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은 님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HR 커리어 브랜딩> 교육 과정을 통해서였다.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낀 첫인상은, 차분함과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말 한마디에 담긴 어조와 표정, 그리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열린 태도가 전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전해지는 분위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자신만의 단단한 리듬을 가지고 있고, 그 리듬이 대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교육의 연사셨던 종화 님이 클럽장으로 활동 중이신 트레바리 모임에 ‘놀러 가기’로 참여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태은 님 또한 파트너로 활동 중이셨다. 이미 알고 있던 만큼 어떤 분위기일지 기대도 컸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서로의 생각이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반응하는 그의 모습은, 모임의 흐름을 보다 자연스럽고 밀도 있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현재는 같은 기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태은 님은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면서도, 참여자들의 말에 끝까지 귀 기울이고, 필요한 순간마다 따뜻한 리액션과 공감의 언어를 더해 모임의 온도를 부드럽게 조율하고 있다. 클럽장의 진행을 돕는 조력자로서, 눈에 띄지 않게 흐름을 보완하고 관계의 결을 다듬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일상 속 여러 장면을 통해 누적되어 온 인상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 ‘이 분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시고, 어떤 삶을 그려가고 계실까?’ 대화를 나누면서도, 링크드인에서 그의 글을 보면서도 느꼈던 건 그가 일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다듬고 확장해 나가시는 분이라는 점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듣고 싶어졌다.
N: 지난 트레바리 모임 이후로 거의 한 달 만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T: 그러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네요. (웃음) 요즘은 좀 에너지가 들쭉날쭉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으려다 보니,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N: 평소 여가 시간에는 어떻게 보내세요? 활동적인 성향이시잖아요.
T: 오늘 나누는 이야기들이 딱 지금 제 모습인 것 같아요. 예전엔 일 외에도 이것저것 배우고 활동하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상에서 제 호흡을 찾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랍니다.
N: 작년에 결혼을 하셨잖아요.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게, 어떻게 보면 매일 조금씩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일이잖아요. 저는 아직 싱글이라 그런 변화들이 낯설고 흥미롭게 느껴져요.
T: 저도 지금의 나이가 되어 결혼을 하다 보니, 그런 변화들이 더 또렷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웃음)
N: 일상이나 여가 시간은 나름대로 잘 조율하고 계신 것 같아요. 배우자 분과도 자연스럽게 시간을 만들어가시는 게 느껴져요.
N: 그런데 일을 하신 지도 꽤 오래되셨잖아요?
T: 네, 벌써 그렇게 됐네요.
N: 처음엔 호텔 업계에서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호텔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되신 건가요?
T: 솔직히 말하면, 큰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여러 군데에 지원했는데, 호텔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어요. 그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조직’이라는 틀이 저한테 제법 의미 있게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나 교류 같은 부분에서요.
N: 호텔에서 일할 때, 기억에 남는 즐거운 경험도 있으셨나요?
T: 같은 업무라도 제가 마음을 다해 응대했을 때, 그걸 느낀 분들이 더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했어요. 결국 저한테 중요한 건 ‘사람’이더라고요. 밝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더 잘 맞는다는 걸 느꼈죠.
N: 호텔이라는 공간 자체가 외부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곳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반응이나 흐름을 보시면서 HR, 특히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T: 그럴 수도 있어요. 특히 호텔 조직은 굉장히 수직적이에요. 예전에는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낯선 구조죠. 그래서 지금 누가 ‘다시 호텔에서 일해달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아요. 구조적으로 조직문화가 많이 다른 곳이니까요.
N: 그럼에도 오래 일하셨던 호텔 산업을 어떤 계기로 퇴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HR로 전환하신 건 퇴사 전에 이미 생각하고 계셨던 건가요?
T: 교육 직무에 관심이 있었어요. 호텔에선 교육과 현장 운영이 함께 돌아가는 구조였거든요. 그게 참 흥미로웠어요.
