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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의 행복을 주는 조직문화 변화관리자, HR 재현

by NIKI


재현 님을 처음 만났을 때,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겠다는 인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말투나 표정에서 느껴지는 외향적인 분위기, 그리고 대화를 이어가는 재치와 유머에서 그런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밝음 너머에 있는 단단한 태도와 진심 어린 시선이 더 깊이 다가왔다.


<HR 커리어 브랜딩> 교육 과정을 함께 들으며 자연스레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 시간이 단순히 ‘커리어’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중요했지만, 그에 앞서 ‘일하는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해 보고 싶어서 이 과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려는 그의 태도는 특히 인상 깊었다.


어느 날 자연스럽게 나온 인터뷰 프로젝트 이야기에 재현 님은 관심을 갖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의 직무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지금의 그를 만들어온 경험과 가치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졌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건, 그가 ‘일하는 8시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일’이라는 영역을 통해 행복을 설계하고자 하는 마음은 지금의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관심의 변화: 배구에서 테니스로, 그리고 일터에서의 행복까지

Q.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상과 일에서 각각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최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테니스예요.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이번 주 일요일(인터뷰 당일 기준)에 사내 동호회에 처음 나가볼 예정이에요. 원래는 배구를 오래 했는데, 이제 그만두기로 했거든요.


Q. 배구는 계속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A. 저는 ‘배구’에서 배와 ‘배려’에서 배는 같은 배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그래서 배구를 ‘배려의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배구에서는 혼자 두 번 연속 터치할 수 없어서 팀원 간의 협력이 중요하죠. 그래서 좋아했는데, 팀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좀 달라졌어요. 승부욕이 센 팀이다 보니 경기에서 서로를 배려하기보다는 책임을 미루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쌓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당분간 그만두기로 했어요.


Q. 그러면 테니스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A. 직장 동료가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마침 작년에 바자회에서 라켓을 하나 구입했고, 명절에 본가에서 사촌동생과 테니스 얘기를 하다가 이모부가 라켓을 하나 주셔서 장비도 갖추게 됐어요.


Q. 일상에서는 ‘운동’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렇다면 일에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관심을 두고 계세요?

A. 제 꿈을 돌아보면 항상 ‘행복’을 중심으로 일을 해왔던 것 같아요. 웃음으로 행복을 주는 코미디언, 감동을 전하는 영화감독, 불행을 예방하는 심리학자, 편리함을 제공하는 서비스 기획자 등 여러 방향으로 고민했죠. 지금은 조직문화 변화관리 담당자로서, 직원들이 일하는 8시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지금은 도약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 있나요?

A.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예요. 제 개인적인 성과보다 조직 전체의 행복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Q. 운동 이야기 하시면서 “센스가 후천적으로 길러진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재현 님에게 ‘센스’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센스를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반응 속도와 대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공이 날아올 때, 다음 동작을 미리 생각하는 것처럼요.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고 봐요. 비슷한 순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연습하면, 실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죠.


Q. 하지만 이미지 트레이닝과 실제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 당황하시는 편이에요?

A.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패턴은 계속해서 나타나요. 예를 들어, 배구에서 스파이크 리시브를 연습한다고 하면, 공이 항상 같은 위치로 오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건 결국 공이 내게 온다는 사실이에요. 다양한 상황을 연습하면서 오차 범위를 줄여 나가는 것이 결국 센스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신선한 개념이네요. 그럼 그다음으로 궁금한 건 ‘8시간’이라는 개념이에요. <커리어 브랜딩> 1회 차 때 자기소개하실 때도 인상 깊었는데, ‘일하는 8시간, 잠자는 8시간, 쉬는 8시간’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A. 사실 이 개념은 깊이 고민해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무심코 걷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에요. 오랜 시간 고민이 쌓였던 것이 자연스럽게 정리된 느낌이었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랜 시간 고민한다고 반드시 나오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Q. 결국 ‘어떻게 하면 행복을 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해 왔기 때문에 그런 개념이 나온 거군요.

