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나의 20년 지기이자 서로에게 유일한 중학교 친구다. 우리는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진정한 인연의 시작은 중학교 1학년 첫날,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부터였다. 중학교 1학년 이후로는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도 각자 다른 곳으로 진학하면서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대학 시절 우연한 재회를 계기로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만나는 소중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J를 인터뷰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주변에서 오랜 기간 미술을 전공하고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은 J가 유일했다. 요즘처럼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미술에 대한 그의 한결같은 열정과 그로 인해 형성된 가치관, 그리고 그가 살아온 삶의 여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이야기를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글로 담아보고 싶었다.
Q. 지금 저희가 카페에 와 있는데요, 예전에 카페에서 오래 일했잖아요. 처음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카페에서 일하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A. 고등학생 때 처음 카페를 접했어요. 그땐 커피를 특별히 좋아했다기보다는 입시 준비하면서 카페인이 필요해서 마시게 됐죠. 커피는 그때 저에게 의지가 되는 수단 같은 거였어요.
본격적으로 커피를 좋아하게 된 건 대학생 때예요. 스무 살 즈음이었는데, 그때 제법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집에 있기도, 다른 곳에 있기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때 카페가 저를 받아주는 공간이 되어줬어요.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었거든요. 그게 저한테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커피도 더 좋아지게 됐어요. 카페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커피 향이 저를 안정시켜 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도 이런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어요.
그렇게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나중엔 정직원으로도 일했죠. 전부 합치면 약 10년 정도 일한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커피와 카페는 제게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됐어요.
Q. 지금은 카페 일을 하고 있지 않은데, 언젠가 나만의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A. 그런 생각은 있어요. 한때는 커피 업계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바리스타로 명성을 얻고 싶다는 꿈도 있었죠. 그래서 유명한 바리스타를 직접 찾아가 과외도 받아봤어요.
하지만 깨달은 게 있는데, 저는 커피를 섬세하게 연구하거나 소믈리에처럼 감별하는 수준까지 갈 재능은 부족하더라고요. 제가 진짜 원하는 건 커피 맛보다는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거였거든요.
현실적으로 카페 시장이 많이 포화된 상태라 경쟁도 치열하고, 제가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일단은 그 꿈을 접게 됐죠.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그 꿈이 있어요. 가끔 ‘내가 건물주라면?’ 하는 생각도 하고. 위험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그땐 커피만 파는 카페가 아니라 미술이나 다른 요소들을 결합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Q. 고등학생 때부터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에서도 서양화를 공부했는데요. 지금은 미술 학원에서 교육자로 일하고 있는데, 원래 꿈꾸던 미술과 지금 하는 미술 교육 사이에 연결점이 있나요?
A. 어느 정도 연결점이 있는 것 같아요. 6-7살 때부터 “제 꿈은 화가예요.”라고 말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미술이 제 삶의 중심이었거든요.
물론 어릴 때 생각했던 미술과 지금 하는 일은 좀 달라요. 그때는 순수하게 ‘내가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 미술 세계를 공유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어요.
완전히 같진 않지만, 결국 미술을 통해 제 삶이 이어지고 있어요. 어린 시절의 꿈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다고 할까요.
Q. 그런데 중학생 때는 미술을 안 했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중학생 때는 미술을 잠시 내려놓았어요. 엄마가 미술에만 올인하면 불안하다고 하셨거든요. 학업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이유였죠. 그러다가 제가 다시 미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그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돌아보면 그때 저는 미술을 현실적으로 접근하진 않았어요. 미술로 어떤 직업을 갖고 연봉이 얼마가 될지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았죠. 그냥 미술이, 특히 디자인보다는 순수하게 그림 그리는 게 좋았어요.
특히 인물화를 많이 그렸는데, 제 스타일과 색감으로 표현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 재미 때문에 다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도 서양화과로 진학했고, 지금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회화적인 감성을 살리는 그림을 많이 가르치고 있거든요. 어릴 때 좋아했던 미술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할까요.