HR을 선택한 것도 처음부터 인사 업무만이 아니라, 교육에 가까웠어요.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조직 안에서 교육을 맡으면 더 설득력 있고 생생하잖아요. 저는 진짜 잘하는 사람이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를 교육하려면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하니까요.
실제로 대학교에서 전공 강의를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에서 인사 전반으로 관심이 이어졌고 ‘공부를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죠. 대학원에서 호텔업의 인적자원관리에 대해 공부하며 커리어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나갔어요.
HRD와 HRM 모두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첫인사 팀원을 채용하던 지금 회사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지원하게 된 거예요. 이후로 인사 전반의 체계를 만들어나가며 4년이 좀 덜 되는 시간 동안 달려왔습니다.
N: 회사를 고르실 때, 이미 직무 방향을 정해두고 거기에 맞는 회사를 찾으신 거였나요? 아니면 일단 붙은 곳이라 입사하신 건가요?
T: 전자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당시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최대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HRM과 HRD 모두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입사하고 보니 스타트업 특유의 구조가 생각보다 저한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몰랐어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입사 전후로도 “이걸 혼자 다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질문도 받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질문이 저에겐 “그래, 한번 해보자.”는 시동 버튼이 됐던 것 같아요.
※ 이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태은 님이 직무 전환의 계기와 HR이라는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그리고 이후 실무에서 쌓아온 경험까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어요.
[링크 바로 가기 ▶ https://www.seedn.co.kr/esg/story/12]
N: 그 이후로도 지금 회사에서 꽤 오랫동안 근무 중이신데요. 일하면서 계속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요? 반대로 요즘 들어 조금 버거워진 점도 있을까요?
T: 마침 오늘이 법인 설립 10주년이었어요. 그런 기념일이나 내부 행사를 준비할 때, 저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장치를 꼭 넣으려고 해요.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누군가 “우리 50살까지 함께해요.”라고 말해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면, ‘아, 내가 이 회사를 정말 좋아하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큰 보람을 느껴요.
물론 바빠진 일정 속에서 우선순위를 조율해야 할 때면 고민이 많지만, 그런 순간조차도 제가 이 역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N: 스타트업에서 HR 제도를 많이 기획하고 도입하셨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는 주로 어디서 얻으세요? 링크드인에 인사이트도 꾸준히 공유하고 계시고, 팔로워도 꽤 많으시잖아요. 정리해서 올리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으신가요?
T: 주로 책이나 외부 커뮤니티, 스터디를 통해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원래 글을 많이 써보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저는 늘 뭘 해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크고요. 사실 팔로워가 많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막상 글을 올리고 나면 예상보다 반응을 보여주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저도 놀랄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언젠가 내 경험을 책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씩 들더라고요.
N: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많이 희미해졌잖아요. 이미 한 번 직무 전환도 하셨고, 지금 이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과, 반대로 내려놓고 싶은 건 어떤 건가요?
T: 이루고 싶은 건, 회사 내부와 외부 모두에게 신뢰받는 HR 팀장이 되는 거예요. 조직 안에서는 물론이고, 바깥에서도 ‘저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게 제가 가장 바라는 모습이에요.
반대로 놓고 싶은 건… 스스로가 주는 압박감이에요. 항상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그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아 지더라고요.
N: 그 말씀이 너무 공감돼요. 특히 팀장 직급에 있으면 책임감도 막중하고, 보여줘야 하는 성과도 훨씬 더 명확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많은 리더분들이 비슷한 부담을 느끼고 계실 것 같아요.
T: 맞아요. 그래서 올해 들어 제가 제일 크게 인지한 게 그거예요. 어느 순간부터 숨도 자꾸 가쁘고, 예전처럼 점심 먹으면서 수다 떠는 여유도 사라졌더라고요. 그게 참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다시 숨을 쉬는 연습을 시작했어요. 요가도 다시 시작했는데, 집에서 조용히 앉아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감각’을 다시 떠올리려고 노력했어요. 그게 조금씩 저를 진정시키고, 안정감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N: 메타인지가 정말 잘 되시는 분 같아요. 자신의 상태를 그렇게 빠르게 인식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사실 정말 쉽지 않거든요. 물론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실천까지 이어간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태은 님에게는 ‘성공’과 ‘성장’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세요?
