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산업, 다양한 규모의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일하는지 궁금했고, 그 답을 찾고자 W사에서 진행하는 <노무> 교육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2주 차 수업에서 우연히 승화 님이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이 우리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처음 나눈 대화에서 느꼈던 건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선 ‘사람을 끌어당기는 에너지’였다. 그는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강점을 찾아내고 인정해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받았던 칭찬들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나 자신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면을 조명해 주는 것이었고, 그게 내게 때로는 큰 힘이 되기도 했다.
두 번째 교육인 <커리어 브랜딩> 과정도 함께 이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내가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승화 님도 흥미를 보여주셨다. 그의 이야기와 가치관을 글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단순히 직무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가 쌓아온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그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더 깊이 알고 싶었다.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성장한다’는 그의 철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듣고 싶었다.
Q. 첫 질문은 간단하게 드리고자 해요. 다음 달에 결혼 예정이시잖아요. 우선 축하드려요! 설레는 순간이 많으실 것 같은데, 결혼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사실 저는 결혼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연애도 편하지 않았고, 그냥 강아지 키우면서 건강한 할머니가 되자는 생각으로 살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저와는 다르게 그는 연애를 할 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었거든요.
Q. 처음부터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셨나요?
A. 전혀요. 저희는 2023년 7월에 만났으니 아직 오래된 관계는 아니에요. 저는 연애를 할 때 결혼까지 깊이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 커플링을 맞추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자친구가 “2년은 끼겠지.”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2년이나 끼겠다고?!”라며 화를 냈어요. (웃음) 그 과정에서 제가 이미 그 사람과 금방 결혼할 거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Q.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A.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확신이 쌓였어요. 저는 결혼을 하면 행복한 일보다는 문제를 더 많이 마주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님도 나이 드시고, 강아지도 의료비가 많이 들 테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도 많겠죠. 그런데 이 친구라면 그 모든 문제를 함께 대화하며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신뢰가 결국 확신이 되었어요.
Q. 결혼을 앞둔 지금, 어떤 마음이 드세요?
A. 설렘보다는 ‘같이 살아갈 파트너를 찾았다’는 느낌이 커요. 저는 결혼을 인생의 완성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동료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연애 때와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다짐이 생겨요.
Q. 앞서 본가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결혼 후에 데려올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처음부터 데려올 생각은 없었는데, 상견례 때 작은 해프닝이 있었어요.
Q. 상견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A. 저희가 상견례에서 PPT 발표를 했거든요. 서로 어떻게 만났고, 상대방의 어떤 점이 좋은지 등을 정리해서 보여드렸어요. 연애할 때 찍었던 사진과 영상도 넣어서 준비했죠. 다들 진지하게 보시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잠깐 스톱.” 하시는 모습을 보고, “이게 바로 드라마 같은 상견례인가.”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또또는 너희가 데려갈 수 없다. 데려갈 생각하지 말아라!”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Q. 원래 데려올 생각이 없으셨던 거죠?
A. 네, 저희도 강아지는 본가에서 계속 함께할 거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아버지가 확실하게 못 박으시길래 “걱정 마세요, 안 그럴 거예요.”라고 말씀드렸죠.
Q. 그럼 결혼 후에 새로운 반려견을 맞이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A. 그러고 싶어요. 저는 입양을 하고 싶거든요. 사 오는 건 생각도 안 하고 있고요. 다행히 남자친구도 같은 생각이라 의견이 잘 맞아요.
Q. 입양이 쉽지 않잖아요. 준비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A. 맞아요, 입양도 인연이 닿아야 하는 일이니까요. 어디서 좋은 입양처를 찾을지 고민도 되고, 여러 조건도 고려해야 해요. 그래도 남자친구가 저희 집 강아지와 친해지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이 생긴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인연이 닿으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이제 곧 새로운 가정을 꾸리시게 되는데, 실감이 나시나요?
A. 사실 아직 실감이 확 오지는 않아요. 조금 무서운 부분도 있어요. 특히 경제적인 부분이요. 저희가 ‘가정의 리더는 한 명이어야 한다’고 정했는데, 그 역할을 제가 맡기로 했어요. 사실 리더라기보다는 남자친구가 양보해 준 거죠. 저는 일하면서 경제나 재무 관련된 부분을 배웠지만, 실제 가정에서 세무나 절약, 투자, 관리 같은 걸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직은 좀 불안해요. 그래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워가겠죠.
