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심장, 9개의 뇌,
그리고 단 하나의 선택

by 김 정

하루는 바쁘고,

꽉 차 있는데

정작 나로서 머문 흔적은 희미하다.


끌리는 열정은 많지만

한곳에 머물지 못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심장은 원래 뛰고 싶어 한다.

끌리는 대로 끌리고,

무모함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뇌는 늘 거리를 둔다.

멀리 뛰려는 심장을 말리고,

위험을 계산하며

가능성과 효율을 저울질한다.


너무 멀리 가지 않게,

너무 세게 뛰지 않게,

삶을 관리하려 든다.


하나의 심장과

하나의 뇌로

두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면,

몸은 늘 바빠진다.


열정은 갈라지고,

판단은 쉬지 않고 작동한다.


열정과 판단,

두 가지를 동시에 품은 존재라면,


어쩌면

혼자를 택하는 편이

더 영리할지도 모른다.





심해의 문어


문어는

혼자 산다.


무리를 이루지 않고,

서로에게 기대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문어에게는 심장이 세 개 있다.

두 개는 온몸으로 피를 돌리고,

하나는 아가미로 숨을 이어간다.


뇌는 아홉 개로 분산돼 있다.

중앙에 주 뇌가 하나,

여덟 개의 팔마다 독립된 신경 중추가 있다.


팔은 지시를 기다리지 않는다.

먼저 감지하고, 판단하고, 움직인다.

묻지 않아도 되기에,

굳이 무리를 지어

서로를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문어의 움직임은

망설임보다 반응에 가깝다.

열정은 갈라지지 않고,

판단이 지체되지 않는다.


문어라면

다층적인 세계를

훨씬 능숙하게

유영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어는

그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덜어냈다.


그 능력은

관계를 넓히기보다

환경에 스며들고

자신을 감추는 데 사용된다.


멀리 갈 수 있지만

깊이 머문다.


완벽하게 분절된 능력이 만들어낸 것은

확장이 아니라

선택된 집중이다.


그 정교한 층위 위로

분산된 나의 하루가 겹쳐진다.


하나뿐인 심장과 지성으로

여러 박동의 삶을

동시에 끌어안으려는 것은 아닌지


한 몸 안에 담기엔

너무 많은 방향,

너무 많은 기대.


이 무분별한 팽창은

닿지 않는 곳까지 손을 뻗게 하고

중심을 잃어버린 과부하에 가깝다.


더 많이 가지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오늘 하루를 만드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팽창된 가능성에 흔들리기보다

한 곳을 끝까지 붙잡는,

그 단단한 판단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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