T: 예전엔 ‘성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뭐든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어요. 하루를 마치고 나서 “오늘 나는 꽤 괜찮았지 않았나.” 하고 돌아보게 돼요.
회사 대표님께서도 “열심히 했으면 된 거지, 얼마나 더 잘해야 하냐.”라고 해주셨던 말씀이 큰 위로가 됐고요. 지금은 ‘잘 해내는 결과’보다도, 그 과정에서 얼마나 나답게 해냈는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N: 정말 어려운 부분이죠. 외부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결국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개인의 성공만으로는 유지되지 않고, 그렇다고 조직의 성공이 곧 나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성장하면서 성공하기’가 가장 이상적인데, 그 길이 가장 어렵기도 하고요.
T: 맞아요. 저는 입사 초기부터 거의 매일 8시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고 있어요. 저녁 먹기 전까지가 1차전이었고, 저녁 먹고는 2차전이 시작되는 루틴이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이 루틴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내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정시 퇴근 자체보다도, ‘퇴근 이후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쓰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N: 워라밸을 찾아가는 과정이네요. 건강도 더 신경 쓰게 되고, 내 삶의 중심을 조율하는 시간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T: 맞아요. 요즘은 자주 생각해요. 워라밸이라기보다 ‘나는 지금, 내게 가장 적합한 거리에서 일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제게 삶과 일 사이 균형을 재는 기준이 됐어요. 공부나 자기 계발 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N: 그럼 지금까지의 경력을 돌아보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나의 강점’과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강점은 같다고 느끼세요? 아니면 좀 다른 것 같으세요?
T: 저는 항상 ‘잘하고 싶은 사람’이고, 급격한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특히 서툰 편인데요, 주변 사람들은 의외로 제가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더라고요. 큰 변화나 돌발상황에도 묵묵히 잘 버티는 모습이 좋게 보였대요. 그건 저도 예상 못 했던 부분이에요.
N: 예전에는 모든 걸 잘하려고 애쓰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건 나랑 안 맞는다’고 판단해서 덜어내고, 오히려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신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선택이 조금 더 편해지셨나요?
T: 예전보다는요.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 순간들은 많아요.
N: 혹시 그런 감정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걸까요? 아니면 그런 비교가 오히려 동기를 만들어주는 편이세요?
T: 저는 샘이나 질투가 있는 편이에요. 제가 쌍둥이인데 어릴 때부터 늘 “엄마는 내 거야!” 하며 엄마 옆에 딱 붙어있었거든요. (웃음) 늘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리드하고, 잘하고만 싶고요. 지금 생각하면 이때부터 ‘앞서고 싶다’는 생각이 습관화된 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저는 동생과 매우 사이가 좋습니다.
N: 비교가 항상 나쁜 건 아니죠.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상처가 되겠지만, 반대로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면 분명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으니까요.
T: 맞아요. 돌아보면, 그 감정이 제 원동력이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하루 끝에 저 자신한테 ‘고생했다’고 말해주려고 해요.
N: 그렇다면 일이나 개인적인 삶에서 ‘가장 나다웠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T: 여러 일이 한꺼번에 몰렸을 때도 결국은 포기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버텨낸 나를 볼 때요.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엔 ‘잘하지 못할 바엔 안 하고 싶다’는 완벽주의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Just do it, 그냥 해보자고 생각하고 시도해 봅니다.
N: 결혼이 그런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네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끼세요?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나요?
T: 네, 많이 달라졌죠. 저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비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늘 “잘될 거야.”라고 얘기해 줘요.