Q.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그런 시행착오가 있었나요?
A. 네, 저는 뭔가 실행력이 빠른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면, 청첩장도 우리가 직접 만들고, 영상도 직접 편집해서 보내자고 했어요. 제가 벌꿀오소리 스타일이라서 시간이 없을 뿐이지, 일단 하기로 하면 착착 진행하거든요. 반면, 남자친구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철저히 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죠. 이게 서로 보완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요.
Q. 그런 성향 차이 때문에 부딪히기도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조율하고 계세요?
A. 처음엔 많이 부딪혔어요. 하지만 요즘은 ‘숨기지 않고 대화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말투가 직설적인 편인데, 남자친구는 다정한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무심코 한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나 화난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라고 먼저 말해주거나, 반대로 남자친구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 “어? 지금 나한테 화낸 거야?”라고 묻고, 서로 오해를 바로 풀려고 해요.
Q. 결혼을 준비하면서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 더 많이 배우셨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저는 원래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된다.”는 마인드인데, 결혼 준비를 하면서 보니 가정에서의 문제 해결 방식은 일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회사에서는 문제 발생 → 해결책 모색 → 실행으로 끝나지만,
부부 사이에서는 감정이 개입되니까 단순한 해결이 아니라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지금은 그 부분을 배우는 과정 같아요.
Q.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서로 숨기지 않고 대화하는 것’이요. 결국 부부도 팀이고, 같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연애와 결혼은 다르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많은 문제를 마주하겠지만, 그때마다 함께 대화하고 조율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Q. 결혼을 준비하면서 두 분의 성향이 비슷하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공통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성격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소통 방식에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껴요.
Q. 어떤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A. 저는 원래 혼자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예전에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게 무슨 뜻이지? 왜 이렇게 말했을까?’ 하고 계속 곱씹곤 했죠. 그런데 일하면서 깨달았어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묻는 게 훨씬 낫다는 걸요. 그래서 요즘은 헷갈릴 때 바로 물어보려고 해요. “지금 이 말의 의미가 이런가요?”, “혹시 제가 뭔가 불편하게 했나요?” 이렇게 솔직하게 묻는 게 제 방식이 됐어요.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 다르게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이야기해야지.” 하고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이야기하려고 해요.
Q. 성격적으로는 차이가 좀 있으신가요?
A. 네, 성격은 엄청 달라요. 저의 MBTI는 ENFP이지만 T(사고형) 성향도 있는 반면, 남자친구는 완전히 F(감정형)이에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남자친구와 함께 있으면 저도 모르게 더 논리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남자친구가 감정적으로 몰입할 때 저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마치 감정을 가라앉히는 ‘구급대원 모드’처럼요.
Q. 상대에 따라 소통 방식도 달라지는 편인가요?
A. 네, 상대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예민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이 말의 의미가 뭐야?”라고 바로 물으면 오히려 싸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또, 회사에서 상사가 뭔가를 말했을 때, 바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면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
그래서 기본 원칙은 ‘솔직하게 대화하기’이지만, 상황에 맞게 방식을 조절하려고 해요.
Q. 결국 대화의 핵심 원칙은 무엇인가요?
A. 저는 ‘나를 위해 투명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말이라는 게 너무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명확하게 이야기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려고 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 연습하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Q. 쉽지 않은 과정이겠네요.
A.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말을 잘못하면 오해를 사기 쉽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도 중요한 건, 결국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거죠. 앞으로도 꾸준히 대화를 잘 이어가는 게 저희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아요.
Q.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그 사람의 강점이나 특성을 굉장히 잘 읽어내시는 것 같아요. 칭찬을 받을 때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장점을 이렇게 봐주시는구나.’ 하고 느낀 적이 많았어요. 이건 선천적인 능력일까요, 아니면 경험을 통해 얻어진 걸까요?
A. 둘 다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걸 좋아했어요. 엄마가 외가 식구들 만날 때마다 저를 데리고 가면 창피하다고 하셨거든요. 사방천지에 인사를 하고 다닌다고요. (웃음) 저는 그냥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았어요.