A. 맞아요. 사실 ‘8시간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개념을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정리해 둔 건 아니었어요. 다만 계속해서 ‘행복을 주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개념이에요.


배구 도민체전 출전, Photo By. 재현 님


함께하는 성장: 기다림, 배려, 그리고 행복의 의미

Q. 재현 님이 가장 잘하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A. 조금 의외일 수도 있지만, 저는 기다리는 것, 함께하는 것, 도와주는 것 이 세 가지를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요.


Q. 새로운 답변이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A. 기다리는 건 제가 정말 잘하는 일 중 하나예요. 최근 TCI 검사를 했는데, 거기서 ‘인내력’ 항목이 93점이 나왔어요. 인내력이 높은 사람은 즉각적으로 보상을 주지 않더라도 끝까지 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해 주셨어요. 70점만 넘어도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 저는 굉장히 높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제가 기다리는 걸 잘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함께하는 건 배구를 오래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부분이 커요.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다 보니, 협업하고 같이 무언가를 해내는 걸 정말 좋아해요.


도와주는 건 제 가치관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삶의 중요한 목표예요. 그리고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를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TCI 검사: C.R.Cloninger의 심리생물학적 인성모델에 기초하여 개발된 검사.

기존의 다른 인성검사들과 달리, 한 개인의 기질과 성격을 구분하여 측정할 수 있다. 개인의 사고방식, 감정양식, 행동패턴, 대인관계 양상, 선호 경향 등을 폭넓고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재현 님의 강점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떤 환경일까요?

A. 저는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다리고, 함께하고, 도와주는 건 내가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여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체력적 여유를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고, 금전적 여유를 만들기 위해 돈을 모으고, 심적 여유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 나누려고 합니다.


Q. 기다리는 것, 함께하는 것, 도와주는 것. 이 세 가지 모두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네요.

A. 맞아요. 결국 저는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함께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Q. 남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동으로도 이어지는 거네요.

A. 네, 맞아요. 사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행복을 주는 것’을 가치로 생각하며 살았어요. 좀 웃긴 얘기인데, 그때 학교에서 넘어졌는데 친구들이 엄청 웃는 거예요. 원래라면 창피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친구들이 재밌어하니까 저도 덩달아 웃게 됐어요. 그때 “어? 개그맨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고 처음으로 웃음을 주는 일이 좋다고 느꼈어요.


Q.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행복을 주는 것을 추구하게 된 거군요.

A. 맞아요. 처음에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점 깨달은 게, 웃음보다 더 중요한 게 ‘행복을 주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한때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감동을 주는 영화,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장면도 결국 행복의 일부라고 생각했거든요. 꼭 웃음이 아니라도,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Q. 그러면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건가요, 아니면 동시에 행복을 느끼는 건가요?

A. 저는 동시에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걸 보면 저도 자연스럽게 행복해지거든요. 서로 상부상조하는 느낌이랄까요?


Q. 재현 님이 생각하는 본인의 강점은 기다리는 것, 함께하는 것,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타인에게 들은 강점도 궁금해요.

A. 가장 많이 들은 건 열정적이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성실하다는 말도 자주 들었어요. 이 두 가지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에요.


Q. 저도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교육 과정에서 말씀하시는 거나, 대화를 나눌 때에도 느껴졌교, 특히 마지막 PPT 발표에서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 분위기도 확 살아났고요.

A. 맞아요. 그 순간도 사람들이 즐겁길 바랐어요. (웃음)


Q. 정말 분위기가 좋았어요. 덕분에 다 같이 많이 웃었고, 아이디어도 바로바로 적용하려고 하셨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실행력도 굉장히 강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A. 사실 실행력은 원래부터 좋았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부족해서 키우려고 노력했던 부분이에요. 학창 시절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말을 못 했던 적이 있어요. 그게 너무 후회스러웠어요. 그때 “차라리 하고 후회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경험이 저를 바꾼 것 같아요.