N: 저도 그래요. 플랜 A부터 C까지 세워놔야 마음이 놓이는 타입인데, 어느 순간 그게 나를 스스로 가두는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때로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긴장을 전염시키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요. 그런데 또 그런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배우는 게 많죠.
T: 맞아요. 저도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어요. 진짜 또 하나의 편이 생긴 느낌이에요. 결혼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N: 그런 변화들이 쌓이면서, 취미도 태도도 가치관도 점점 더 안정되게 정돈되는 것 같아요. 온전한 나도 있지만, 함께하는 삶 속에서 조금씩 변하는 나, 그걸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T: 맞아요. 요즘은 정말, 좋은 게 좋은 거다 싶어요. (웃음)
N: 배우자 분이 태은 님께 큰 영향을 주신 것 같아요. 그 외에 인생에서 의미 있는 영향을 주신 분들이 있다면요?
T: 용기를 내도록 도와준 분들이 있어요. 예전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제 생각을 말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처음에 트레바리를 시작했을 때도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자리에서 제 속마음을 말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들 너무 잘하는 것 같은데, 저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위축되기도 했고요. 누가 저를 비난한 건 아닌데, 제가 저를 스스로 작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꾸준히 대화하고 생각을 맞춰가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트레바리에서는 종화 님, 승화 님, C 님 덕분이기도 했고요. 특히 회사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되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성장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저는 소속된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분명히 알게 됐어요.
N: 그 외에도 마음을 나누며 지지를 주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T: 네, 있어요. 자주 만나진 못해도 꾸준히 연결되어 있는 분들이 제게 큰 힘이 돼요. 그런데 바쁘다 보니 자주 보기 어렵기도 하고요. 가족도 마찬가지죠. 제 어떤 모습이든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막상 그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결국 나와 내 주변 사람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는 걸 자주 생각해요.
N: 말씀하신 것처럼, 익숙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때로는 표현이 쉽지 않은데요. 반대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재 내부 구성원은 물론 외부 네트워크에서도 다양한 관계를 맺고 계시잖아요.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어색함을 느끼는 순간도 많을 텐데, 그런 벽은 어떻게 넘기세요?
T: 예전엔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 생각만 하다가 그냥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근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어요. 망설이며 하지 않았던 말을 용기를 내서 하고, 상대가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한 것 같으면 정정하기도 하고요. 제가 거리감을 느꼈던 사람이, 실제론 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적도 많아요. 그게 참 신기했어요.
N: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관계가 있다면요?
T: 신규 입사자와 수습 기간 동안 원온원을 하는데, 이 분은 원온원할 때 말씀을 많이 안 하셨어요.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제 성격상 내가 A라는 말을 하면 이 분은 ‘A나 B를 이야기하셔야 하는데…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시지?’라고 고민했어요. ‘이야기하기 싫으신가? 이 시간이 싫으신 걸까?’ 생각이 많았는데 한참 지나서 그분이 “그때 태은 님과 나눈 대화가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의외였고, ‘즉각적인 리액션이 나오지 않아도 내 이야기가 좋게 작용되고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어요.
N: 정말 인상 깊은 장면이네요. 그런 말을 들으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큰 힘이 되죠.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감동이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
혹시 그런 순간들을 돌아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T: 저도 정확히 어떤 영향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팀원들에겐 제가 계속 성장하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저는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크게 말하지 않는데도, 그걸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죠.
N: 그런 영향력이 조직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링크드인 같은 외부 채널을 통해 더 넓게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도 꾸준히 글을 올리시던데, 혹시 외부 강연이나 제안도 자주 받으시나요?
T: 네, 종종 받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저 회사를 알리기 위해서, 채용 브랜딩을 위해서 링크드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그 글들을 통해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아, 내가 해온 일들이 이렇게 연결돼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커리어 브랜딩 수업에서도 “외부에서 나를 먼저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어진 적도 있었고요. 그런 흐름 자체가 제겐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N: 태은 님은 ‘일하는 나’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 같아요. 일 안 하시는 모습이 잘 상상이 안 돼요.
