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두 개가 달려갑니다.
앞에 하나, 뒤에 또 하나.
앞에 형바퀴가 달려가면
뒤에 동생바퀴도 따라갑니다
따르릉, 노래를 부르며
동글동글 굴러갑니다.
내가 여덟 살, 가을에 썼던 첫 동시다.
무엇이든 형을 따라 하던 시절,
형이 지역 동시대회에 응모한다는 말에
나도 덩달아 따라나섰다.
색연필로 자전거를 그렸고
그 아래에 이 동시를 적었다.
이름은 큼지막하게, 두 자.
단어보다 형상으로,
의미보다 움직임으로
세상을 느끼던 시절의 첫 문장.
동그라미 두 개가 달려갑니다.
그때 두 발 자전거는
단순히 바퀴 달린 탈것은 아니었다.
세발에서 두 발로 넘어가던 설렘의 시기,
뒤뚱거리며 타야 했지만
분명, 넘어야 할 산 같은 존재였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간신히 안장에 올라타던 서툰 시작들.
한 대뿐인 자전거를
형과 다투며 번갈아 타던,
동시처럼 희미해진 추억.
티격태격
밀고 당기고,
넘어져 흙냄새를 맡고 나서야
두 발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장난기 많던 형이
뒤에서 잡아주던 손을 놓고
몰래 집으로 달려간 뒤였다.
나는 홀로 굴러가며
균형이라는 이름의 자유를 배웠다.
그 시절의 동그라미는
달리기보다 빠른 속도의 상징이었지만
동시에 제약의 시작이기도 했다.
두 개의 바퀴가 만드는
단순한 리듬 속에서
유년은 속도를 배우고
몸은 균형을 익혔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질주는
형제에서 친구로,
다시 동료를 만나며
관계가 달라져도
서로 다른 속도 속에서
균형을 배워 갔다.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불균형,
갑작스러운 가속,
예고 없는 멈춤.
무게 중심이 어긋나는 순간의 감각은
언제나 자전거와 닮아 있었다.
어른이 된 나는
더 많은 동그라미 속에 살고 있다.
시곗바늘이 도는 원,
관계의 미세한 곡선,
반복되는 일상의 궤도.
유년의 자유로운 원은
어느새 책임의 원이 되었고
나는 그 안에서
지금까지 균형을 잡아오고 있다.
균형은
서 있는 상태가 아니라
움직임 속에서만 유지된다.
어린 시절에는
몸으로 알았던 진리를
어른이 되어
다시 배운다.
지쳐 있는 날에는
몸보다 먼저
생각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생각에도
페달이 있다면,
멈추고 싶은 마음조차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까.
자전거를 탈 때
앞을 보는 일만큼 중요한 건
내 발아래의 회전을 믿는 일이다.
삶의 바퀴가 무겁게 느껴질 때,
그건 뒤처짐이 아니라
새로운 언덕을 넘기 전
속도를 고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형과 다투며 나눠 탔던 시간,
홀로 균형을 배웠던 순간들,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굴러가게 만든다.
두 바퀴는,
달릴 때에야 균형을 얻는다.
두 힘 위에서도
그렇게 굴러간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과
넘어지지 않으려는 힘.
끝이라 생각한 자리에서도
바퀴는 방향을 바꾸어
다시 회전한다.
따르릉.
바퀴가 멈추지 않는 동안,
쓰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