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여름이다...^^

by 글 쓰는 나그네

[내게로 달려온다]

매일 저녁 퇴근시간이 설렌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버튼식 도어록을 열고 문을 들어설 때면 어김없는 소리가 들린다. 이는 경계와 반가움의 소리이다. 문 밖 보이지 않는 공간의 낯선 침입자에 대한 경계와 익숙한 발걸음에 대한 반가움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거실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느끼는 반가움은 고단한 하루를 잊게 만든다. 사랑 어린 눈빛과 격한 꼬리의 춤사위를 한 번 휘젓고 난 후, 어김없이 내게로 달려온다. 그 반가움의 몸짓에는 가식도 꾸밈도 없다. 순수한 충성심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고 반가움의 표현일 뿐이다.

[이름을 짓다]

작년 여름에 태어난 후, 2개월쯤에 입양했다. 예고 없이 아내와 함께 집에 데려 왔더니 아이들은 난리였다. 격한 반가움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기억이 사뭇 새로웠다. 반려견의 불안한 경계의 눈초리와 아장아장 걷는 발걸음에 가족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이렇게 입양하고 보니 부를 호칭이 필요해져서 가족이 머리를 맞대었다. 큰 아이는 자기 친구들의 sns를 통해 이름을 공모했고, 둘째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보기 시작했다. 10개의 이름이 공모되었고(white board에 기록함)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3개로 압축했다.


▨ 이름을 결정하기 위한 주요 고려사항은 이렇다.

우리 가족의 성을 넣어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하자.

7/1일생으로 태어난 시점을 반영하자.

남자(수놈)이기에 강인한 이름을 짓자.

부르기 쉽고 정감이 가는 이름을 짓자.

내 성이 "여"씨이다 보니 친구들은 항상 얘기한다. 아들이면 "관"이라 이름 짓고, 딸이면 "인숙"이라고 지어라고 말이다. 부분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전체적으로는 나쁘다. 여관과 여인숙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셋째는 모텔 or 콘도라고 지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주요 고려사항을 반영했고 내 생각도 포함시켰다. 예전 아이들 이름 지을 때 고민한 흔적을 들춰 보았다. 이름에 봄도 있고 가을도 있고 겨울도 있는데, 왜 여름이라는 이름은 유독 없지라는 의문점을 가졌었다. 그래서 가족의 일원으로 아빠의 성을 함께 잇자는 생각과 상기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여름"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렸다. 처음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계속 부르다 보니 정겨워져 너무 좋다고 한다.

[여름이가 가족이 되다]

대소변 실수하고 버릇없이 물면 혼내고 벌도 주고 우리에 가둬 버리기도 한다. 동네 시끄럽게 짖을 때면 주위에 피해를 줄까 봐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아이들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잘못하면 혼내고 잘하면 이하며 칭찬한다. 이러한 행위들이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프면 걱정되고 특이한 행동을 하면 궁금해하는 것이 동물이나 사람이나 매 한 가지이다. 그 안에 애정이 깃들어 있기에 말이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여름이는 가끔 나와 아이들에게 심하게 혼나도 엉덩이를 꿋꿋이 들이 민다. 자기만의 친밀감과 주인에게 충성된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일 게다.

조쉬 빌링스의 말처럼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생명체가 여름이(반려견)일까?
라는 의문점은 들지만,

나는 아내와 자녀들을 더 사랑하는
남편과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


작은 생명체이지만 여름이를 통해 가족이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할 대상이 생겼다. 서로가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마음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족을 함께 엮어주는 든든한 동아줄의 기능은 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름이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도 일깨우게 되고 가족의 사랑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따스한 이 봄볕의 햇살처럼 우리 가족의 따스한 사랑 많이 받고 많이 주는 여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마음을 주게 될 줄은 몰랐다. 여름이를 통해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생명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사랑 가득한 반려견 한 번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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