T: (웃음) 저도 그래요. 때로는 다른 길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보기도 하는데, 저는 아직도 일이 정말 좋아요. 일을 안 하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예요.
N: 꾸준히 일에 몰입해 오셨지만, 만약 지금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커리어를 펼친다면, 어떤 모습이 가장 끌리세요?
T: (웃음) 농담처럼 시작된 얘기지만, 저도 진지하게 여행 유튜브 같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전 여행 가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내 인생의 새로운 장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N: 앞서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삶의 또 다른 장면을 열어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말씀을 듣다 보니, 콘텐츠 자체에 대한 애정이나 표현 욕구가 느껴져요. 평소 그런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세요?
T: 트레바리 같은 독서모임에서 새로운 생각을 많이 얻기도 하지만, 사실 처음 링크드인을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어요. 제가 입사했을 당시 회사는 정말 작은 조직이었고, 채용 공고를 올려도 지원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채용 관련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반응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채용도 훨씬 수월해졌죠.
N: 결국 그 꾸준함이 흐름을 바꾸고, 가능성을 만들어낸 셈이네요. 글을 계속 쓰면서, 어떤 포맷이 효과가 있었는지 분석도 하시게 됐을 것 같아요.
T: 네,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글은 그냥 던져도 괜찮고, 어떤 글은 맥락이나 설명을 충분히 붙여야 읽히는 등 그런 패턴이 보여요. 그 흐름을 계속 관찰하면서 채용 브랜딩, 행사 기획 같은 실무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콘텐츠를 잘 만들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내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이어갔고요.
N: 요즘은 채용 브랜딩이나 퍼스널 브랜딩이 단순한 부가 업무가 아니라,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잖아요.
T: 맞아요. 기업도 이제는 ‘무엇을 만들었는가’ 못지않게 ‘그걸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니까요. 브랜딩은 단순한 포장이나 보여주기용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략 그 자체라는 걸 몸으로 느꼈어요. 링크드인 활동은 그걸 체감하게 해 준 좋은 계기였고요.
N: 말씀을 듣다 보니,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를 돌보는 감각이 분명하신 것 같아요. 요즘엔 어떤 콘텐츠에 가장 자주 손이 가세요?
T: 요즘은 영화가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지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영화를 주로 보게 돼요.
N: 그럼 ‘인생 영화’나 ‘인생 책’이 있다면 어떤 걸 꼽으시겠어요?
T: 영화는 라라랜드요. 그리고 007 스카이폴도요. 원래도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데, 007 스카이폴은 OST와 영화 매 장면이 정말 잘 어우러지거든요. 영화를 볼 때 먹었던 치즈 팝콘, 영화 장면, 그 공간의 공기까지 아직도 또렷해요. 내용 자체보다, 그때의 감정과 풍경이 함께 남아 있는 영화예요.
N: 아, 그게 진짜 ‘인생 콘텐츠’죠. 이야기보다도, 그 순간을 둘러싼 기억 전체가 같이 떠오르는 거요.
T: 맞아요. 그냥 그 시절의 저, 그 감정이 다 녹아 있어서요.
N: 그렇다면 책 중에서는요? 특별히 감정이 움직였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T: 딱 하나를 꼽긴 어렵지만, 트레바리를 처음 시작할 무렵에 읽었던 책이 하나 있었어요. 읽고 나서 ‘내가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됐던 순간’이 있었죠. 평소엔 몰랐던 감정이나 생각이 책을 통해 터지듯 드러났던 경험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저한텐 메타인지의 시작점이었던 것 같아요. 충격도 있었고, 동시에 회복도 함께 찾아왔어요.
N: 그런 콘텐츠는 감정적으로도 무게감이 있잖아요. 요즘도 그런 책이나 영화를 자주 찾아보시나요?