Q. 그러면 결국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둘 다 하고 있는 거네요?
A. 그렇죠. 좋아하는 일이자 잘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Q. 앞으로는 교육 심리학 쪽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한 적 있잖아요. 심리학과 미술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A. 미술을 좋아하고 잘하긴 하지만, 이제는 부수적인 영역이 된 것 같아요. 제 인생의 중심은 심리와 교육 쪽이에요. 필요하다면 미술은 포기할 수도 있죠.
하지만 미술을 제 삶에 연결한다면, 심리적 메시지를 담은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교육에 미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을 것 같아요. 미술은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도구니까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사고를 자유롭게 펼치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격려와 칭찬, 희망을 많이 전해주고 싶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의 감성 지능, 감정을 다루고 소통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미술을 기술로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심리적인 케어와 접목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지금 제 목표는 심리적으로 잘 케어해줄 수 있는 교육자가 되는 거예요. 미술은 그걸 위한 도구가 될 수 있겠죠.
Q. 본업 외에도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콘텐츠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작업 계정에서 그림으로 시작했다가 패션 콘텐츠로 확장하게 됐잖아요. 이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A. 패션 콘텐츠는 패션과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어요. 당시 남자친구가 제 코디 사진을 찍는 걸 좋아했는데, 그 사진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상화 작업과 패션을 연결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어요. 사람들의 패션 스타일에서 개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의 개성을 담은 ‘패션 초상화’ 작업을 구상했었죠. 하지만 초상화 작업보다는 제가 직접 코디한 패션 사진들이 더 큰 반응을 얻었고, 자연스럽게 패션 콘텐츠에 집중하게 됐어요.
지금은 예전처럼 활발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분야라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기회도 생기고, 패션을 통해 작업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 즐겁게 활동하고 있답니다.
Q. 지금까지 한 일들을 보면 정말 창의적인 작업들이 많잖아요. 본업이든 부업이든, 뭔가 정석적이고 틀에 박힌 일보다는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창의적인 작업을 하실 때, 주로 영감은 어디서 받아요? 그게 어떻게 일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지도 궁금해요.
A. 영감은 딱 하나로 정하기 어렵고, 정말 모든 게 영감이 될 수 있어요. 밈 같은 것도 그렇고, 책이나 유튜브 영상, 심지어 일상에서 스치는 사소한 것들까지도요.
작년에 작업할 때 가장 영감을 받았던 건 블로그 활동이었어요. 9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그림 계정은 거의 멈춰 있었고, 인스타도 조용히 두고 블로그에 집중했거든요. 그러면서 제게 그림은 약간 사이드가 됐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본업은 교육 심리 쪽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부업도 결국 심리와 관련된 일이니까요.
예전에는 그림이 제 인생에서 빠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미술을 끌어오려고 했는데, 최근에는 그 강박을 내려놓았어요. 미술을 완전히 멈추고 나니까 마음이 더 가벼워지더라고요.
지금은 글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글은 굉장히 즉각적이고 날것의 표현이잖아요. 말처럼 바로 나와서 그림처럼 2차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아요. 그래서 요즘은 쓰고 싶은 걸 자유롭게 쓰면서, 이게 창의성을 더 자유롭게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그림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고, 한 작품에 하나의 주제만 담을 수 있으니까 표현에 한계가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블로그 활동을 하시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잖아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가장 큰 영감을 받은 건 어떤 건가요?
A. 맞아요, 그림은 손이 많이 가고 한 작품에 한 가지 주제만 담을 수 있어서 답답할 때가 있었어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그림으로는 그걸 다 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고, 가장 큰 계기는 제 아빠였어요.
아빠께서 작년 3월쯤 블로그를 시작하셨는데, 나이가 있으신데도 새로운 걸 시작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엔 제가 “블로그로 수익도 낼 수 있어요. 애드포스트 해보세요!”라고 했지만, 아빠는 “나는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야.”라고 하셨죠.