Q. 사소한 경험이지만, 그게 결국 행동을 바꾸고 성장의 계기가 된 거네요.

A. 맞아요. 그런 작은 계기들이 쌓여서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Q. 그리고 아까 보드게임 얘기도 인상적이었어요. 룰을 먼저 파악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부분이요. 보드게임 카페에서도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먼저 익히고 남을 가르쳐주는 행동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A. 보드게임은 진짜 좋아해요. 지금 보드게임 동아리를 두 개 활동하고 있어요. 하나는 회사 내부 동호회, 다른 하나는 외부 동아리예요. 회사 동호회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어서 외부 보드게임 모임에서 배워온 걸 다시 회사 동호회에서 공유해요.


Q. 그것도 어떻게 보면 행복을 전달하는 방식이네요. 결국 나의 행동이 행복을 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A. 그렇죠. 외부 동아리도 중요하지만, 지금 제 직업을 생각하면 ‘조직 문화’랑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커요. 구성원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까, 새로운 걸 배워서 공유하는 거예요.


Q. 계속해서 ‘내가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반대로, 이런 과정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나요?

A. 당연히 있어요.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면 저도 영향을 받아요. 보드게임 동호회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시각을 배우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하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특히 ‘행복을 주는 일’을 생각할 때,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더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내 행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확인하면 더 동기부여가 되고, 그게 다시 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거죠.


Q.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더 성장하고, 배우고, 다시 나누는 과정이 계속되는 거네요.

A. 맞아요. 저는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걸 더 좋아해요. 그래서 저에게 ‘함께하는 것’이 강점인 것 같아요.


가치의 연결: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삶

Q. 재현 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반대로 본인의 삶에 영향을 준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A.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종교적 경험을 해봤어요. 신앙심 때문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어릴 때 고모를 따라 교회에 가보기도 했고,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가보기도 했어요. 또, 학교에서 도덕 선생님께 원불교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가지게 된 적도 있었죠. 이런 경험을 통해 특정한 사상을 배척하기보다는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초등학교 때 교회에서 전도사님이 한 아이의 질문을 받았어요.


“기도할 때 두 손을 어떻게 모아야 해요?”


전도사님은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두 손을 모은다는 게 마음을 모으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저는 생각의 유연성을 가지게 되었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결국 사소한 순간들이 연결되면서 지금의 가치관을 형성한 거네요. 그렇다면, 행복 외에 재현 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행복은 너무 명확한 가치예요. 그런데 저는 행복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여유, 건강, 배려, 헌신 같은 것들이죠. 이 요소들을 충족시킬 때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결국 행복이라는 큰 틀 안에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거군요. 그럼 행복 외에 또 다른 키워드가 있을까요? 건강도 재현 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 중 하나인 것 같더라고요.

A. 네, 저는 건강하려면 스포츠를 취미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행복하려면 건강이 필수이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어요.


Q. 결국 운동은 꼭 해야 한다는 결론이네요. 건강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중요한 요소고요.

A. 맞아요.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운동은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게 되고, 성취감을 느끼게 돼요. 특히, 팀 스포츠를 한다는 것은 함께 하는 법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거죠.


그 과정 자체가 삶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그럼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이나 기술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진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A. 이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결국 저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아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건 변하지 않을 거예요. 다시 배우고, 다시 고민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행복을 전하는 길을 찾아 나설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 왔고, 그 과정 자체가 제 삶의 중심이었으니까요.


Q. 인생의 가치가 명확하니까, 다시 시작해도 흔들리지 않겠네요.

A. (웃음) 저는 계속 ‘행복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그래서 조직 문화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제가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를 바탕으로 ‘행복 방정식’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있어요. 누구나 특정한 요소를 대입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Q. 가치관이 너무 명확해서 신기해요.

A. (웃음) 저는 계속 ‘행복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그래서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제가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를 바탕으로 ‘행복 방정식’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있어요. 특정한 요소를 대입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Q. 마치 자기 사용 설명서 같은 개념이네요.

