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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Mar 14. 2020

한강의 <채식주의자>

한강의 <채식주의자>
 

[ 채식주의자 - 목차 ]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중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세 편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이다. 각각 2004~2005년에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문학 판>>에 실렸다. 모두 개별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합해보면 하나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의도치 않게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소설마다 화자가 바뀐다, <채식주의자>는 그의 남편이 화자이고, <몽고반점>은 형부가 화자이고, <나무 불꽃>은 언니의 내레이션이 주가 되고 있다. 소설은 회상을 통해 이전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기에 개별적인 소설이어도 이야기의 전개는 가능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한 명의 사람을 두고 다양한 주변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이야기 방식이다. 이 세 가지 이야기 중에서 <채식주의자> 소설 위주로 짧게 정리해 봤다.

 


주인공은 아내(영혜)지만 화자는 남편이다. 남편이 바라보는 눈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아내가 채식하기 전까지 어느 것 하나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 특별하지 않음을 남편을 편안해했다. 그런데 아내가 꿈을 꾸고 난 후, 편안한 일상에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모든 육류와 날것에 대한 거부감 심지어는 가죽제품까지 버렸다. 그리고 남편에게서 느껴지는 땀구멍까지도 거부했다.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고 고기를 거부하면서 아내의 몸은 점차 야위어갔다. 남편은 처갓집에 이 사실을 알려 해결하려 했지만, 도리어 처가와 아내의 다툼이 벌어졌다. 아내의 거부감은 행동으로 이어지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 작가 - 한강 ]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끌림이 있다. 소설의 전개 방식도 궁금했고 어떤 이야기일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가독성 측면에서는 쉽게 읽히는 마력이 있다. 그녀의 꿈에 대한 거부감도 살짝 생기지만 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지는 꿈을 통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어느 날 아내는 꿈을 꿨다. 그 꿈이 그녀의 삶을 차갑게 변화시켰다. 몸은 차갑게 식었는데 현실은 반대다. 절대 식지 않는 용광로처럼 계속 뜨겁게 달궈졌다. 온몸을 새까맣게 달구고도 더 뜨거워졌다. 그 뜨거움이 몸속으로 들어온다. 한번 들어오면 결코 다시 내뱉을 수 없다. 꿈이 너무 뜨겁다.  
 
중간중간 아내의 꿈이 삽입되어 심리적인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죽음의 공포와 살인의 고통 그리고 날것들에 대한 아픔과 고통이 뼈 속까지 스며들어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다고 한다.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이어서 그녀는 말한다.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어."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말을 끊고 입을 다문다. 명치끝에 걸려있는 삶의 고통을 내게서 걷어내어 줄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외로움이, 두려움이 되었다.
 
날것을 두려워하면서 자신은 되레 날것이 되고 싶어 한다. 가슴을 드러내고 구속받지 않으려는 날것, "더워서 벗은 것뿐이야." 온몸으로 달구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은 모든 것을 벗어던지는 것뿐임을 그녀의 행동으로 말한다. 하지만 아내의 움켜쥔 오른손에서 뜯긴 채 발견된 동박새를 통해 의식은 거부하지만 몸은 여전히 포식자의 욕구를 잊지 않았다.


가슴이 받아주지 않으면 몸은 그저 빈 껍데기일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삶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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