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의 성숙
"큰 거 안 바란다. 건강하게 커서 직장 생활하면서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적당히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 장가가고 애들 낳고 살면 된다."
386세대의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지금의 시대에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심심찮게 건네는 말이다. 부모들의 말마따나 큰 거 바라지 않는 평범한 삶의 모습은 정말로 평범한 것일까? 자본주의 경쟁이 고도화된 지금 시대 청년들의 어려움을 많이 듣기는 하나 이것이 어느 정도로 어려운 것일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평범한 삶이라고 말하기에 어폐가 있을 수 있으나 다소 거칠게 4인 가구로 결혼해서 아이 둘 낳고 사는 가구의 경상 소득만을 따로 조사해 보았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4년 기준으로 4인 가구의 월 중위소득은 848만 원이며, 평균소득은 992만 원이다. 이게 맞을까?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이 금액이 맞다. 평균 소득은 4인 가구 전체에 대한 분모의 값을 나눔으로써 구한 값이며, 중위소득은 낮은 가구의 소득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 위치의 소득을 의미한다. 평균소득이든 중위소득이든 월 8~9백만 원을 받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인가?
결혼 14년 차에 두 자녀를 두고 외벌이를 하고 있는 나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에도 너무나 큰 격차에 충격이 밀려왔다. 말로는 쉽게 꺼내는 이 요구사항, 적당히 안정적인 직업 가지고,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좋은 사람 만나서 적당히 아이 둘 낳아서 키우려면 월에 8~9백만 원 정도는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평범한 삶에 도달하는 것이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조금 전 살펴본 소득 자료를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살펴보면, 중위소득과 평균소득의 격차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 격차가 크면 클수록 사회의 양극화가 심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많이 버는 사람은 더 많이, 적게 버는 사람은 더 적게 버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아래 그림). 이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우리가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상황에서 마땅히 제도적인 개선을 통한 임금격차 완화와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겠으나, 그런 거시적 차원의 대책은 차치하고 과연 우리 개인은 무엇을 어떻게 달리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생존전략은 정상 이데올로기를 버리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것이 정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게 될 때,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항상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소득을 통해 살펴보지 않았는가? '정상', '평범함'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 신념이 바뀌어야 한다. 가족 형태뿐만 아니라 직업, 개인의 취향 등 각 사람의 삶의 다양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청년 세대를 설명하는 N포 세대, DINK족, YOLO족과 같은 신조어들은 보통의 삶을 요구받는 현실의 어려움을 진작부터 체감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에 대한 생존전략이자 집단 지성의 발휘로써 자신들의 삶을 재개념화 한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신념을 무턱대고 고수할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황을 바라보며, 수정하고 조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유연성의 자질을 갖출 때, 타인에 대해 함부로 제단 하거나 평가하는 말의 폭력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