아빠는 경제, 금융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셨고, 주식 전문가로 40년 가까이 활동해 오셨거든요. 아빠가 보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너무 안타까우셨대요. 그래서 자신의 노하우와 올바른 방법을 공유해 사람들이 더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렇게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댓글을 달고, 아빠를 직접 찾아뵙고 싶다는 연락도 오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아빠를 따르는 ‘제자들’ 같은 분들까지 생기셨어요. 투자할 곳을 직접 추천하는 건 아니었지만, 경험과 지식을 나누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셨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신기하고 감명받았어요. 아빠는 돈 때문이 아니라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셨는데, 그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니까요. 그걸 보면서 저도 ‘뭔가를 꺼내 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그동안 메모장에만 생각을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어요. 메모장이 이미 1500개가 넘었거든요. 그런데 왜 저를 그림이라는 틀에만 가두고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블로그를 통해서도 충분히 나를 표현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제가 알리고 싶은 내용들을 하나씩 꺼내 보기로 했어요. 제 글을 보고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꾸준히 블로그를 이어가고 있어요.
Q. 블로그를 하면서 뭔가 얻은 것들이 있었나요? 인스타그램 활동처럼 협찬이나 다른 보람 있는 경험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A. 네, 블로그를 하면서 얻은 것들이 있어요. 지금은 출판사 도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데, 책을 받고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지원금이라고 해봐야 커피 한 잔 마실 정도로 소소하지만, 그런 걸 떠나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큰 충족감을 주는 활동이에요.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뭐라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의미였어요. ‘내가 뭔가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블로그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올린 글을 보고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 정말 뿌듯했고, 그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블로그 활동이 제게 점점 더 의미 있는 일이 되었어요.
Q.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쌓아왔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다면 어떨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개념들조차 다 사라져서 정말 백지상태로 돌아간다면요. 어떻게 할 것 같아요?
A. 그런 상황이라면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 같아요. 물론 막막할 수도 있겠지만,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모두 사라져도,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경험이나 감정까지 완전히 잃는 건 아니니까요.
아마도 그때도 제가 좋아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이든, 글쓰기든, 패션이든, 심리든 어떤 형태로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찾게 될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시작하는 마음과 태도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쌓아가더라도, 하고 싶은 일과 즐길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아 나갈 것 같아요.
Q. 사실 이런 질문을 하면 다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답하곤 하더라고요.
A. 맞아요, 그럴 수 있죠. 저도 제가 가고 싶은 방향이 분명하니까, 만약 모든 걸 잃게 된다면 그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하나씩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처음으로 돌아가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향해 계속 도전할 것 같아요. 한 번 실패하거나 백지상태가 된다고 해서 멈추지는 않을 것 같아요.
Q. 그러면 글과 그림 말고, J가 잘하는 일을 세 가지 정도 꼽아볼 수 있을까요? 꼭 눈에 보이는 행동이 아니어도 좋아요. 당신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요?
A. 일단 색 조합은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잘하는 편이에요. 색감이나 조합을 맞추는 감각은 제 자신도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Q. 왜 그런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A. 그냥 제 느낌이에요. 타고난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제 유전자에 감각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색이나 조합을 보는 안목이 생긴 것 같아요.
Q. 그 감각적인 부분도 부모님께 영향을 받았을까요?
A. 네, 확실히 있어요. 엄마가 패션 감각도 좋으시고, 그림도 잘 그리시고, 음악도 잘하시거든요. 예술적인 감각을 타고난 예술가 같으신 분이에요. 그런 부분이 저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Q. 첫 번째 강점으로 색 조합이나 감각적인 부분을 꼽았는데, 두 번째는 어떤 부분인가요?