A. 맞아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테니까, 누군가는 행복을 대입하고, 또 누군가는 성장을 대입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그걸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도 있고요.


Q. 지금은 본인에게 적용되는 이론이지만, 더 발전시키려고 하고 계시는군요.

A. 네, 지금 후배들과 함께 실험해보고 있어요. 제가 꿈을 찾았던 방법을 그들에게도 적용해 보면서, 어떻게 적응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저만의 ‘컬처덱’을 만들고 싶다고 계속 얘기했잖아요. 제가 경험했던 행복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정립되었으면 좋겠어요.


* 컬처덱(Culture Deck): 조직의 핵심 가치, 비전, 행동 방식을 정리한 문서 또는 프레젠테이션.


Q.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재현 님을 보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할 거야.”라고 예측할 수 있는 거네요.

A. 맞아요. 저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행복을 주는 것’이 제 중심이니까, 결국 그 안에서 움직이겠죠. 그런 걸 더 명확하게 하고 싶어요.


일상의 행복: 작은 순간에서 찾는 의미

Q. 내 마음이 여유로워야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볼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재현 님은 평소 자신의 행복도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A. 저는 항상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힘든 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하루 중 단 한순간이라도 행복을 느낀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행복의 정의는 어떻게 되나요?

A. 행복에는 여유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행복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글로 정리해 본 적도 많아요. 하나의 개념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요소가 어우러진 상태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힘들거나 우울한 순간도 오잖아요. 그럴 때는 어떤 요소들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나요?

A. 저는 큰 행복보다 작은 행복을 자주 찾는 편이에요. 매 순간 행복할 수는 없지만, 작은 순간 하나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코미디언이 꿈이었던 적이 있는데,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것도 결국 행복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행복을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Q. 정말 사소한 것에서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일상에서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세요?

A. 저는 걷거나 멍 때릴 때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오히려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8시간 개념처럼 특정한 환경에서 딱 떠오르는 건가요?

A. 대표적인 경험이 하나 있어요. 예전에 산업디자인을 복수 전공했을 때, 타이포 그래픽 수업에서 특정 키워드로 연출하는 과제가 있었어요. 저는 두 개의 작품을 냈는데, 하나는 하루 넘게 고민하고 수정한 작품, 하나는 멍 때리다가 5분 만에 만든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5분 만에 만든 작품이 칭찬을 받았어요.


Q. 그러면 정해진 사고의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더 창의적인 생각이 발현된다고 보시는 건가요?

A. 오히려 계속 고민하려고 하면 아이디어가 막히는 경우가 많아요. 생각을 멈추고 리프레시할 때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Q. 계속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그 틀 안에 갇혀버리는 느낌이 드는 거네요.

A. 맞아요. 저는 자전거 타는 것도 그런 이유로 좋아해요. 운동을 하다 보면 생각이 비워지고, 그 상태에서 다시 업무로 돌아가면 더 신선한 시각을 가질 수 있거든요.


Q. 확실히 그런 환경에서 자신을 더 노출시키려 하는 것 같네요.

A. 맞아요. 일부러 생각이 안 날 때는 밖으로 나가요. 힘들 때일수록 움직이면 생각이 정리되고 더 나은 방향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Q.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좋으신 것 같아요.

A. 그런 것 같아요. (웃음) 힘든 일이 있어도 결국 다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게 제 성향인 것 같아요.


자전거 일주 중, 광양시 배알도수변공원, Photo By. 재현 님


일과 꿈의 연결: HR에서 사업까지

Q.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추진력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이제 계속 일상과 일 이야기를 연결해서 해왔는데, 이번에는 일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지금 조직 문화 관련 업무를 맡고 계시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전에 다른 직무도 경험하셨잖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일을 하게 되셨나요?

A. 저는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심리학은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서, 직접적으로 살리지는 않았지만 제 업무에 녹아 있다고 봐요. HR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행복을 주고 싶어서’ 예요. 만약 HR이 아니더라도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었다면 그 일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제가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HR이고, 현재 환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잘 맞아떨어져서 선택한 거죠.


