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만들기 없기!

백혈병 단상 (60 번째)

by 글 쓰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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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가 반갑다. 언택트 시대라 택배 배달이 일상이지만, 오늘은 일상적인 배달품이 아니다. 결혼 후 20년 넘게 갖지 못한 것을 가지는 날이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그리 크지 않은데 가족에 대한 집착은 큰가 보다. 결혼하며 꿈꾸던 그림이 하나 있었다. 매년 성장과정을 찍어 벽에 연도별로 게시하는 것이었다. 그 작은 바람은 시작도 못해보고 20년의 세월이 흘렸다. 아내는 살 빠지면 찍자고 거부하고 나 또한 귀차니즘에 빠져 시간만 흘러 보냈었다.


그러다 음 앞에 직면하게 되니, 미련으로 남겨지는 것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가족사진이다. 화목한 모습으로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다는 게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퇴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이벤트 응모에 당첨되었다며 가족사진을 찍자며 재촉했다. 아내도 나이 들었는지 영원한 숙제(다이어트)도 던지고 적극적으로 원했다. 아마도 6개월간의 남편, 아빠의 역할 부재에 대한 불안이 가족사진에 더 애착을 갖게 만든 것 같다.


현관문을 열고 곱게 포장된 박스 안에 유난히 빛나는 그림 한 점. 사진만으로 표현하기 부족한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보는 순간, '이게 뭐라고' 왈칵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다.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 띤 남자가 나 같지 않다. 어딘가 어색한 연기를 하는 중년의 배우? 흰머리 희끗희끗한 배우 옆에 아리따운 아내와 건강하고 이쁘게 성장한 아이들.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가족이라는 원팀의 모습이다.

따로따로가 아니라 이렇게 하나로 뭉쳐 함께 있으니 더 살갑다. 다시 다짐한다. '빈자리 만들기 없기!' 10년 뒤에도 이 모습 그대로 하나 된 가족의 모습으로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정 중앙에 있는 우리 집 막내 여름이(반려견)까지도...

거목(巨木)이 되자.
그 아래에서 가족이 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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