Q. 어릴 때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군요. 그런데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상대의 감정이나 강점을 구체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은 노력한다고 쉽게 가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A. 어느 정도는 타고난 성향이겠지만, 대학원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때 크게 좌절하면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장점이 더 크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인사 업무를 하면서 그 능력이 더 발전한 것 같아요. 면접을 볼 때, 직원들과 대화할 때, 리더들과 논의할 때 이 사람이 가진 강점이 뭔지 계속 고민하게 돼요. 단순히 혼자 생각하는 게 아니라 리더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서로의 시각을 공유하는 과정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점점 더 사람을 보는 눈이 길러졌어요.
Q. 본래 사람과의 소통을 즐기는 성향과, 경험을 통해 얻어진 통찰력이 결합된 결과군요.
A. 네,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좋아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다 보니 더 잘 보이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부터 특별한 능력이 있었던 건 아니고, ‘더 잘 보려고 노력한 것’이 조금씩 누적되면서 지금처럼 된 것 같아요.
Q. 상대방의 필요나 특성을 굉장히 잘 파악하시는 편인데, 결국 본인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히 높을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서도 명확한 파악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상대의 장점을 말할 때 항상 조심스러워요. 내가 보기에 장점이라고 해도, 그 사람에게는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말할 때 늘 조심하려고 해요. 이게 ‘메타인지’라기보다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계속된 결과 같아요.
Q. 완벽주의적인 성향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겠네요.
A. 네, 어릴 때부터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안에서 ‘이것만큼은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어요.
Q.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요?
A. 첫 번째는 적응력이에요. 새로운 환경에 가면 일단 부딪혀 보는 스타일이라, 어디서든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에요.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그 방식에 맞춰 움직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죠.
두 번째는 상대방의 니즈를 우선으로 둔다는 점이에요. 제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그게 일이든 관계든 마찬가지예요. 상대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해야, 저도 그에 맞춰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결국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상호 보완’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되는 것 같네요.
A. 그렇죠.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서로를 보완하면서 함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 부분을 계속 배워가고 있는 중이에요.
Q. 저희가 처음 알게 된 계기가 노무 교육 과정이었잖아요. 그런데 처음부터 HR을 하신 건 아니라고 하셨죠?
A. 네, 처음부터 HR을 했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원래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다가 국문학과로 전공을 바꿨고, 이후에는 행사 기획을 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다니던 회사가 행사 기획사였는데,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사업이 거의 셧다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함께 일했던 분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저한테 연락을 주셨고, 자연스럽게 HR을 맡게 됐어요.
Q. 처음에는 HR을 선택한 게 아니라 주어진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전환된 거군요.
A. 네, 처음에는 5인 미만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인사와 총무를 함께 맡았어요. 처음엔 그냥 주어진 일을 한다는 마음이 컸는데, 여러 번 직무 전환 제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인사 업무를 선택했어요. 마케팅이나 기획으로 옮길 기회도 있었지만, 저는 결국 HR이 저한테 더 맞는 일이라고 느꼈거든요.
Q. HR이 맞다고 느꼈던 이유가 있을까요?
A. 제가 행사 기획을 좋아했던 이유는 성취가 빠르게 돌아오기 때문이었어요. 하나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바로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행사 기획에서 제가 가장 보람을 느꼈던 부분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협력해서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었어요.
HR도 저한테는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회사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일하잖아요. 그런데 HR은 그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의 원칙과 프로세스 안에서 조율하고,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에요. 저는 이게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하지만 인사 업무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A. 물론 있었어요. 사실 HR을 평생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행사 기획을 하면서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던 시기가 있었어요. 아무리 제안해도 바뀌지 않는 환경 속에서 “내가 대체 뭘 하고 싶은 사람이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그때 강점 찾기 워크숍, 인생학교, 단기 수업 같은 걸 찾아다녔고, 심지어 티 소믈리에 자격증도 따고 꽃꽂이도 배워봤어요. 그런데 결국 제가 찾은 답은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Q. 그래서 HR이라는 직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더 중요한 거군요.
A. 맞아요. 저는 HR이라는 직무 자체가 평생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계속 함께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건 ‘혼자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누군가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그래서 최근에는 강점 진단 관련 자격증도 고민하고 있고, MBTI 같은 심리 분석 도구도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그냥 무료로 받아보던 리포트였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디브리핑을 받아보니까 그 깊이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결국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해야, 다른 사람도 더 잘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결국 현재의 일을 기반으로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네요.
A. 네,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HR을 하고 있지만, 이게 점점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더 넓은 방향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커리어도 그렇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다 자산이 될 거라고 믿어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것 같네요.
