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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Jan 14. 2023

인생 치트키 없나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몸이 아픈 건지 최근 며칠 열이 내려가질 않았다. 콧물과 기침이 계속되고 목이 따갑기도 하고 음성변조된 목소리 등등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여러 가지 증세가 있었다.

지난 3월 말 코로나에 감염되었었고 그 뒤로도 건강검진에 치과진료 외에도 여러 가지 잔병들로 병원을 드나들었다. 이번에는 떨어지지 않는 열 때문에 코로나의 재감염을 의심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며칠 동안 카페 오픈전에 자가키트로 계속 검사를 하며 코로나 음성을 확인하고 카페 영업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영업자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어찌나 서러운지.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코로나 음성을 확인했지만 주사한대를 맞고 하루의 자체휴무를 강행했다.

이번 감기는 열도 나고 목도 따끔거렸고 난데없이 귀 안쪽까지 부어서 자는데 불편할 정도였다. 열 때문에 몸은 붕 뜬것 같은 느낌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다가 병원을 다녀와 하루종일 누워있었더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유행하는 질병은 한 번씩 다 거쳐가는 몸뚱이를 저주하며 진통제를 먹은 뒤에야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에게 변조된 목소리를 다시 변조해 가며 커피를 내어주고 수다도 떨었다.

그런데 이번엔 웬일.. 여태껏 한 번도 없던 다래끼가 눈에 생겼는지 한쪽 눈이 떠지질 않아 급한 대로 약국을 갔다. 약사가 눈을 보더니 이 정도면 병원을 가보라는 말에 다시 또 병원으로 향했다. 해 바뀌고 몇 번째 병원이며 아플 거면 차라리 크게 아프던지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몸까지 말을 안 듣다니 이게 무슨 짓인가 하며 병원에서 항생제를 추가로 처방받고 아침밥을 포장해서 가게로 나왔다.

불 꺼진 카페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고 불을 켜자마자 따뜻한 라테 주문이 들어왔다. 비가 오는 날씨만큼이나 기분도 우중충하고 몸 컨디션도 영 좋지 않다. 올초부터 내내 이런 식이었다.


얼마 전 십몇 년 전쯤 접했던 게임 '심즈'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카페에서 할 일도 없는데 게임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심즈를 켰다. 게임 속의 캐릭터도 일을 하지 않으면 세금을 못 내고 세금을 내지 못하면 밥도 못 먹고 씻지도 못한다. 내가 만든 캐릭터지만 너의 인생도 참 안쓰럽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니 치트키가 생각이 났다.

열심히 치트키를 사용했다. 치트키를 사용하는 순간 게임 속 캐릭터는 직업이 없어도 세금을 냈으며 방 한 칸짜리 좁은 집에서 갑자기 3층 건물로 이사를 했고 취미생활만을 하며 한량처럼 놀기만 하더니 살도 쪄버리고 매력 없는 캐릭터가 되어있었다.


현실은 게임 속이 아니니까 치트키는 사용할 수 없다. 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세금을 내야 하고 밥도 사 먹고 옷도 사 입어야 한다. 그런데도 잠시나마 매력은 없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임 속의 캐릭터가 부러웠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 나의 게임 속 캐릭터는 자유의지 플레이를 하더니 혼자 바비큐파티를 하다가 불이 나서 죽어버렸다. 역시 욕심은 부리면 안 되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오늘도 열심히 커피를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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