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조건 아닌 성숙에서

관계에서의 성숙

by 노샘

2016년 JTBC의 '탐사플러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생 8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희망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 2위는 ‘건물주와 임대업자’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 보장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여 년 전의 조사지만,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의 아들 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는 나의 질문에 한 아이는 “부자 될 건데요. 백억 정도는 벌어야죠”라고 답하였다. 미래의 삶에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로 아이들은 ‘돈’을 최우선에 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아이들뿐이겠는가? 어른들 역시도 너도나도 더 많은 돈을 소유함으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과업이 된 시대이다. 즉, 돈이 곧 행복이라고 모두가 믿고 있다.

하버드 의대의 교수인 로버트 월딩어는 수백 명의 성인발달연구 참여자들을 장기추적한 방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의미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사람들에게 돈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나,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돈이 행복을 높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보다는 오히려 직장에서 일과 동료와 긍정적 관계, 여러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자산 축적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더 이상 직장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주도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껏 누리며 사는 삶을 바라보며 달려가지만, 월딩어의 연구는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과는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직장이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질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것이라 말해주고 있다.

행복은 스트레스 없는 환경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잘 다뤄낼 수 있는 내면에서 비롯된다. 때로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 또는 갈등에 놓인 사람 등 여러 사람들과의 부딪힘 속에서 도망치거나 회피하는 것만 아니라 견뎌내고 인내함으로써 관계를 잘 정립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금속의 비유를 들어보면, 가공할 때 뜨겁게 가열된 금속을 여러 차례 망치나 프레스로 두드리며 압력을 가한다. 그 과정에서 금속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작은 결정들이 재배열되고, 불순물이 제거되고, 금속 안에 있는 작은 빈 공간들이 채워지면서 외부 충격에도 깨지지 않고 잘 견딜 수 있는 높은 강도의 금속으로 변화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렇게 타인과의 갈등 속에서 나의 생각들을 재배열하고, 버려야 할 고집들은 버리고, 또 내가 채워야 할 생각들을 채워가면서 내면이 더욱 단단해지게 될 때, 그때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내게 주어진 일과도 긍정적이고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행복은 외부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성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 도망치고 싶은 직장, 도망치고 싶은 관계에서 한 번쯤은 멈춰 서서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자. 나의 행복을 위해서.


20250701_141427.png


목요일 연재
이전 08화잘 만들어진 것은 스스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