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누가 키우나?: 직업의 귀천을 넘는 노동의 가치

사회에서의 성숙

by 노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한다. 과거 신분제와 계급제 사회에서 육체노동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었다.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비로소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고 각자에게 주어진 일, 노동 역시도 각각의 고유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상식으로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상식과 달리 우리 삶의 실제는 여전히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직업의 귀천을 따지게 되는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임금격차다. 지난 2022년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한·일·EU 국가들 간 임금 수준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역시도 우리나라가 가장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서는 단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했지만, 다른 여러 직종들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임금격차는 훨씬 더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임금 격차는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의 상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그래서 너도 나도 위험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 즉 3D 업종의 일을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또 자기 자녀가 그런 일에 종사하지 않게 하려고 높은 성적, 이름 값있는 대학 졸업장을 갖추려고 달려가는 시대이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 소는?! “

약 15년 전 TV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개그맨 박영진이 유행시킨 유행어다. 이 말마따나 너도 나도 다 편하고 좋은 일만 하려고 하면, 기피하는 그 일들은 누가 해야 될까?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가 기피하는 일(구체적인 일을 제시하는 것이 편견이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일들이 사실은 우리의 일상을 보이지 않게 지탱하고 있는 소중한 일들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집을 떠올려 보자. 화장실 청소,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빨래 등 여러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사회적 인식 상 이런 집안일을 직업 활동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집안일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 출근해야 하는데, 입고 갈 옷이 없고, 퇴근 후 집에 들어왔는데 집에 쓰레기 더미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직업 활동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상식이 우리 삶과 연결되려면, 우리가 기피하는 그 일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처우의 개선, 나아가 직업 간의 임금격차가 줄어들어야 한다. 이에 따르는 제도적 정책적 개선을 위해 우리가 계속해서 질문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일을 바라볼 때에 돈의 가치만이 아닌 그 일 자체가 가지는 의미, 그 일 자체가 우리 지역사회에서 기여하고 있는 바를 깊이 숙고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일상이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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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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