A. 저는 ‘성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계속 배워나가려고 해요.
Q. 그렇다면 ‘성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실 저는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예전에 돌아가신 대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게 안타깝다면 네가 성공해야 한다. 네가 가진 자산과 힘이 있어야 새로운 사람들을 키워줄 수 있다.”
처음엔 이 말을 듣고 ‘성공이란 결국 자본과 권력을 가지는 것인가?’ 싶었어요. 하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었어요. 성공이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Q. 성공을 통해 영향력을 가진다면, 그걸 어떻게 활용하고 싶으세요?
A. 저는 결국 ‘누군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도움을 주고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태도예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도와줬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이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어요. 오히려 배신을 당할 수도 있고, 도움을 줬음에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저는 누군가를 도울 때, 그게 꼭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냥 내가 줄 수 있는 걸 주고, 그게 어떻게 흘러갈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더 건강한 태도인 것 같아요.
Q. 성공이 정보와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A. 네. 과거에는 정보가 비교적 평등하게 열려 있었다면, 이제는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는지가 경제적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유용한 정보가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되다가 점점 유료화되면서 특정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AI 기술도 마찬가지예요. 기본적인 기능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더 좋은 모델, 더 정교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결국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잖아요.
이런 상황을 보면, 정보 격차가 단순한 ‘편리함’의 차이가 아니라 실질적인 자산과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씁쓸해요.
Q. 그렇다면, 성공과 영향력에 대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시도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걸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도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좋은 정보를 나누거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앞으로도 저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성공을 나누고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Q. 만약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경험, 삶의 태도 등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떠실 것 같아요? (단, 자본 같은 물질적인 것은 유지된다고 가정하고요.)
A. 우선, 결혼은 해야죠. (웃음) 그리고 나머지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겠죠.
다시 시작한다면, 새로운 배움을 찾아 나설 것 같아요. 문화센터를 다니고, 책을 읽고, 직접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다시 만들어가는 거죠. 어쩌면 처음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 중에서 불필요했던 것들을 정리할 기회일 수도 있어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잃어버린 시간과 경험이 너무 아깝겠지만, 후회한다고 돌아오지는 않으니까 다시 새롭게 해 나가야죠.
Q.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으세요?
A. 저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하거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분명히 올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때 얼마나 빨리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짜증이 나면 왜 그런지 스스로 질문해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빠르게 해결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요.
결국 완벽한 삶이란 없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Q.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주 내시는 것 같아요.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A. 저는 특별히 창의적이라기보다는, “이거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은 게 있으면 실행하는 편이에요. 재미가 없으면 관심이 잘 가지 않거든요.
일상에서 떠오르는 사소한 아이디어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가게에 들어가서 “이 음악이 너무 크네. 소리를 조절하면 더 좋지 않을까?”, “이 공간을 이렇게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죠. 이런 작은 호기심들이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항상 쉽게 실행되는 건 아니에요. 이번에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포기한 것도 많아요.
Q. 결혼식에서 시도해 보고 싶었던 아이디어는 어떤 것들이었나요?
A. “결혼식도 내 스타일대로 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신부 대기실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손님들과 먼저 인사하고 같이 사진도 찍고 싶었어요. 하지만 드레스 손상 문제나 동선이 복잡해진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더라고요.
또, 보통 신랑·신부가 식이 끝난 후에 따로 사진을 찍는데, 저는 연회장에서 다 함께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래도 결혼식장에서 정식 촬영을 하는 게 좋겠다.”라고 해서 결국 타협했죠. 대신 아이돌 콘서트에서 단체 사진 찍는 방식을 참고해서 새로운 촬영 방식을 도입해 보려고 해요.
Q. 결국 핵심은 ‘재미’인가요?
A. 네, 저는 뭔가를 할 때 “이게 재미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요. 재미있으면 끝까지 몰입해서 하고, 재미없으면 최대한 빨리 해치우려고 해요. 남자친구가 가끔 “재미없어도 해야지.”라고 하지만, 저는 재미가 있어야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결국 “이거 왜 이렇지?” 하고 호기심이 생길 때예요. “이걸 다르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들면,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실행하고 싶어지는 거죠.
Q. 반면에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동기를 유지하세요?
A. 솔직히 저도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감정이 다운될 때가 많아요. 예전에는 감정이 태도로 바로 드러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이 감정이 어디서 오는 걸까?”를 먼저 생각해 보려고 해요.
