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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OVICH Dec 31. 2020

NETFLIX가 품은 퀴어

때때로 성도착

Feat.<오,할리우드> , <죄인-코라> 그리고 <빌리언스>


내가 찜한 콘텐츠마다 그랬던 이유가 있을까.
시대의 소명인지 넷플릭스의 사적 취향인지 유독 퀴어를 비롯한 성적 비주류들이 앞서 열거한 작품(사실 언급한 세 작품 외에도 부지기수)도처에 고개를 들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머릿속 생각과 다르게 퀴어를 비롯해 그 주변에 부유하는 이미지나 콘텐츠를 바라보며 본능적 거리를 둬 왔던 건 사실이다  


관심이 가는 작품들을 하나씩 접하던 중 그것들의 상당수 전면에 혹은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 그 정체성을 대변시키는 극 중 상황의 증가를 인식하면서 넷플릭스가 유독 그쪽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 언젠가 CEO가 커밍아웃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치 비주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혁명적 기획에 대한 강박으로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업종의 유연성을 차치하고라도 넷플릭스만 놓고 본다면 이제 '퀴어'는 주류문화로의 진입을 허락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논 바이너리라는 생소한 용어의 정체성을 소유한 배역과 실제 그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배우가 등장하는 <빌리언스>에서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하는 이른바 non-binary와의 조우는 일견 신선하기까지 했다  

논 바이너리- 기존의 생물학적 성에 기초한 이분법적  분류인 'He'나 'She' 대신 자신을 'They'(Singular they)로 규정한다(위키백과)


정말 조금 있으면 복제인간이나 안드로이드만 나오면 될 것 같았다(논외로 넷플릭스에 스트리밍 된 작품에 이미 그것들이 수 없이 등장하고 있는데 , 과학은 문학이나 예술로부터의 영감으로 확장되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이미 동성애 커밍아웃을 한 배우 '엘렌' 페이지가 남성으로의 성전환과 동시에 '엘리엇' 페이지로 개명했음을 공표한 소식까지 들려왔는데 그녀(이젠 '그'나 '그들'이라 불어주어야 하겠다)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주연이자 제작자이기도 하고 그 소식과 함께 넷플릭스도 해당 프로그램 크레디트의 이름을 발 빠르게 '엘리엇'으로 수정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쯤 되면 넷플릭스의  퀴어를 향한 너그러움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깔아준 판에 응답하듯 역동적인 스텝을 밟아가는 미디어 속 퀴어의 행보는 매니악한 방구석 장르로 치부하기엔 그 동작에 비트가 충만하고 나아가 퀴어가 더 이상 특이 소재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현상을 담아내기에 공감과 흥미에 있어 훌륭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소제목에 언급한 성도착에 대한 접근도 어느 때보다 과감히 다가온다

'성도착'

듣는 순간 불안정하고 범죄를 연상케 되며 성적 판타지나 퇴폐적 일탈로만 치부되었을 그 폐쇄적인 성향을 앞에 열거한 작품 속에선 기존의 시선과 구별되게 들여다보고 있다

상류층 지식인들과 심지어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들의 암연으로 조명하며 단순히 그들을 반사회적 성향의 변태 성욕자로 내몰기 전에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욕구와 힘겹게 싸우며 그 패배감을 떠안은 심정을 온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미디어란 결국 공감과 지지로 그 생명을 연장해 갈 것인데 ,  우리가 몰두하는 성공과 좌절이 가장 극적으로 얽혀있는 쇼 비즈니스의 결정체 할리우드의 생리와<오 할리우드> 권력과 돈의 유착 , 난무하는 배신 , 상상 못 할 만큼 싸인 '부'를 바라보며 깨끗한 지옥에서 백의를 입은 악마들의 얽힘을 보는 듯 , 이질감과 동경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빌리언스>


처음에 열거한 작품들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아마 이런 것들일 텐데 그 속에서 퀴어는 자기 지분을 성실히 늘려가는 중이고 , 넷플릭스는 그것을 장치 삼아 이념이나 정체성의 수평적 확장을 도모하고 다양한 계층의 공감을 유도하면서 시장에서 더 장수할 몸 상태를 만드는 영리한 선택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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