Q. 그러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나, 반대로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A. 지금하고 있는 일이 모두 즐겁고 뿌듯해요. 제가 구성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제 목표는 ‘출근이 재밌다’라는 말을 구성원들에게 듣는 것. 저는 출근하는 게 즐겁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조금 힘들 뿐, 출근길이 걱정되지는 않아요. 월요병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담당하는 조직문화 변화관리를 통해 구성원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Q.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거에 했던 일들과 비교했을 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하세요?

A. 솔직히 아직은 잘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보다 오래 일한 분들을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많죠. 하지만 잘하고 싶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고 있고, 결국은 더 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확신이 있어요. 단순히 HR 업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행복을 주는 일이 좋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 특히 좋은 점은 ‘일하는 방식’이 저와 잘 맞는다는 거예요.


Q. 일하는 방식이 잘 맞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제가 혼자서 맞춰가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이 저와 맞춰가 주신다는 점이에요. 저희는 ‘버크만’이라는 진단 도구를 활용해서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는데, 그걸 통해 시니어분들이 저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그 배려를 느껴요.


예를 들어, 저는 회의할 때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시너지가 생기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불필요한 회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희 팀에서는 회의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도출해요. 서로 맞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어서, 그게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일이자 잘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것 같아요.


* 버크만 검사(Birkman Method): 개인의 성격, 동기, 대인관계 스타일,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을 평가하는 심리검사.


Q. 조직 문화라는 게 단순히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계속 변화해야 하는 영역이잖아요. 특히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변화도 반영해야 하는 직무인데,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 회의 같은 게 많을 것 같아요.

A. 생각보다 저희 회사에서는 회의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이전에 부산에서 일할 때는 하루에 3시간 이상 회의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때는 서비스 기획을 했었고,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회의가 많았죠. 지금은 상대적으로 회의가 적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제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단계가 아니라, 시니어분들이 하시는 걸 보조하는 역할이라서 그런 것도 있을 거예요. 회의보다는 주어진 방향을 따라가는 일이 더 많아요.


Q. 아직은 서브지만 점점 메인으로 발전하면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겠네요.

A. 맞아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서브이긴 하지만, M 시니어 님이 권한을 많이 주세요. 감사하게도 제 연차에 비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주시는데, 덕분에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요. 그 부분이 정말 좋아요.


Q. 얻어가시는 게 정말 많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힘들 때는 없으세요?

A. 저는 사실 힘든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힘든 것과 얻어가는 건 별개라고 생각하고요. 자전거를 타거나 배구 연습할 때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걸 즐기거든요.


Q. 누군가 보기엔 극한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본인에게는 오히려 최적의 상태인가 보네요.

A. 네, 맞아요. 극한이긴 하지만, 그걸 즐기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힘든 과정을 견디는 게 오히려 시너지가 되기도 하거든요.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들을 한 사이클 경험해 보면서, 단기적으로는 이 업무를 완벽하게 해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오너가 되는 게 목표라고 하셨고요. 그렇다면 중기적인 목표는 어떤가요?

A. 중기적인 목표는 아직 딱 떠오르는 게 없어요. 사실 제가 사업을 하고 싶은 이유는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서예요. 본가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거든요. 서울에는 없는 여유가 고향에는 있어요.


Q. ‘나의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는 느낌인가요?

A. 맞아요.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더 여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추가로 나가는 비용도 적고, 삶 자체가 더 여유로워질 수 있죠. 그리고 현실적으로 거기서 살려면 일자리가 필요한데, 그게 없어서 서울로 나온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오너가 되면, 거기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만약 그런 여건이 자연스럽게 갖춰진다면, 굳이 사업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Q. 사업을 하려면 결국 아이템이 명확해야 하는데, 이미 구상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나요?

A. 네,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어요.


Q.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아이템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A.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언젠가 워케이션 사업을 하고 싶어요.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 가장 좋은 점은 밀양에서 서울에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럼 지금은 서울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내려갈 계획이시겠네요.