A. 두 번째는 제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인 것 같아요. 사람을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만들 수 있을지 아는 편이고,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잘 나오는 편이에요. 일부러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공감하고 반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 때문에 예전에 서비스업에서도 잘 적응했던 것 같아요. 지금 선생님으로서도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저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걸 보면 이런 성향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분명히 제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Q. 맞아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건 정말 큰 강점인 것 같아요. 이 강점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까요?
A. 그래서 심리 상담 쪽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강점이 상담 분야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 보고 싶어요. 이런 강점을 살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Q. 또 다른 강점이 있다면요?
A. 음, 제가 약간 무던한 성격인 것도 강점이자 단점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작은 불편함이나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맛있다고 하면 그냥 잘 먹고, 조금 불편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이거든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에요.
물론 어떤 부분에선 예민하지만, 이런 무던한 성격 덕분에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 그러면 예민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A.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분위기나 공기를 읽는 데 꽤 예민한 편이에요. 조금만 분위기가 가라앉아도 “내가 뭔가 잘못 말한 건가? 혹시 내가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나?” 하면서 혼자 계속 생각하게 돼요.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떠올리며 상황을 되짚어보곤 하죠.
그게 피곤하긴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이런 눈치조차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가끔은 그 예민함이 과해질 때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만들기도 해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괜히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적당한 선에서 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분위기를 파악하는 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예민해지지 않으려 스스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Q. J는 자신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돌아보며 많이 생각하는 편인 것 같기도 하고요.
A. 맞아요, 저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좀 ‘나 중심적’으로 생각한다는 건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인 것 같아요. 너무 타인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제 주관이나 신념이 흔들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 자신을 중심에 두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Q. 아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럼 아버지 외에, J의 삶에 영향을 준 다른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A. 정말 많아요. 그중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지금 남자친구예요. 저는 연애를 하면 약간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애를 시작하면 안정감이 들어서 그런지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도 연애를 하면 멈추게 되고, 활동이 줄어드는 거죠.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는 독립적인 성격이라 처음엔 그게 힘들었어요. 저는 남자친구가 저만 바라봐 주길 바랐고, 힘들 때 항상 달려와 주길 바랐는데, 그는 “난 나만의 생활이 있어.”라는 주의였거든요. 처음엔 서운하고, 심지어 “날 사랑하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하지만 점차 이건 성향의 차이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됐고, 저도 독립적인 삶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이제는 남자친구가 없는 시간에는 제 할 일을 하고, 자기 계발에 더 신경 쓰면서 제 삶을 세워가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제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관계도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Q. 그러면 의존적인 성향에서 조금씩 독립적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A. 네, 맞아요.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기보다는, 제가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그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준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의 독립적인 성향이 처음엔 냉정하고 차갑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한 관계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서로 너무 들러붙는 관계보다는 각자의 시간이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건강한 관계라고 느껴요. 이 과정이 저에겐 중요한 배움이었어요.
Q. 두 번째로 삶에 영향을 준 사람으로는 부모님을 꼽았는데요, 어린 시절의 부모님과 지금 성인이 된 후의 부모님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죠.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A. 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저에게 엄격한 이미지가 강했어요. 특히 학업적으로 많이 엄격하셨죠. ‘강남 차일드’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랐어요.
지금 돌아보면 힘들고 상처받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게 꼭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 시절의 경험 덕분에 현재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가 어릴 때 채우지 못했던 부분들을 지금의 아이들에게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Q. 그럼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지금의 교육자로서의 모습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교육자로서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지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보람으로 다가와요.
만약 제가 너무 좋은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면, 지금의 교육 문제나 아이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그 경험 덕분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제가 걸어온 길이 결국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아요.
