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뭐지?
백혈병 단상 (61 번째)
병원생활 벗어난지도 반년이 넘게 지났다. 초기엔 침대를 벗 삼아 살았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었다. 아직 정상 수치까지는 아니지만, 침대를 벗어나 세상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만도 크나큰 발전이다.
하지만 마음 상태는 몸과는 달랐다. 퇴원 후 밝은 날보다 어두운 날이 더 많았다. 새 삶을 얻은 기쁨에 충만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에 휘둘리며 살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재발하지는 않을까? 새로운 직업을 알아봐야 하나?' 등등. 어느새 짐이 되어버린 내 모습을 보며 가족에 미안했다. 그러다 문득 백혈병 환우들의 밴드에서 힘이 되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분은 퇴원한 지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여전히 몸은 힘들고 먹고살아야 할 길은 어둡지만, 이렇게 매일 아침에 눈 뜰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한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라는 깨우침을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다짐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뭐지?
왜 이렇게 다를까? 똑같은 병에 비슷한 상황이지만 받아들이는 반응은 다르다. 그분은 그늘 속에서도 태양을 향해 뚜벅뚜벅 걷지만, 나는 깊은 터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태양과 터널의 차이점은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삶에 배어 있다면 삶은 언제나 태양과 같은 존재로 느껴질 것이다.
오늘은 그분을 통해 배웠다. '더 열심히 살아라!' 다시 주어진 생명, 애달파하지도 걱정에 휘둘리지도 미안해하지도 말자. 매일 아침 눈 뜨는 것에 감사하자. 오늘 내게 주신 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드는 소명이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오늘도,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