A. 맞아요.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최대한 많이 쌓고 내려가려고 해요.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기가 쉽지 않은데요. 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밀양에서는 그런 업무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어디서든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가치를 실현하는 직업: 행동은 바뀌지만 본질은 그대로

Q. 재현 님이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한 건 ‘어떤 직업이냐’보다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이냐’인 것 같아요.

A. 맞아요. 저는 코미디언을 꿈꿨을 때도 웃음을 통해 행복을 주고 싶었고, 영화감독을 꿈꿨을 때도 감동을 통해 행복을 주고 싶었어요. 중요한 건 코미디언이냐, 영화감독이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이냐였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의사가 된다면 단순히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게 중요한 건 직업이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예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 인생에서 여러 번 장래 희망이 바뀌었지만, 행복을 주고 싶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어요. 현재 행복을 주는 최적의 수단이 조직 문화 담당자일 뿐이에요.


Q. 저희는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잖아요.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사람의 선천적인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하고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성향이나 행동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A. 저도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만약 변했다고 생각한다면, 결국엔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여전히 낯을 가려요. 하지만 용기를 냈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그걸 감수하고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거죠.


Q. 재현 님의 예로 들면, 결국 낯가리는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행동은 바뀔 수 있다는 거네요?

A. 네. 남들이 보기엔 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본래 기질은 그대 로고, 단지 행동 방식을 바꿨을 뿐이에요.


Q. 그러면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던 경험도 같은 맥락이겠네요?

A. 맞아요. 예전에 공원에 앉아 있다가 외국인 두 명이 있는 걸 보고, "한번 가서 말 걸어볼까?" 하고 다가간 적이 있어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예전이었다면 그런 시도를 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Q. 그런데 결국 해보셨잖아요?

A. 네, 그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외에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 번 경험을 해보니, “아, 이 정도 영어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죠.


Q.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편이세요?

A. 전혀요. 오히려 제 영어는 정말 기본적인 수준이에요. 하지만 단순한 단어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는 걸 배웠어요. 같이 배구하는 후배 중에 굉장히 똘똘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저보고 그러더라고요.


"형, 형이 쓰는 영어 되게 단순한데, 대화가 다 되네?"


저는 어려운 말은 전혀 안 써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이 가능하다는 거죠.


Q. 결국 중요한 건 유창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 앞서 말씀하셨던 소통을 시도하는 용기였네요.

A. 맞아요. 결국 한마디 하는 게 용기죠. 그리고 한 번 말을 걸어보면, 상대방도 반응해 주고, 그때부터는 훨씬 편해져요.


정리하면, 저의 기질(낯가림)은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행동을 바꿔가면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변화가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믿어요.


새로운 도전과 성장: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Q. 최근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계시잖아요. 글쓰기는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A. 오래전부터 썼어요. 어렸을 때부터 일기는 안 썼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많이 남겼어요. 마치 ‘생각 창고’처럼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냥 적어두고, 언젠가 쓰겠지 하면서 모아둔 글도 많아요.


Q. 책을 읽을 때도 글을 쓰듯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는 스타일인가요?

A. 네, 책을 읽을 때 한 페이지 읽는 데 오래 걸려요. 딴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읽다가 파생된 생각들이 가지를 치면서 연결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속독 같은 게 유행했을 때 좀 스트레스받았어요. 전 빨리 읽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가지치기하면서 읽는 게 더 좋았어요.


Q. 그러면 책을 읽을 때 꼭꼭 씹어서 이해하려고 하시는 편이네요?

A. 맞아요. 이해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못 넘어가요.


Q. 글쓰기도 그런 스타일이실까요?

A. 글쓰기는 좀 달라요. 처음에는 막 쓰는데, 다시 읽으면 마음에 안 들어서 고치고 싶어 져요. 그런데 문제는, 한 번 고치기 시작하면 처음의 생각이 사라져 버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원래 날것 그대로 두고 싶어요. 편집을 누군가 대신해 줬으면 좋겠어요.