Q. 세 번째로 삶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어떤 분들이 있을까요?
A. 세 번째로 꼽자면 사춘기 시절의 친구들이에요. 그 시절 주고받았던 이야기나 경험들이 지금의 저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부모님에게는 주로 교육적인 영향을 받았다면, 친구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나눴던 감정과 시간들이 제 심리와 사고방식에 깊은 흔적을 남겼어요. 그때의 관계와 경험들이 저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감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Q. 그렇게 보면, 그 시절의 경험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지금 J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A. 맞아요. 누군가는 같은 경험을 해도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저는 심리적으로 예민한 편이라 그런 경험들이 제 안에 더 깊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 기억들이 지금의 저를 더 잘 이해하게 해 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제 관심사가 심리적인 부분에 많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경험도 저는 더 오래 간직하고, 그걸 저만의 길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형성하고,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더 명확히 만들어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시절의 경험과 관계들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제 방향성에 깊은 영향을 준 거죠.
Q. 그러면 J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신념은 무엇인가요?
A. 저에게 가장 큰 가치는 ‘사랑’이에요. 누군가에게는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저에게 사랑은 정말 중요한 신념이에요. 이 사랑은 특정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류와 삶 자체에 대한 애정이에요.
삶에 대한 애정은 커피, 친구, 옷, 사람 등 여러 형태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것에 애정을 느끼고 몰두하는 모든 게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사랑이야말로 제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요. 제가 교육이나 심리를 공부하며 하는 모든 일도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결국 이 사랑이 제 삶의 동력이고,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가치를 이루는 바탕이라고 생각해요.
Q. 사랑이라는 가치는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J는 노력을 한다면 다른 사람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사람은 본질적으로 잘 변하지 않는다고 보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사람은 잘 안 변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다만, 저는 제가 사랑을 주는 게 좋으니까 주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받은 사람이 변화했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큰 보람이겠죠.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완전한 변화는 어렵겠지만,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꾸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누군가의 말이나 글, 영상 같은 걸 통해 생각이 교정된 적이 있거든요.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조금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Q. 결국 기질은 바뀌지 않지만, 후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보는 거군요.
A. 맞아요. 기질은 바꾸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기질은 타고난 거니까요. 그건 그냥 본인이 받아들이고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문제일 뿐이고, 기질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생각의 방식이나 행동 패턴 같은 후천적인 요소들은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요. 몸이 아플 때 약을 먹거나 치료하듯이, 마음이 아플 때도 누군가가 약처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정도의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Q. 그럼에도 사람은 결국 다 죽잖아요. 그 끝이 어떨 것 같아요?
A. 천국과 지옥 같은 개념은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어떤 에너지 형태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지금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데, 죽음 이후엔 그런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만, 나쁜 일을 많이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 사람이라면 고통스러운 에너지로 떠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사후 세계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죠. 죽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Q. J가 바라는 죽음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제가 바라는 죽음은 평온한 마무리예요. 화려하거나 극적인 게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것들과 연결된 채로 후회 없이 떠나는 느낌이면 좋겠어요.
가끔 남자친구이자 예비 신랑과 함께 한날한시에 나무가 되어 존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현실적으로 둘 중 한 명이 먼저 떠나게 된다면 남겨진 사람이 많이 힘들겠죠. 그게 제가 조금 두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사람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천국과 지옥 같은 개념을 믿지 않으니까, 죽음도 삶처럼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 봐요. 하지만 제가 아직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해요. 제 삶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지금은 삶을 선택할 만큼 제가 삶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죽음에 대한 선택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J에게 삶을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맞아요, 제 삶에 대한 태도는 단순히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삶을 사랑해서 사는’ 거예요. 아직 세상에 좋아하는 것도 많고, 사랑하는 것도 많거든요.
삶을 수동적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 제 선택으로 살아간다는 느낌이 중요해요. 지금도 여전히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넘쳐나기 때문에 스스로 삶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저는 살기 위해 죽지 않는 게 아니라, 삶이 주는 의미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요.
Q. 이제 고정 질문을 할게요. J의 삶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요? 삶의 끝은 죽음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설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담아내기 위해 어떤 삶을 그리고 싶어요?
A. 제 삶이라는 작품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에서도 종종 표현했지만, 사람을 '소우주'라고 하잖아요. 저는 제 삶이 저라는 우주를 탐험하고 발견하는 여정의 기록이라고 봐요.