T: 요즘은 예전처럼 정기적으로 챙겨보진 않아요. 생각날 때 찾아보는 편이에요. 얼마 전엔 교육 프로그램 중에 특정 콘텐츠가 언급돼서 다시 찾아본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고요.
N: 반대로, 남들에겐 인생 콘텐츠인데 정작 본인은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도 있으세요?
T: 있어요. 누아르 장르가 잘 안 맞더라고요. 잔인한 장면이 나오거나 너무 감정선이 깊은 콘텐츠는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좀 더 ‘나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N: 뜬금없긴 한데 감각에 대한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 ‘나는 이 감각이 유독 예민하다’고 느끼신 적 있으세요? 그리고 그게 삶이나 일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준다고 느끼시나요?
T: 저는 청각이요. 특히 일을 하다 보니까, 소리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누가 부르면 바로 반응해야 하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돼요. 인사 담당자에겐 거의 생존 스킬 같은 거예요.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다 보니, 감정적으로도 예민해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오늘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점들을 스스로도 다시 확인하게 되네요.
N: 그런 감각적 피로가 누적되면, 일상에서 균형 잡기가 더 어려워지잖아요. 태은 님은 그런 순간에 어떻게 회복하세요?
T: 저는 조용히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요. 꼭 어딜 떠나지 않아도 괜찮고, 그냥 집에만 있어도 충분해요. 조용한 공간에서 저 자신을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길게 시간을 낼 수 있으면 여행도 자주 갑니다.
N: 여행도 그런 시간 중 하나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보다 해외를 더 선호하시는 편이세요?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면요?
T: 국내와 해외 모두 좋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보려면 해외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음식을 먹는, 다른 환경이어서요. 국내에선 제주도를 가장 자주 갔고, 속초도 좋아해요. 원래는 도시를 좀 더 선호하는데, 자연이 주는 고요함이 저한테는 큰 위안이 되는 순간을 느꼈어요.
해외는 파리가 좋았어요. 사실 6월 초에 예약해 두고 결국 못 가게 된 여행이 하나 있어요. 결국 일정상 못 가긴 했지만, 그게 정말 인생 여행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N: 여행은 다닐 수 있을 때 다니라는 말, 참 공감돼요. 저도 버킷리스트에 뉴욕 센트럴파크가 있는데 아직 못 가봤어요. 현실적으론 시간이나 비용이 늘 쉽진 않죠.
T: 맞아요. 직장인에게 있어서 장거리 여행은 체력이 정말 부담스럽죠. 이제 여행을 다녀오면 출근 전 하루는 꼭 쉬어줘야 해요.
N: 그래도 아직 못 가보셨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으신가요?
T: 스페인이요. 스페인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꼭 가보고 싶어요. 내년 휴가지로 희망해 봅니다.
N: 저는 스페인 정말 추천드리고 싶어요. 첫 회사를 퇴사하고 두 달 동안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여행했는데, 인생에서 중요한 쉼표였어요. 세비야가 특히 좋았고요. 따뜻하고, 여유롭고, 색감도 정말 아름답고요. 바르셀로나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T: 얘기만 들어도 마음이 동하네요. 진짜, 일할 땐 몰입해서 일하고, 쉴 땐 확실히 쉬는 삶. 그 균형을 더 잘 잡고 싶어요.
N: 조금 무거운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인생의 끝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혹시 자신의 죽음이나 가까운 이의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알고 싶은 편이세요?
T: 음… 어렵네요. 만약 안다면, 그날까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 생길 것 같아요. 그런데 동시에, 그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커다란 압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모르고 있는 게 마음은 더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N: 평소에는 그런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시진 않겠죠?
T: 자주 생각하진 않아요. 그런데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갑자기 현실감이 확 밀려올 때가 있어요. 최근에도 아버지 지인이 연달아 돌아가셨어요. 부모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이라 그런지, ‘이제 나도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죠. 근데 또 일상에 파묻히면, 그 다짐들이 점점 흐려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잘해드려야죠.