Q. 그래서 최근 블로그에 올리시는 글들도 되도록 손을 덜 보고 올리시는 거군요?

A. 맞아요. 그냥 반복되는 표현 정도만 정리하고 그대로 올려요.


Q. 처음에는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쓰셨다고 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올리시는 것 같아요. 변화가 있었나요?

A. 네, 처음에는 주제를 정해놓고 그 틀 안에서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쓰다 보면 생각이 계속 다른 방향으로 새요. 마치 책을 읽다가 딴생각이 드는 것처럼, 글을 쓰면서도 가지를 치는 거죠. 그래서 결국엔 틀을 깨고 자유롭게 쓰기로 했어요.


Q. 그러면 글을 쓰시다가 생각이 너무 많이 뻗어나가서 정리가 어려운 경우도 있으시겠네요.

A. 맞아요. 원래 의도한 결론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해요. 그렇다고 중간에 잘라서 올리기엔 내용이 부실해지고, 보충하려고 하면 애매해지죠. 그래서 결국 그런 글들은 보류 상태로 남아 있어요.


Q.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신 편인가요?

A. 네, 제 기준에서는 꽤 높아요. 스스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Q. 그런데 사실은 잘하시는 게 많은 것 같아요.

A. 저는 다양한 걸 시도하다 보니 할 줄 아는 게 많아요. 하지만 그걸 스페셜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부족한 편이에요. 그런데 인사팀에서는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죠. 코딩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초보지만, 비개발자 사이에서는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Q. 결국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고 느끼시는군요.

A. 네, 저는 완전히 제너럴리스트예요.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지만, ‘이걸 완벽하게 잘한다’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Q. 그런데 조직 문화에서는 좀 더 스페셜한 방향으로 가보고 싶다고 하셨죠?

A. 맞아요. 조직 문화만큼은 스페셜하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항상 제너럴 하게 살아왔지만, 이번엔 다르게 가보려고요. M 시니어 님께서 저에게 “CA 마스터가 돼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만약 제가 정말 CA 마스터가 된다면, 이 분야에서 확실히 뾰족한 강점을 가질 수 있겠죠.


* CA(Change Agent): 조직 내 변화를 주도하고 문화나 가치를 전파하는 역할.

변화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새로운 조직문화, 전략,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다.


Q. 어느 정도 경험을 쌓으면, 나중에는 스스로 조직 문화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도 있겠네요?

A. 네, 궁극적으로는 제가 어디에서든 CA를 직접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니어님이 없더라도, 혼자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요.


Q. 재현 님은 새로운 일이 주어질 때 두려움을 느끼시는 편인가요?

A. 저는 두려운 걸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있어요. 새로운 걸 접하면 “오! 이거 재밌겠다!” 하면서 도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 덕분에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크신 거네요.

A. 맞아요. 그래서 뭐든 해보려고 해요.


Q. 그래도 정말 흥미가 안 생기는 분야도 있지 않나요?

A. 그게 제일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특별히 싫어하는 게 없어요.


Q. 모든 걸 흡수할 수 있는 스타일이군요. 스펀지처럼요.

A. 다 흡수한다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다 보니까 시도하는 데 대한 장벽이 낮아요. 보통 사람들보다 새로운 걸 시작하는 기준이 낮은 편이에요.


Q. 어렸을 때부터 그런 성향이었나요?

A. 네, 어렸을 때부터 사람도 좋아했고, 뭘 하자고 하면 “할게요.”라고 하는 편이었어요. 누군가 하기 싫어하면 “그럼 내가 할게.”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양한 걸 시도하게 됐고, 막상 해보면 재밌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더 여러 가지를 해보는 성향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Q. 그럼 어릴 때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과 지금 모습이 많이 다른가요? 아니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나요?

