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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Feb 07. 2023

나도 고양이가 생겼다.

저녁 9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기 위해 주차되어 있던 차의 문을 열었다.

후미등이 켜지던 순간 어두운 곳에 불이 들어오며 주차되어 있던 차의 뒤쪽에서 할머니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계시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쪼그리고 계시던 할머니를 보자 나도 모르게 깜짝이야! 하는 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나왔다.

생각해 보니 그 할머니를 이전에도 몇 번 뵈었던 듯했다. 그 좁은 곳에서 나오시던 모습을 본 적도 있었고 나오셔서 걸어가는 뒷모습도 본 적이 있는 듯했다. 항상 저녁시간이었고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있어서 장을 보고 집에 가시다가 화장실이 조금 급하셨던 걸까? 하며 왜 저기서 나오시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정말 외진 골목에 막혀있는 곳이라 사람이 일부로 가지 않는 한 들어갈 일이 없는 공간이기도 하고 카페 손님들이나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의 흡연장소이기도 하다.

나의 깜짝이야! 하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가 쭈그리고 앉아계시던 장바구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부스럭 거리며 할머니가 꺼낸 것은 고양이 사료였다.

카페옆에는 고양이들이 있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8개월쯤 전이었다. 아주 작은 아기고양가 우는 소리가 밤마다 들렸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고 어디 있는지 찾을 수도 없었다. 가끔 닭가슴살이나 간식등을 챙겨주긴 했지만 누군가 밥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냥 간식이나 챙겨줘야지 하며 간식들만 챙겨 오던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시는 듯했다.

할머니와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되어 알게 된 사실은 직선거리로 2km가량의 길을 다니시며 밤마다 고양이 사료를 챙겨주고 있고 길고양이들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하셨다. 덧붙여 여기는 누가 가끔 챙겨주는 것 같았는데 그게 아가씨였냐며 혹시 본인이 안 챙겨도 챙겨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셔서 흔쾌히 앞으로 이곳은 제가 챙기겠다고 혹시라도 오며 가며 다리 아프시거나 몸 녹일 곳 필요하시면 카페 들어오셔서 따듯한 차 한잔 하시면서 몸이라도 녹이고 가시라 말씀드렸다. 그리고는 바로 고양이 사료를 구입했다.

사료가 도착하고 챙겨주기 시작한 지 일주일정도가 지났다. 아직 고양이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사료와 물이 줄어드는 것을 보니 고양이들이 내가 주는 사료를 잘 먹어주고 있는 것 같다.

동생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니 집에 있는 엄마와 우리 강아지에게는 그렇게 차가우면서 남에게는 어찌 그리 친절하냐 한소리 들었지만 이것이 장사를 하며 터득한 사회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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