해내고 말거야



9. Digsy's Diner


노엘이 딕시란 친구에게 저녁먹으러 오란 소리를 듣고 그 내용을 그냥 가사로 붙인 노래다. 아무 의미도 없는 가사 때문에 리암이 부르기 싫어한다고 하지만 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항상 즐겁다. 즐거운 시절이 생각나고 노래를 꺼내 들으면 또 웃게 된다. 비틀스가 생각나는 정겨운 기타인트로와 재밌는 피아노 솔로도 들어있고.


What a life it would be

에구 어떻게 하냐

If you would come to mine for tea

차 마시러 우리집에 온다면
I'll pick you up at half past three

내가 세시반에 로 데리러 갈게
We'll have lasagna

우린 라자냐를 먹을거야

I'll treat you like a Queen

여왕님처럼 대해주지
I'll give you strawberries and cream

딸기랑 크림도 줄거야
Then your friends will all go green

그럼 니 친구들은 모두 널 질투하겠지
For my lasagna

내 라자냐때문에.

These could be the best days of our lives

우리 생에 최고의 나날들이 될거야
But I don't think we've been living very wise

그렇지만 우리가 현명게 살아온 것 같진 않아



10. Slide Away


앨범에 들어있는 유일한 사랑 노래다. 묵직하게 시작해 제목처럼 미끄러지는 듯한 유려한 멜로디에 몸을 맡기다 보면, 후반부에 몰아치는 기타와 애절한 가사를 만나는 앨범 후반부에 어울리는 넘버다. 당시 떠난 여자친구에 대한 노래라고 하며, The Smiths 의 조니 마한테 기타를 한대 빌렸는데, 기타를 보자마자 노래 전체가 떠올랐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고 특히 깊은 기타소리를 좋아했다. 깁슨 레스폴은 언제나 내 위시리스트 일순위였고, 지금도 그렇다.


Slide away, and give it all you've got

사라져 가네. 니가 가진 모든 것들 줘버리고

My today, fell in from the top

난 오늘 정상에서 추락하고 있어
I dream of you and all the things you say

너를 꿈꾸고, 니가 했던 모든 말을 꿈꿔.
I wonder where you are now?

넌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take me there

날 그곳에 데려다 줘



11. Married With Children


Slide Away의 애절함이 끝나면 앨범은 작별인사를 한다. 권태기에 온 듯한 연인의 내용을 그리는 가사인데 나른하고 건조한 기타소리와 한층 차분해진 리암의 어린 목소리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Oasis 노래를 처음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할 때 가장 먼저 완주한 곡이라 나에게는 참 각별하다. 아마 기타를 연주하면서 부른 노래중에선 가장 많이 부른 노래지 싶은데 아마 곡중에 코드가 쉽고, 음정도 내 목소리에 잘 맞고 또 부를수록 편안하고 나른한 곡 특유의 분위기에 이끌려서 그런 것 같다.


Your music's shite it keeps me up all night, up all night

네 음악이 시끄러워서 밤새 잠을 잘수가 없어


노엘이 자취방에서 매일 기타로 곡을 만들던 시절에 옆집 사는 사람이 층간소음을 호소하면서 노엘에게 한 말이라고.(가진 곡들에 대한 비난도 같이 했다고 한다.) 그걸 그대로 가사로 옮겨 적었다.


There's no need for you to say you're sorry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어

Goodbye I'm going home

안녕 난 집으로 갈꺼야
I don't care no more so don't you worry

더 이상 신경쓰지 않으니까 걱정하지마
Goodbye I'm going home

안녕 난 집으로 갈꺼야




Oasis는 1집으로 큰 인기를 얻고 1995년 대망의 2집 (What's The Story)Morning Glory?를 발표해 영국 음악의 왕좌에 앉게 된다. 보통 밴드의 최고작을 논할 때 두번째 앨범이 많이 거론되지만, 데뷔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젊음과 공격성, 로큰롤에 대한 향수, 무엇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이 앨범을 특별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특별함은 내 인생을 바꿔주었다.


2009년에 내한공연을 온다는 걸 알면서도 돈도 없고, 서울까지 거리도 너무 멀다는 핑계로 가지 못했는데 그 해에 밴드가 해체하여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아버렸다. 그리고 그 한을 2018년과 2019년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내한 공연장에 가서 목이 쉬도록 따라부르며 풀었다. 특히 2019년 노엘 내한공연 콘서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라고 했을 정도로 감정이 격했는데, 한국 팬들을 위해서 좀처럼 부르지 않던 Live Forever를 기타로 연주해줄 때와 Whatever, Half The World Away, Don't look Back in Anger를 따라부르던 순간의 감동은 잊지 못할 것 같다.


Thank you Oasis. specially Noel Gallagher and Liam Gallagher. we gonna live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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