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한다 말하세요.
한번 더 찾아가지 못해, 한번 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부디 먼 길을 외롭지 않게, 그리고 따뜻하게 떠나실 수 있기를 빕니다. 그곳에선 편안하시길..
우리나라 옛말에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 고 하는 전혀 신빙성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태어나서 N번 사랑한다고 말하라”는 속담 같은 건 전혀 없다. 왜 그럴까? 사랑한다는 표현이 부끄러워서인지, 소중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태어나서 N번 운다” 보다는 “태어나서 적어도 N번은 사랑한다 말해야 한다.”는 속담이 더욱 와 닿고 의미 깊어 보인다.
나는 늘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아버지와 독하게 공부를 마치고 아들을 둘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썽을 피우며 밝게 자라왔다. 밝게 자라왔음에도 이상하게 어릴 때는 사랑한다고 잘 말하지 않았다. 현실 고증을 위해 어머니께 여쭤보니, 사랑한다는 말은 잘 안 했지만 사랑한다 말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표현할 줄 아는 참배 맛(?) 같은 아이였다고 한다(얼추 들어보니 경상도 남자의 츤데레를 보고 배웠었나 보다). 우울할 때면 아무 말없이 스-윽 와서 꽈악 안아주고 갔다고 하는 데 어디서 그런 센스가 나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잠깐 철이 드는 군대 훈련소 시절, 그때부터 인 것 같다. 나는 늘상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었는데, 이때부터 늘 전화 마지막을 “사랑합니다”로 마치기 시작했다. 이런 표현도 습관이 되어서 인지 아직까지도 전화를 마칠 때쯤이면 “사랑하외다”로 전화를 마친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간질간질한 표현이 부끄러워서 일수도 있고, 소중한 표현이니 만큼 너무 자주 하면 그 의미가 흐릿해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런 부끄러움을 담고 있어서, 또 무척 소중할 만큼이나 듣는 이에게 큰 마음을 담고 있어서 그래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잠깐의 부끄러움은 내뱉고 나면 전부 잊혀질 만큼 그 말을 전하는 순간이 너무 벅차오를 것이고, 너무 소중해서 잘 담아두었다가 가끔씩 꺼내지 않더라도, 그 소중한 마음은 몇 번이나 듣는 이에게 전달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마음속 깊이 사랑이 우러나고 있어도 섣불리 그것을 입 밖으로 내기 어렵다. 나는 그럴 때면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말해도 들을 이 없는 그런 순간을 상상해본다. 상상을 다 체 마치기도 전,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이들에게 연락을 한다. 그러고는 사랑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말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에게 오늘은 꼭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빌며…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실 수 있기를 빕니다. 하노마 드림.
Main Photo by Gaelle Marcel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