단순히 지쳐서 짜증이 난 걸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일까?
상대방이 내 기대만큼 반응해 주지 않아서일까?
이렇게 질문을 해보면, 결국 제 감정이 상대 때문이 아니라 제 기대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Q. 감정을 조절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A. 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혼자 산책을 하거나, 편의점에서 음료 하나 사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일이 지체될 때는 무조건 빠르게 끝내버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오래 붙잡고 있으면 더 스트레스가 쌓이거든요. “일단 끝내고 나중에 수정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해결하려고 해요.
또, 저는 덜렁대는 편이라서 작업할 때 중간보고를 자주 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작은 일이라도 중간에 점검하면 실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방지할 수 있더라고요.
Q. 독서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트레바리에 남기신 소감이나 브런치에서 공유하신 글을 보면 글도 꾸준히 써오신 것 같고요. 평소에 독서와 글쓰기는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A.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목표는 최소 주 1회 글쓰기이고, 트레바리에서는 책 요약이라도 해서 주 4회 정도 글을 올리기로 약속했어요.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있고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는 건 항상 어렵고 부담스러워요. 글을 올릴 때마다 “이게 무의미한 글이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누군가가 반박하면 어쩌지?” 같은 고민이 들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익명으로 글을 올리거나 뉴스레터처럼 개인적으로 발행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일단 꾸준히 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자고 생각하면서요.
Q. 완벽하게 쓰려는 부담감이 글쓰기를 망설이게 만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저는 ‘최대한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도 간단한 요약이 아니라 ‘완전히 이해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글을 미루게 되고, 결국 못 쓰는 경우도 많았어요.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일단 쓰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나중에 수정하면 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하니까 글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Q. 트레바리 활동이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A. 네, 트레바리에서 만난 분들 덕분에 용기를 내게 됐어요. 특히 T 님은 처음엔 링크드인을 안 하셨다가 트레바리 활동을 계기로 시작하셨는데, 지금은 거의 매일 기록을 남기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Q. 그래도 꾸준히 하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어떻게 동기를 유지하세요?
A. 저도 작심삼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어요. (웃음) 그래서 저 자신을 움직이게 할 수 있도록 장치를 계속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트레바리에서는 “주 4회 글을 올리겠다.”라고 공약을 했어요. 스스로 한 약속이니까 하기 싫어도 하게 되더라고요. 뉴스레터를 익명으로 발행하는 것도 부담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였고요.
요즘은 ‘많이 쓰고, 나중에 수정하면 된다’는 태도로 바뀌었어요. 아무리 완벽하게 쓰려고 해도 결국 계속 다듬어야 하잖아요. 이걸 알게 되니까 조금 더 편해졌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순간이 있지 않나요?
A. 그럼요. 여전히 글을 올릴 때마다 “이게 무의미한 글이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이 들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어요. 사실 내가 쓴 글이 논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거든요.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거니까"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부담을 느끼는 순간도 많지만, 결국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Q.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실 계획이신가요?
A. 네,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싶어요. 특히 뉴스레터 같은 형태로 일관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책을 읽고 정리하는 과정도 더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요. 지금은 트레바리를 통해 강제적으로 쓰고 있지만, 나중에는 내가 읽은 책과 생각을 정리하는 나만의 방식을 찾고 싶어요.
Q.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에요?
A. “완벽할 필요는 없고, 일단 쓰고 수정하면 된다.”
예전에는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일단 써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쓴 게 아니잖아요. 저도 완벽하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긴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려고 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글쓰기가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질 거라고 믿어요.
Q. 지금까지 이야기해 주신 걸 보면, 사람들과의 연결점도 중요하고, 본인의 성장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예전에 면접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인생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가치를 말해보세요.” 그런데 다섯 개까지는 기억이 안 나고, 확실하게 이야기했던 건 성장, 건강, 가족이었어요.
Q. 이 세 가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저는 고여 있는 상태로는 제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삶은 액티브하고, 선택권이 있는 삶이에요. 기회가 주어지면 잡을 수 있고, 기회가 없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건강과 가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 같아요. 내가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기본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가족이 든든한 기반이 되어야 하니까요. 이 세 가지가 저한테는 삶의 중심축 같은 존재예요.
