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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May 27. 2019

Week1-3
회사란 원래 이런곳인가요?

회사에서 살아남기 ver. 수습인턴

4월의 중순, 그간의 힘듦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들뜬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새벽 일찍 수영을 마치고 드라이도 하고, 잘 다려놨던 양복과 새 와이셔츠를 꺼내입고 타이를 메고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수습 기간을 인턴으로 대체하는 회사의 특성상, 인턴이라는 직책으로 회사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회계기간이 마감되는 시즌이라 많은 이들과 얘기를 나눌 순 없었지만, 팀의 리더님과 함께 간단한 티타임을 가진 후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새로운 노트북을 수령하고, 노트북을 설치하고 다른 인턴들의 인수인계자료를 보며 업무를 위한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신입은 인사만 잘해도 절반은 간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갔지만, 막상 긴장감에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머뭇머뭇 전형적인 얼떨떨한 신입의 모습으로 자리해있었습니다.


새로운 조직에 가기에 앞서, 내가 가게 될 조직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일반 사기업과 다른 특징을 가진 기업이다보니 보다 보수적이고, 더군다나 그 중에서도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인사팀에 배치되었기에 뭔가 활발하고 신난 분위기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렇지만..


회사란 원래 이런 곳인가요?


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주 조용한 조직이었습니다. 물론 회사에 놀러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 활발한 성격으로 이사람 저사람과 얘기하는 걸 즐기는 저에게는 다소 견디기 힘든 도서관 같은 조용함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팀의 누군가가 이 글을 보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이곳에는 솔직하게 써봅니다.) 출근하고 3일 내내, 휴대폰으로 Gmail을 새로고침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차량공유서비스 회사의 Operation 직무 최종면접을 보고 온 상황이었기에, 내심 기대를 하며 메일을 확인했지만 안타깝게도 최종면접에서 좋은 소식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취준을 했으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을법도 합니다. 저 또한 나와 잘 맞지 않는 조직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꿈꾸던 HR 직무이고 게다가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시기였기에 더이상의 취준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그 고통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들어갈 자신이 없기도 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는 스스로의 고민도 있지만 브런치에서 읽은 한 글, 과장님과의 대화, 그리고 팀 리더님의 모습 때문입니다.


브런치에서 읽은 한 글은, 아마도 제가 구독하는 작가님의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얼추 이러한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자신의 성향과 다른 조직문화를 가진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힘들지만, 밝은 사람은 항상 밝게 살수만은 없다. 나와 다른 성향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의 모습도, 때로는 내가 될 수도 있다. 그곳에서 만큼은 그러한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떠한가?"


더 이상 취준을 해나갈 생각도 없었지만 그 글을 읽으며, 나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과 지내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는지, 행동하는 지 배우는 것도 진정 '人事'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러한 고민을 이어나가던 중, 함께 밥을 먹던 과장님과의 대화도 한몫을 했습니다.


"노마씨는 평소 활발한 성격이죠?"
"네 맞습니다. 외향적인 성격인 것 같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에너지가 다 소진되면, 내향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노마씨도 때로는 회사일, 그리고 개인적인 일로 힘든 순간이 올 겁니다. 그럴때에 자신의 모습도 잘 고민하길 빕니다."


많은 논문, 책, 스터디를 통해 인사에 대해 고민해나가는 과장님이었기에 그러한 말이 더욱 더 신뢰가 갔습니다.

나와 다른 조직에서, 나를 지키며 잘 성장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자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팀의 리더님과의 회식자리였습니다. 리더님, 과장님(앞서나온 그 과장님), 대리님, 저와 제 동기 이렇게 다섯이 함께한 회식자리에서 리더님의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제가 생각해온 'Leader'는 무언의 압박을 이어가고, 조직의 성과를 기대하며 부담을 심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제가 처음으로 본 Leader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과장님과 대리님에게 자신이 쓴 시간을 기록해보라고 하셨었나봅니다. 시간기록에 대해 물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24시간을 기록할 순 없지, 시간이 날때 틈틈히 기록을 해보게. 그리고 매일 할 필요도 없네. 가끔 자신이 기록한 시간을 되돌아 보기만 한다면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지. 이번에 들어오게 된 두 분에게는 이런 시간기록을 하라고 하지 않네. 그렇게 빡빡하게 살 필요도 없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단, 스스로 성장을 위한 고민을 해보기 바라네.


이어지는 대화에서 평소 시간기록을 해왔다고 말씀을 드리며, 삶을 %로 나누어 살았던 제 얘기를 말씀드리자 놀란 눈치였지만, 제 동기에게는


 "B씨는 저렇게 할 필요 없어, 저렇게 사는 친구들이 특이한 거지.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노력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를거야. 성장을 위해 목표를 잡고, 그 목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져보는게 좋을 거야."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고, '신입사원들에게 자네들은 와서 무언가를 해내야해! 그러니 얼른 성장하게' 라는 말을 하는 Leader들을 생각했습니다(물론 신입에게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위에 말씀드린 저런 얘기를 하는 Leader를 보며, '저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믿고 따라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감을 열고, 여러 얘기들에 귀기울이고, 내가 쓴 시간들을 기록해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떠한 일을 어떻게 배웠고 어떻게 하는 건지 관찰하며 생활중입니다.


쌓인 기록과 시간들이 먼 미래 저를 성장으로 이끌어주리라 믿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혹은 저처럼 사회에 첫발을 내딘 여러분들 모두 스스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준이거나, 회사생활이거나 삶 속에 행복을 찾아가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회사에서 첫 3주의 기록은 이렇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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