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쓴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쓰는 건 처음이다. 늘 누군가를 인터뷰하거나 관찰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올렸는데, 이번엔 나 자신에 대해 써보려 한다.
요즘 나는 '일시정지' 상태에 있다.
만 6년 차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정작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예전에는 분명했던 것들이 흐릿해졌다. 이 일을 좋아한다고 믿었던 마음, 더 잘하고 싶다던 열망,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까지.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게 의심스러워졌다.
처음엔 단순한 슬럼프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라고, 조금 쉬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게 단순한 권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뭔가 더 근본적인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했을까? 아니면 좋아해야 한다는 압박을 좋아함으로 착각했던 걸까? 열심히 하면 할수록 보답받는다고 믿었는데, 정작 내가 받은 건 피로와 회의감이었다.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뛰어도 같은 자리였다.
번아웃이 왔을 때조차 나는 인정하기 싫었다. '이 정도로 무너질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하지만 아침마다 무거워지는 발걸음, 집에 돌아와서도 끝나지 않는 생각들, 예전 같으면 쉽게 해냈을 일들이 산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을 경험하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쳐있었다.
누군가는 번아웃도 실력이라고 한다. 자기 한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거라고. 참을성이 부족하다거나, 멘탈이 약하다거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위축됐다. 정말 내가 부족한 건가 싶어서.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말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모른다. 무너져가는 사람에게 무너지는 것도 실력이라니. 그럼 나는 실력이 없는 사람인 건가?
그래서 선택했다. 잠시 멈춰 서기로.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먼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일단 보류했다. 대신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이런 나를 보며 주변에서는 의아해한다. "너답지 않다"거나 "예전 의욕은 어디 갔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의 이 속도가, 이 온도가 나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을. 무작정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확신은 없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있을지도, 다시 예전의 열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내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그게 지금의 나를 지켜주는 방식이니까.
그런데 가끔은 궁금하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 일시정지가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답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