Q. 꼭짓점이 있는 삼각형 구조처럼 정해진 프레임 같네요.
A. 맞아요. 마치 트라이앵글(Triangle)처럼요. ‘성장, 건강, 가족’이 세 꼭짓점이 있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펼쳐지는 느낌이에요.
Q. 재미있는 게, 철학에서도 이런 삼각 구조가 많이 등장하잖아요.
A. 그렇죠.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3요소도 있고,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욕망의 삼각형도 그렇고요. 왜 다들 3개를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웃음)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레토리카) 3요소
- 에토스(Ethos): 신뢰와 인격, 화자의 도덕성과 신뢰도를 기반으로 한 설득
- 파토스(Pathos): 감정적 호소, 청중의 감정을 움직이는 요소
- 로고스(Logos): 논리와 이성, 논리적인 증거와 합리적 주장을 통한 설득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욕망의 삼각형
- 주체(Desiring Subject): 욕망하는 주체(즉, ‘나’)
- 대상(Object of Desire): 욕망의 대상(주체가 원하는 것)
- 타자(Other): 욕망의 매개자(주체가 욕망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존재)
Q. 아마도 숫자 3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지 않을까요? 어디서 본 건데, 숫자 9가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의 수로 가장 완벽한 숫자래요. 그런데 9는 3의 배수이고, 그래서 3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숫자로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질문이나 답변을 할 때에도 ‘첫째, 둘째, 셋째’로 정리하는 게 익숙하잖아요.
이처럼 승화 님도 결국 ‘성장, 건강, 가족’이라는 삼각형 안에서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 가시는 거네요.
A.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는 이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경험도 결국 이 안에서 쌓여왔고, 앞으로도 어떤 길을 걷든 이 가치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Q. 삶에서 가장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A. 아무래도 부모님이 가장 큰 영향을 주셨죠. 하지만 그 외에도 제 삶에 중요한 변화를 주었던 사람들이 몇 명 있어요.
1️⃣ 대학교 때 친구
저는 원래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항상 스스로를 압박하고 조급해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완전히 반대였어요. 느긋하고, “그냥 하면 되지.”라는 태도로 사는 사람이었어요. 그 친구를 보면서 “조금 여유롭게 살아도 되는구나.”, “모든 걸 완벽하게 해야만 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걸 배웠어요.
2️⃣ 학교 상담실에서 만난 상담 선생님
제가 가진 두려움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네가 두려워하는 게 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데?” 같은 질문을 통해 불안과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이 연습이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3️⃣ 대학원에서의 경험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학원 시절에 많이 무너졌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삶은 뭘까?”, “이 힘든 경험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고, 결국 스스로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어요.
4️⃣ 회사에서 만난 팀장님 두 분
제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짚어주신 분들이었어요. 특히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먼저 경영진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라는 조언이 인상 깊었어요. 단순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조직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5️⃣ 해외 경험이 많았던 대표님
저에게 “너는 한국에서 살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더 넓은 세계를 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제 가능성을 한국이라는 좁은 틀 안에서만 생각하지 않도록 시야를 열어주신 분이었어요. 덕분에 저는 “사람은 한계를 정하지 않으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6️⃣ 트레바리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비난 없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곳. 함께 고민하고, 경험을 나누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저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줬어요. 특히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기회와 도움을 서로 제안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Q. 다양한 분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셨네요. 그럼 반대로, 승화 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으세요?
A. 저는 사람들이 자기 하고 싶은 걸 찾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꼭 적극적으로 끌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저 사람이 저렇게 사는 걸 보니까,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저는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나도 자연스럽게 읽게 되듯이, 주변과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제가 주고 싶은 영향은 단순해요.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하는 용기를 주는 사람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사람
주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사람
결국,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니라, 주변과 함께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웃음)
Q. 어렸을 때 상상했던 ‘승화 님의 미래’와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A. 완전히 다르죠. (웃음) 24살이 되면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정장 미니 스커트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출근할 줄 알았어요.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안정돼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어디 아프다고 하면 “빨리 대학병원 가!” 하면서 쿨하게 지원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저는 뭔가 도시적인 ‘깍쟁이 커리어우먼’ 스타일이 되어 있을 줄 알았어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일 잘하고,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는 여자’ 같은 캐릭터 있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한숨) 맨날 배우고, 혼나고, 실수하고, 시행착오 겪고… (웃픈)
Q. 지금의 승화 님은 어떤 모습인 것 같나요?
A.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고,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도 크고, 무한 긍정이 기본 장착된 타입이랄까요. 하지만 동시에, 제가 생각했던 ‘성공한 커리어우먼’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계속 배우면서 성장하는 과정 중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뭔가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아직도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인 거죠.
