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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Nov 21. 2019

만약 내 글쓰기가 회사에 들킨다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나는 가끔 내 글이 회사에 들키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럴 때면 몹시나 두려웠는데, 그 이유는 내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맘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이곳에 풀어내기 때문이다. 


근데,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사건이 생겨버렸다.


얼마 전, 사보에 봉사활동 후기를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숨긴 참조로 모두에게 보낸 메일이겠거니 하고 무시했지만, 이내 만약 못 쓴다면 다른 이에게 부탁해야 하니 작성 가능 여부를 회신해달라는 추가 메일을 받았다. 

아차 싶었다, 최근 내 브런치에 들어오는 검색어가 평소와 달리 이상하리만치 너무 디테일했고,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정말 회사 내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이왕 쓴 봉사 후기 한번 더 적어달라는 건가?’ 하는 온갖 생각이 날 덮쳐왔다. 


Photo by Sebastian Herrmann on Unsplash


‘회사 사람이 내가 회사 욕한 글을 보면 어떡하지?’

‘난 회사에서 조용한 편은 아닌데, 회사 사람에게 내 속내를 보이고 싶지는 않은데..’ 

등 다양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이내 내가 써온 글들을 다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 글들을 다시 한번 쭉 읽어봤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도리어 걱정이 싹 사라져 버렸다.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글을 쓰기도 했고(이 생각은 여전하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내 맘속에 있는 말들을 써내려 가기도 했다. 나와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이 내 글을 본다면 ‘아니 이 사람 이런 생각도 하고 있었어?’ 하고는 안 좋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능숙하지 못했고, 때로는 매끄럽지 못했고, 중구난방으로 이런저런 주제를 오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은 모두 하나 같이 나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걱정으로 시작한 회고였지만, 이렇게 날 잘 담아온 내 자신이 대견했다.


글은 결국 쓰는 이의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사랑도, 그리고 일상도 결국 나를 잘 알아야 잘 풀어갈 수 있다. 나는 글을 통해 내 마음을 담아내며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나를 알아가기도 하며, 고민거리들을 해결해나가기도 한다. 


내 글쓰기가 회사에 들킨다면, 두려움이 앞서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어차피 나는 계속해서 글 속에 날 담아낼 것이고, 날 알아가며 그 과정에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Photo by Kyle Mills on Unsplash


남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치기에는 글에 담겨져 있는 내 모습들이 너무나도 소중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앞으로도 꿋꿋이 써내려갈 것이다.



도리어 회사에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적어도 내 글을 읽은 당신은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아주 큰 행운일 것이다. 아무에게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내 속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오늘도 어디선가 나와 같이 꿋꿋이 한 편, 한 편 자신을 잘 담아낸 글을 적어가는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었기를 빌며...
 
-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노마 드림.


P.s 정말로 회사 내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있다면, 잘 읽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구독하러 가겠습니다. XD


Main Photo by Kaitlyn Bak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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