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편지를 보냅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by 글 쓰는 나그네

아버지!

참으로 오랜만에 불러 봅니다. 벌써 18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언제까지나 제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바람과 기댐이 한순간의 사고로 물거품이 되었고 아픔과 고통으로 점철되어 버렸습니다. 사고 이후, 저 역시 힘들었지만 어머니의 상실감과 허무함은 고통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를 무척 애타게 만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고통을 넘어선 절망의 언저리에서 견뎌내고 극복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제가 40대 후반을 지나면서 제 안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더 절실하게 그리워집니다. 5개월 되었던 다은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막내가 낳은 손주를 안으시고 그 두툼한 손으로 어루만지시던 사랑이 그립습니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겠습니다. 제 고집대로 행동할 때 아마 '나도 저렇게 속상하게 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럴 때면 아버지를 생각하며 속상함을 지웁니다.


어제는 저희들 곁을 떠나신 지 18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리움의 뒤편처럼 지워졌었는데, 어제는 유난히 선명한 얼굴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막내야!'라며 정겹게 부르시는 그 눈망울에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아! 아버지도 날 그리워하시는구나!' 그리움이 저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잊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의 깊이에 따라 잊히게 됨을 기억하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 부모의 정이 유난히 그리웠습니다. 친구들이 함께 나들이 가고 식사하는 모습이 왜 그리 부럽던지... 방학 때 집에 갈 때면 말없이 반겨주시던 모습이 더 짠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 모르시죠? 제가 아버지 몰래 배 표를 친구들에게 공짜로 준 적이 많았습니다. 우쭐하고 싶은 마음과 친구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련번호가 찍혀 있는 그 표를 모르시지 않았을 터인데 그냥 지켜봐 주신 것에 미안함과 따스한 정이 느껴집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들이 많습니다.

함께 한 선상 위에서, 밭에서, 바닷가 그리고 빠른 걸음걸이에 맞추기 위해 총총걸음으로 달리던 기억들이 그리운 추억이 되어 저를 들뜨게 합니다.


이번 설날 둘째가 아버지 사진을 보며 아빠를 닮았다고 했습니다. 가장의 무거운 짐을 느끼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훌륭하고 멋진 분이셨어라며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제 앞가림하기에 바쁜 일상의 삶 앞에서 아버지의 투박하지만 두툼한 사랑을 손주들에게 들려주지 못한 것이 지금 이 순간 진한 아쉬움으로 남겨집니다.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하신 아버지! 아버지의 거칠고 투박한 손과 넓은 가슴으로 저를 안아주셨듯이 제 아이와 아내에게두툼한 사랑을 그대로 전하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무척,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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