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것은 스스로 빛난다

사회에서의 성숙

by 노샘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명품 브랜드 시장에는 불황이 없다. 이들의 가격 인상은 오히려 더 높은 수요와 더 높은 판매실적을 기록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약 120년 전 그의 책 ‘유한계급론’에서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욕구 때문임을 설명하였다. 즉, 베블런 효과라는 것은 우리의 과시욕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서는 자기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취약한 자존감의 반증이기도 하다.


반면, 천문학적인 수준의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는 늘 청바지에 뉴발란스 운동화와 검은색 터틀넥을 입었으며, 워런 버핏의 경우에도 약 60년 전에 샀던 오마하의 집에서 여전히 지금까지도 거주하고 있다. 이케아의 창립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도 비행기 이코노미석만을 이용하고, 평범한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이들 모두 과시적 욕구를 위한 소비활동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소유하면서도 자신을 과시하는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일까? 혹시 그들이 이미 돈에 대한 결핍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욕구가 없는 것일까? 구체적으로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중국 곡부사범대학교의 심리학과 연구팀이 실시한 한 연구(2023)는 보상적 소비가 일어나는 배경에 자기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에 착수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윤리적, 인지적, 대인관계적 3가지 측면에서 불확실성에 노출되게 한 이후 소비성향을 파악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윤리적 딜레마, 알고 있는 지식에 혼란을 느끼는 상황, 또 인간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낄 때, 모두 동일하게 과시적 소비 성향이 유의미하게 증가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 확신이 결여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그에 대한 보상,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과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위에서 언급했던 부자들이 단순히 돈이 많으니까 충분히 돈에 대한 결핍이 해소되어서 자기 과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돈과 관계없이 자기 확신,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살아갈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굳게 있기 때문에 자기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과시적 소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흔히들 명품 얘기를 하며 명품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사람이 명품이 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겠는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명품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충실히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나는 과연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할 수 있는가? 내가 명품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시적 소비가 아닌 나에 확신을 가지는 것, 나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것은 스스로 빛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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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ang, X., Zhu, H., Zhao, Q., Song, C., & Wang, X. (2023). The link between self-uncertainty and conspicuous consumption: Tolerance of uncertainty as a moderator. Frontiers in Psychology, 13, 106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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