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 대학원생의 취준 넋두릴(일)기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저녁이네요.
이렇게 글자를 입력하고 드래그하면 메뉴를 더 볼 수 있어요."
커피는 함께하지 않지만, 수도 없이 써 내려간 나의 Contribution 낮은 논문(아직 한참 써야 하지만)을 잠시 내려놓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브런치를 켰다.
"마음이 과거에 있으면 후회되고,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다"
즐겨하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발견했던 문구이고, 요새 자주 되뇌는 문구다.
대한민국의 20대 청년으로 살아가는 요즘 삶은, 내 또래 모두가 그렇듯 자존감은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 자신은 너무나도 작아 보이는 그런 삶이다. 불과 2년 전의 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고 공부가 재밌어서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그 당시 멋있는 이야기를 멋있게 풀어나가는 누군가의 모습은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저런 걸 공부할 수 있다니 재밌고 멋있잖아?'라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도대체 나에게 남은 것은 뭐지?, 나의 2년은 어디 갔을 까?'라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만드는 질문만 남아있을 뿐이다.
나 스스로를 그럴듯하게 위로하며, 하고 싶은 걸 다(공부 빼고) 하며 허송세월 보낸 2년의 타격은 저 멀리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날아오는 부메랑만큼이나 어마어마하다. 이젠 어딘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로 나갈 나이가 되었고, 더 좋은 삶을 살아보겠다며 이곳저곳에 나의 빈 종이와 같은 이력서와 거짓으로 가득 찬 자기소개설을 내밀었지만 돌아오는 건 "귀하의 능력은 뛰어나지만..."이라는 문구로 시작된 구구절절한 탈락의 소식뿐이었다(그렇다고 해서 깔끔하게 "귀하를 선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라는 문장만 써서 보내는 기업의 메일이 반갑다는 건 아니다. )
'취업을 무슨 공부를 해?, 무슨 면접을 스터디를 다녀~'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느덧 나의 유튜브 메인이 취업과 관련된 영상으로 가득 찰만큼(먹방은 Default 이므로 제외) 취업 관련 영상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연찮게 보게 된 유튜버 형제들은 그들의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한다.
"대학을 위해서는 그렇게 공부해서 가면서, 왜 취업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지 않나요?, 당신의 평생직장이 될 수도 혹은 평생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일인데?"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등학교 시절 비록 짧기는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보겠다며 책상을 벽에 붙여놓고 공부하던 시절, 나도 형처럼 장학금을 타 와보겠다며 도서관에서 밤새도록 절어있다가, 아침에 기숙사에 들어가서 씻고 다시 나와서 시험을 보던 1학년 시절,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렇지만 정작 사회의 문(feat. 앙드레 지드 - 좁은 문) 앞에 선 나는,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과연 이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는지 등의 수많은 질문을 늘어놓기만 할 뿐,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할 새도 없이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설을 써 내려가고 또 들려오는 "귀하의" 소식에 스스로를 작게 만들고, 나락으로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공부해볼까?라는 마음에 책을 샀고, 책이 시키는 대로, 그리고 순서대로(평소 책을 원하는 곳부터 펴보는 몰상식한 인간일 만큼 순서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MBTI를 하며 나의 성격유형도 알아보고, Gallup의 Strength Finder를 통해 나의 강점을 찾아도 보고, 나와 함께 일했던 친구들(혹은 동료 혹은 상사)에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말들도 물어보았다.
나 스스로 내렸던 "성실한", "호기심 많은", "즐거움을 찾는", "변화를 즐기는", "열정적인"(물론 더러 원리를 파악하는, 엄격한 등의 문구도 있지만) 등의 문구와는 다르게
타인이 바라본 나는 "계획적인", "논리적인", "체계적인", "꼼꼼한" 등의 문구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나의 강점은 "개발, "개별화", "수집", "책임" 등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다소 다른 강점이었다("공감"도 있다, 이 부분은 인정할 수 있다). MBTI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날 잘 알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만큼,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요즘이다.
다음 주 화요일(11.16)부터는 이러한 책을 쓴 유튜버들과 함께 취업스터디를 진행한다. 그들이 말하는 나에 어울리는 직무와, 나를 찾는 시간을 갖는 스터디이다.
내가 과연 그곳에서 평생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혹은 그곳에서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업으로 삼고,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취미로 삼아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게 맞는 걸까?(나는 보람을 느끼는 일,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여행지를 얘기하는 일, 미술품의 역사를 얘기하는 일,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일 등의 그저 수박 겉핡기식으로 갖춘 얕은 지식은 나의 업이 될 수 없으리라,
영화를 보고 와 친구와 영화얘기로 가득한 밤을 보내는 일, 미술 얘기로 가득한 밤을 보내는 일 따위는 나의 업이 될 수 없으리라,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만 없는 경험을 만들어가고 없었던 생각을 지어내가며 나를 Sales하는 요즘, 스스로는 사라졌다고 생각이 드는 만큼 우울한 요즘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이 나와 같으리라(아닌 이들에게는 승리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이들 모두가 스스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음은 현재에 있어야 한다. 미래에 마음을 두면 불안하고, 과거에 마음을 두면 후회만 될 뿐이다.
글을 어찌 마무리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넋두릴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