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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Mar 21. 2020

학문의 즐거움 - 리뷰

히로나카 헤이스케


무슨 내용일까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었는데, 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일본 수학자의 자서전이다. 수학의 최고상인 필드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수학자로서는 세계적인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다. 그의 삶의 과정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었고 그 배움에서 얻은 교훈은 끈기와 노력이라고 읽힌다. 
   
책은 중고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그래서 새것보다 더 정감이 간다. 손때 묻은 옅은 노란색 표지가 새것에서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을 준다. '너무 부담 갖지 마! 이전 사람도 다 읽은 책이야. 벽돌 책 같은 두꺼운 책이 아니라 읽기에 알맞게 얇아. 수학자의 배움의 과정 특히, '특이점 해소'라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얘기하고 있어.'    

 

또한 저자는 말하지. "수학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발상이며 아이디어다. 그 아이디어는 문제의 입장에 서서 자기 자신과 문제가 혼연일체, 즉 소심(素心)의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심은 소박한 마음이다. 소박함은 교만이라는 단어와 연계된다. 지식과 지혜는 채워질수록 가벼워져야 한다. 무거워진 머리로 절제하지 못하고 자랑질하려다 교만해진다. 무거워지되 가벼워질 수 있는 길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길 뿐이다. 그 평정심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소심, 즉 소박한 마음이다. 
   
이 책의 주요한 키워드를 몇 가지로 분류해 보면, "특이점 해소", "아름다움", "노력과 끈기" 그리고 "이학", "소심"일 것이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열매를 맺을 수 없듯, 학문에도 뿌리는 내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배움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러면 사람은 왜 배우는가?'라고 질문하며 뒤이어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그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혜를 넓히고 대상을 깊게 보고 더 나아가 결단력을 유도하는 힘은 지혜를 통해 기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혜를 얻는 과정인 배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l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저자는 지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배움의 목적은 배워서 남 주기 위함이다. 지혜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그것으로 얻게 되는 사회적 힘과 능력도 결국은 얻는 것을 토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라틴어에 "도 우트 데스(Do ut Des)"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 영어로 '기브 앤 테이크'의 의미이다. 상호주의라는 개념으로도 설명되는데, 상호 간에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이 사회가 존립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결국 '내가 주기 때문에 나도 준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개인이든 국가든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p.121-   
   
그래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 배움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기와 욕심이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익어가는 세상이 될 터이니 말이다. 노사연의 노래 <바램>의 가사 중에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구절처럼, 늙어가며 약해지기보다 익어가며 뚜렷해졌으면 좋겠다.    
  



 l 아름다움 



수학자에게 '아름답다(Beautiful)'라는 말을 능가할 만한 찬사는 없다고 한다.  
"수학은 진리뿐만 아니라 숭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 아름다움은 조각처럼 차갑고 엄숙하며 사람에게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그림이나 음악처럼 화려한 장식도 없다. 그러면서 장엄하리만큼 순수하며, 최상의 예술만이 제시할 수 있는 엄격한 완벽에 도달할 수 있다." -p.104- 

수학의 아름다움은 완벽함에 있다. 눈부신 화려함이 아니라 논리적 엄격함이 수학에 매료되는 이유다. 그러기에 거짓이 없다. '수'는 거짓을 모른다. 맞고 틀리고의 단순한 간결함이 수학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l 묻고 듣고 또 묻고 


미국의 교육방식은 전형적으로 질문을 통해 배운다. '묻고 듣고 또 묻고.' 이 과정을 통해 닫힌 귀가 열린다. 저자는 이를 이학(耳學)이라 칭한다. 귀로 듣는 학문이다. 질문하고 대화하고 또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고 토론하며 배우게 된다. 단순하게 지혜를 얻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생각 그리고 깊은 지식은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점 개별적 해석의 시작점과 차이점 등. 들으면서 말하면서 배우는 것이 이학이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은 '노력과 끈기'라는 단어로 해석된다. 태어날 때는 유복했지만 전쟁의 고통을 겪으며 장사꾼이 되어 가정경제에 직접적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넘어,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 '특이점 해소'라는 인생 테마를 잡고 줄기차게 걸어왔지만, 이제는 포기할 때도 되었다는 무언의 압력을 이기고 극복한 과정은 노력과 끈기라는 단어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저자의 노력에서 얻는 점은 '뿌리 없는 열매'는 없다는 점이다. 뿌리는 결국 인내와 노력의 결과물로 넓고 깊게 자리잡는 것이다. 그 뿌리를 얻는 힘겨운 과정을 거쳤기에 열매라는 결과물, 즉 특이점 해소를 이루어 낸 것이다.  
   


l 낡지만 늙지는 마라


표지를 대표하는 그림은 낡은 책이지만, '낡지만 늙지는 마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배움을 통하면 늙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세상의 때는 묻어 조금 낡아지겠지만 생각이 늙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낡지만 늙지 않으려면 아름답게 늙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평생의 업인 수학에서 <학문의 즐거움>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내가 아름답게 늙어가는 길은 뭘까?"  

나도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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