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디자인하다 - 003
[자꾸만 남의 손을 잡는다!]
첫 직장을 구하고 근무한 지 20년의 시간이 흘렸다. 그 사이에 우여곡절(지상전, 공중전, 수중전 그리고 처세전)의 과정을 겪고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지상 최대의 목표는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전리품을 챙기는 것도 아니다. 단지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중년을 지나고 있는 샐러리맨의 목표이다. 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처연하다. 나의 능력과 열정이 아니라 남의 도움과 인맥 그리고 사내 정치에 매진하려는 이들이 있다 보니 더 시름의 고민이 깊어진다.
나의 손의 힘으로 살아야 할 터인데,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
[라면을 끓이며 - 김훈]
김훈 작가가 자신의 글을 쓰는 고통을 표현한 문장이다. 힘겨울 때 나의 힘이 아니라 자꾸만 다른 이의 글에 이끌린다는 의미이다. 지상 최대의 승리를 하려니 정보의 흐름에 밀리고 능력은 떨어지니 비정상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인맥을 활용한 용인된 처세술 이외에 자신만의 비법 노하우로 승리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친구가 돌아왔다!]
이런 살아남기 위한 삶의 전쟁터에 친구가 돌아왔다. 4개월간의 투병과 자신의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돌아온 것이다. 매일매일 티격태격하며 지내오다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이탈하였다. 의견 대립이 생기면 가끔은 적이 되었다가 다시 처연한 모습의 동지와 친구가 된다. 같은 사무실의 울타리 안에 있어도, 이 곳은 작은 세상의 일부이다. 그러하기에 경쟁과 시기와 질투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서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2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깊은 정으로 뭉쳐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료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동료가 기쁘면 나도 기뻐하며 축하한다. 아직까지는 경쟁과 질투보다는 따스한 정이 조금 더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모처럼 보는 그의 얼굴엔 쑥스러움과 반가움의 미소가 함께 머문다. 만나서 반갑고, 정든 고향 같은 직장에 되돌아와서 반갑고, 다시 리셋하고 삶의 길로 접어든 용기가 반갑다. 너무 바쁘게만 달려온 우리의 자화상이 그의 얼굴에 비쳤다. 정교하고 웅장하게 만든 기계도 휴식과 정비가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일상이라는 반복의 틀에서 벗어나는 휴식과 자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안식년 휴가처럼 말이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가려는 구시대적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좋은 성과가 나오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만한 투자 대비 성과도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삶의 길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또한 요구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을 접어들면서 인간공학이 사회와 일터에 적용되었듯, 이제는 휴먼웨어에 더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진짜 투자해야 할 분야는 바로 휴먼웨어다."
[생각의 융합 - 김경집]
[친구가 가르친다!]
친구를 통해 사람을 배운다. 아니 사람의 정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배운다. 인생은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끊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하나하나 때에 맞게 끊어가는 과정에서 사람을 배우고 일을 배우고 또한 삶을 배운다. 이 친구의 4개월이 그의 삶의 정점에서 변곡점이 되었듯 그의 변곡점이 되려 나를 가르치고 있다. 그를 통해 내 삶의 변곡점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를 위한 삶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만든 광고가 좋은지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더군요. 이렇게 대답했죠.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한 것은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과 싸움하고 싶어 진다" 내가 진심으로 느낀 것은 그것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응당 싸우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나를 위한 삶은,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는 것이 먼저이다. 그리고 부딪히고 싸워야 한다. 나와 싸워야 하고 때로는 가족과 싸워야 하고 세상과도 싸워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냥 주어지는 것이 없듯 노력 없는 결과물도 욕심이다. 싸워서 얻은 성취물은 그만한 보람이 있다. 또한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삶에는 성공체험이 중요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성공도 해 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 때로는 논쟁하고 설득하며 나만의 이야기가 깊어질 때, 어떻게 사는 것이 나를 위한 삶인가의 해답을 찾아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친구에게서 배웠다. 그의 삶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것과 내 안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담아내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길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야 멀리 간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