우주가 끝없이 광대해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듯이, 저도 제 자신을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 담긴 가능성과 새로운 면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의 작품을 완성시켜 가는 길이라고 느껴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도전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모든 순간이 작품의 중요한 한 장면들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제 삶이라는 작품은 끊임없이 탐험하고 성장하며 나를 발견해 나가는 여정이에요. 제가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로 가득 채운 작품을 완성하는 게 제 목표예요.
Q. ‘소우주’라는 개념이 굉장히 인상 깊어요. 그 삶의 작품을 ‘소우주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것도 멋질 것 같은데요.
A. 맞아요, ‘소우주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 생각과 상태는 과거와 지금이 다르듯이,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니까요. 그래서 저라는 존재를 100% 안다고 말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우주는 너무 광활해서 다 알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탐험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저라는 소우주도 계속 알아가고 탐험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의 끝은 죽음일지 모르지만, 여정 자체가 가장 중요한 거죠. 스스로를 조금씩 발견하고 이해하면서, 나라는 우주를 더 깊이 탐구해 나가는 것, 그게 제 삶의 가장 큰 의미라고 느껴요.
Q. 그러면 J를 J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지금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과거를 돌아보면 그림도 있었지만, 사실 항상 글이 제 중심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단지 그 글을 밖으로 꺼내고 있는 과정일 뿐이에요.
글은 어떻게 보면 일기 같아요. 잘 다듬어 정리한 글이든, 날것 그대로 쓴 글이든 상관없이, 제 감정, 생각, 이성적인 판단 같은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거든요. 글은 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예요.
그런 기록들, 그리고 글이라는 형태 자체가 저를 저답게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글을 통해 제가 누군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제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Q. 만약 J를 대표하는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작품이 J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요?
A. 저는 스스로를 ‘어떤 형태’로 정의하는 것을 지양해요. 20대 초반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어요. 사람은 마치 소우주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걸요.
그래서 저를 어떤 한 가지로 정의하기보다는, 제 안의 역동성과 고유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고 변화 속에서 발견해 가는 과정이 저를 잘 나타내는 방식 같아요.
Q.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도 다를 수 있다는 거잖아요. 이런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A.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차이는 더 복잡하고 흥미로워지는 것 같고요.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잖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몰랐던 내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또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기도 해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그 관계만의 특별한 모습으로 존재하다가, 그 사람이 떠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하죠.
이런 이유로 저는 저 자신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변화하고 다면적이니까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도 ‘소우주’라는 표현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우주처럼 끝없이 변화하면서도 탐험할 미지의 영역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고 느껴요. 이런 미지의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J에게 저(N)는 어떤 존재인가요?
A.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유일한 친구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예요. 단순히 시간이 오래됐다는 것보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서로의 삶을 지켜보고 함께 해왔다는 점이 더 큰 의미로 다가와요.
중간에 연락이 뜸했던 시기가 있었다 해도,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중학교 친구가 N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우리 관계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서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N이라는 소중한 친구가 제 삶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에요.
J와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삶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지만, J는 그 주인공다운 모습으로 자신의 소우주를 탐구하고, 끊임없이 확장해 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커피와 카페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첫 커리어, 미술이라는 본질을 중심에 둔 여정, 그리고 패션 콘텐츠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확장해 가는 모습까지. 그의 삶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성장해 온 과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와 J는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정의하려 애쓰지 않고 변화와 성장의 여정을 즐기는 태도, 그리고 삶의 작은 것들에서 영감을 찾고 사랑을 담아내는 방식이 그러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에서도 발견해야 할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J는 이제 곧 새로운 삶의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결혼이라는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함과 동시에, 커리어와 개인적인 성장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소우주 프로젝트가 어떤 모습으로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확장될지 정말 기대된다.
J의 여정을 응원하며, 나도 나만의 소우주를 더 확장해 나가고 싶다. J가 내게 준 영감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