N: 만약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이건 못 해서 아쉽다’ 싶은 게 있다면요?
T: 아마도 더 많이 못 놀아본 게 아닐까 싶어요. (웃음) 아팠던 것도 아니고, 여건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일을 핑계로 쉬는 시간이나 즐거움을 일부러 미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문득, ‘지금이라도 잠깐 쉬어볼까?’,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요. 공부든, 여행이든, 뭐든요. 어느 순간 ‘이 정도는 누릴 자격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요.
N: 공감돼요. 결국 지금까지의 시간은 나를 위한 밑거름이었고, 그만큼은 나를 위해 써도 되잖아요.
T: 맞아요. 그래서 요즘은 진짜 작은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좋아하는 원두를 사놓는다든가, 그런 사소한 만족이 하루를 버틸 힘이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지금의 위치도 지키고 싶고, 또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그 시간을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같이 있어요. 둘 다 품고 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N: 만약 지금의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어떤 프로젝트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T: 음…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프로젝트.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아요.
N: 사람들 기억 속에 그런 모습으로 남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본인에게도 어떤 성과나 감정이 남았으면 좋겠잖아요. 태은 님에게 ‘성공한 프로젝트’란 어떤 모습일까요?
T: 꼭 겉으로 화려한 성과가 있어야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한텐 ‘그때 그 선택이 후회 없었는가’, 그게 더 중요해요.
N: 어떤 순간에는 분명 최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이 남는 선택들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돌아가보고 싶으세요? 아니면 지금이 더 좋으세요?
T: 지금이 더 좋아요. 30대는 훨씬 더 안정적인 시기인 것 같아요. 새로운 걸 시도하려면 확실히 어릴 때가 좋지만, 경험과 균형이라는 면에서는 지금이 저한텐 더 맞아요.
N: 이건 모든 인터뷰이에게 드리는 공통 질문인데요. 지금까지의 태은 님을 한 문장로 정의한다면, 어떤 문장이 떠오르세요?
T: 제 좌우명인데, “실력 없는 자존심만큼 비참한 건 없다.”에요.
N: 꽤 강렬하네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해오신 거예요?
T: 그냥, 늘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에요. ‘말보단 실력으로 보여주자.’라는 다짐 같은 거요. 때론 조금 전투적인 시절도 있었던 것 같고요.
N: 참 단단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이런 얘기할 기회가 흔하진 않은데, 오늘 인터뷰 덕분에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셨을 것 같아요.
T: 네, 정말 그랬어요. 평소엔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쳤던 생각들이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말로 꺼내다 보니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태은 님의 이야기에서 가장 깊이 남은 건, 스스로에게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고 단단히 세워나가는 태도였다. 일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자신을 지우지 않기 위한 노력까지 함께 이어가고 계셨다. 늘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몰입하며 살아오신 시간에 대한 자부심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일에 몰입하면서도, 그 몰입이 삶의 균형을 해치지 않도록 쉼과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는 그가 일을 대하는 방식에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태은 님이 지켜내고자 하시는 가치는 성과나 외부의 기준보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한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그때 그 선택이 후회 없었는가, 그게 더 중요해요.”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의 바탕에는 태은 님이 늘 스스로에게 되뇌어오신 좌우명, “실력 없는 자존심만큼 비참한 건 없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주자’는 다짐, 그리고 ‘내가 나에게 떳떳할 수 있는가’를 중심에 둔 태도는 그의 커리어뿐 아니라 삶의 선택과 관계를 대하는 방식까지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좋아하는 원두를 사두는 작고 사적인 선택까지 소중히 여기며, 바쁘게 달려온 시간 안에서도 자신만의 균형과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는,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을 넘어 스스로를 성실히 돌보는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쌓아온 방식처럼, 앞으로의 선택들 역시 태은 님만의 리듬과 감각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하든, 조용히 기대하며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