Q. 그럼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아니면 여전히 어린 시절의 이상을 꿈꾸고 있나요?
A. 솔직히 말하면, 둘 다 있어요. 예전에는 “나는 이 나이쯤 되면 이런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하고 기대했던 게 있었고, 지금의 현실은 “어? 아니네? 아직도 갈 길이 멀잖아?” 싶은 순간들이 많죠.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어린 시절 꿈꿨던 모습과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내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 것.
예전에는 “내가 이만큼밖에 못 했어?!” 하면서 자책했다면, 지금은 “어차피 인생은 다 배우면서 가는 거니까, 계속 나아가면 돼.”라는 마인드로 살려고 해요.
Q. 그럼 지금도 여전히 ‘어린 시절 꿈꿨던 목표’가 남아 있나요?
A. 네, 물론이죠. 단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에요. 예전에는 “나는 반드시 이 나이까지 이걸 이루어야 해!” 같은 강박이 있었다면, 지금은 “나의 속도로 가면 된다”라고 생각해요.
결국 삶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고 도전하며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Q.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잖아요.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시나요?
A. 죽음 자체보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더 두려워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치매 없이, 조용하고 깨끗하게 죽고 싶어요.
사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거니까, 두려워하기보다는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나중에 후회 없이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삶을 잘 마무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항상 “여유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해요.
제가 롤 모델로 삼는 분들이 있는데, 박막례 님이나 이하늬 님 같은 분들이에요. 박막례 님은 늘 삶을 즐기면서도, 주변을 배려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고요. 이하늬 님은 할머니가 아니시지만, 자기 인생에 열려 있고,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시지 않는 태도가 멋있어요.
저도 그렇게 열려 있고, 뭐든지 시도할 수 있는, 닫혀 있지 않은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멈추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삶을 두루두루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Q. 결국 ‘여유 있는 삶’이 목표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네, 저는 여유라는 게 단순한 시간적 여유가 아니라, 정신적·경제적 안정까지 포함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심신의 건강이 있어야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고,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불필요한 걱정 없이 원하는 걸 할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가 있어야 진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죠.
이 모든 것들이 갖춰졌을 때, 진짜 여유로운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지금부터 어떤 삶을 살아가야 ‘여유 있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요?
A. 결국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거겠죠.
건강을 잘 관리하면서 오래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서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제가 꿈꾸던 ‘여유 있는 할머니’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Q. 이제 고정 질문을 할게요. 승화 님은 만약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A. 저는 편안함이요. 대학 시절과 인사 업무를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어요.
내가 편안해야 다른 사람들도 편안하다. 내가 힘을 빼야, 주변 사람들도 어깨에 힘을 덜고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그래서 제 인생은 ‘편안함을 찾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편안해야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가 있어야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Q. ‘편안함을 찾는 프로젝트’라는 표현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승화 님을 승화 님 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저는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20대 때는 실패와 실수가 두려워서 시도를 많이 못 했어요.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어차피 인생 망한 거, 한 번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나를 실행으로 던지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거 할까? 말까?” 고민되면, 일단 시작하는 방향으로 간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고민되면, 조건을 맞춰서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 프로젝트를 몇 번 시도했어요. 처음에는 힘을 모아서 했는데, 꾸준히 하기 어려웠어요. 다음번에는 기존 질문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꿔봤어요.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다음엔 팀원 구성과 목표 설정을 더 신경 써야겠다고 배웠어요.
이렇게 저는 계속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 태도를 유지할 거예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승화 님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릴까요?
A. ‘계속 넘어지는 사람.’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고, 계속 일어나는 사람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어요. 넘어지면서 배우고,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사람. 그게 저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인 것 같아요. (웃음)
승화 님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그의 삶이 마치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는 프로젝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챕터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배우고, 탐색하고, 도전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성장, 건강, 그리고 가족—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현재의 자신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완벽하려 하기보다는, “일단 해보고, 수정해 나가면 된다”는 태도는 그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그가 주고 싶은 영향이 마음에 남았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 그건 어쩌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동기가 되고 있다는 걸, 나 역시 경험했으니까.
이제 그는 새로운 삶의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 관계의 깊이를 더욱 다지면서, 동시에 커리어와 개인적인 성장도 놓지 않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배우고 탐색하며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승화 님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