A. 사람들은 저를 보고 변한 게 없다고 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너는 영판(완전히) 그대로야.”라고 말하거든요.


Q.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도 계속 지금과 비슷한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A.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피터팬을 좋아하는데, 피터팬이 날 수 있는 이유는 ‘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그런 동심을 가지고 싶어요. 계속 꿈을 꾸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싶어요.


자전거 일주 중, 제주도 함덕해수욕장, Photo By. 재현 님


기억 속에서 이어지는 삶: 행복을 남기는 존재

Q. 그럼에도 언젠가는 죽게 되잖아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A. 사실 이 질문은 좀 어려웠어요. 처음엔 막연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냥 기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Q. 그렇다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A. 그냥 저 자체로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저를 떠올렸을 때, “아, 박재현?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지.” 이렇게 기억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저만의 컬처덱을 만들고 싶어요.


Q. 결국, 본인이 가장 추구했던 행복을 타인들도 느끼고, 그렇게 기억되길 바라는 거네요. ‘행복’이 재현 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처럼요.

A. 맞아요. 저는 단순히 저만 행복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죽음이라는 건 결국 ‘기억’의 문제인 것 같아요. 사람이 죽더라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진짜로 죽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Q. 그럼 어렸을 때 초등학생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만든 계기가 된 건가요? 어릴 때는 몰랐을 수도 있지만,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걸까요?

A. 네, 철학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기억되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은 육체적으로는 죽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그러니까 육체적인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기억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A. 맞아요.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갈 거예요. 마치 영웅이 세대교체를 하는 것처럼요.


예를 들어, 예전의 캡틴 아메리카는 스티브 로저스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이 등장했잖아요. 그렇게 저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사라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Q. 결국, 완전히 다른 사람이더라도, 그 정신이나 가치가 연결될 수 있다는 거죠? 본인이 직접 존재하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그 정신이 남아 있다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거군요.


A. 그렇죠. 캡틴 아메리카가 바뀌었어도, 그 가치와 연결고리는 남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캡틴 아메리카는 죽지 않았다고 볼 수 있죠. 결국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거예요.


행복을 설계하는 삶: 균형 속에서 길을 찾다

Q. 재현 님을 보면, 결국 본인을 본인답게 만드는 건 ‘행복을 추구하는 확신’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네, 저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그 결론을 ‘행복’으로 내렸어요.


Q. 그렇다면 재현 님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지금 떠오르는 건 ‘8시간’이에요.


일하는 8시간을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이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겠지만,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현재 재현 님의 인생이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어떤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으세요?

A. 이 질문 너무 좋네요. 제 삶을 프로젝트로 정의하는 거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 중 하나가 ‘행복 방정식’을 완성하는 것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행복하게 살아왔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너는 정말 행복해 보인다.”라고 자주 말했어요. 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행복을 하나의 방식으로 정리해서 더 많은 사람이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현재 진행 중인 또 다른 과정은 ‘행복하게 일하는 법’에 대한 연구예요. 사람들이 하루 8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행복이 따라오지 않을까요? (웃음)


Q. 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느껴져요. 단순히 삶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행복을 실현하려고 하시네요.

A. 네, 저는 일도 결국 행복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앞으로 조직문화 변화관리 담당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싶으세요?

A. 저는 결국 회사와 직원이 모두 행복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직원들의 편만 들 수도 없고, 회사 입장만 대변할 수도 없잖아요.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게 제 일이겠죠.


그래서 단순히 정책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회사의 방향을 설명하고, 회사도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단순히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 자체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Q. 결국 본질적인 목표는 변하지 않는 거네요.

A. 네, 저는 결국 행복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그게 개인적인 삶에서든, 직장에서든, 제가 하는 모든 일에서요. (웃음)


지리산 정상, Photo By. 재현 님






재현 님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다. 빠르게 무언가를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의 방식으로 단단하게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그의 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며, 그 안에서 사람들과 연결되고,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일하는 8시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라는 시간을 누군가에게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위로가 되었다.


앞으로 재현 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그의 중심에는 늘 '행복'이라는 따뜻한 기준이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다음 이야기가 더없이 궁금하고, 또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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