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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Jul 19. 2016

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다시, 도끼와 만나다!

도서관 책장에 꽂다 만 채로 비스듬하게 얹혀 있는 책이 시선에 들어왔다. 제자리에 꽂아 줘야지 하며 집어 들은 책이 [다시, 책은 도끼다]이다.  '아, 다시 책을 내셨구나'라는 반가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전작인 [책은 도끼다]를 통해 저자를 만났었고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감수성을 살리는 지렛대의 역할을 했었다.  [책은 도끼다]의 밑줄 친 구절을 간간히 들쳐볼 때면 저자의 깊은 통찰에 대한 부러움의 시선이 머물게 된다. 읽기만 하지 않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나눔을 추구할 수 있는 작가가 너무나 부러웠었다.

[내 안의 감수성을 깨우자!]

다시, 책은 도끼다!

내 안에 꽁꽁 얼어버린 감수성을 깨트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이 도끼가 책이라고 '카프카'가 말하고 작가도 공감하고 있다. 감수성 짙은 작가의 울림이 나에게도 전해져 함께 공유하며 첫 장을 넘기게 되었다.


'나는 왜 책을 읽느냐(전작)'와 '나는 어떻게 책을 읽느냐(후작)'가 두 권의 책에 담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이었고, 저자의 생각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천천히'라고 말하고 있다.

보고 듣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서두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188-

이 서두름이 책의 의미를 잊게 만들고 문자로만 이해하는 수준의 지식으로만 남겨지게 만든다.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의 변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책이며 그 시선이 얼어버린 감수성을 깨우는 도끼가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더 많은 지식을 빠른 시간 안에 탐하려는 욕심에 속독할 방법을 찾아보고 배워보고 노력해 보았다. 핵심적인 내용들을 빨리 습득하고 정리해서 많은 것을 얻고 싶었지만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느낌만을 받게 되었다. 책 읽는 즐거움과 가치를 놓쳐 책이 친구가 되지 못하고 먼 이웃사촌처럼 겉돌았다. 사고의 확장을 위하고 내 안에 잠자던 자아를 깨우기 위한 역할은 없고 '앎'만을 추구하는 독서에는 '사람이 없는 삶'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라는 1강의 제목처럼 책을 읽고 내가 느끼고 발견하는 단어가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그 책이 내 책이 되는 것이고 앎이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운 것은 몸에 살짝 붙어 있지만, 스스로 발견한 진리는 내 단어가 되죠. 나만의 단어가 많아지는 게 지혜로운 삶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118-

누군가의 것이 아닌 내 것이 되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독서의 과정이다. 그래서 앞서 얘기한 읽고, 쓰고, 생각하고, 나눔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베토벤의 땅과 브람스의 땅

소설이나 그림, 음악 같은 것들의 역사는 그 음악이 있기 때문에 다음 음악이 순차적으로 나오지 않아요. 그 음악이 있었고, 또 새로운 음악이 나오는 거죠. 수평적입니다. 베토벤이 있어서 브람스가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간 것이 아니잖아요. 베토벤의 땅이 있고, 브람스의 땅이 따로 있죠. 베토벤의 땅위에 서지 않으려고 브람스가 자신만의 땅을 계속 개척해나가는 것이 예술의 역사입니다.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different)'의 세계라고 합니다. 이렇게 과학과 예술이 추구하는 것이 다르 듯, 같은 지향점을 향해 가더라도 서로의 영역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같은 땅을 밟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땅이 같은 땅이 아니라는 것이죠. 밟고 있는 곳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밟고 서 있는 사상이 중요한 것이고 밟고 서 있는 사람이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어디를 밟고 있던지 예술이 추구하는 다른의 세계가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를 향해 던져 줄 화두가 될 것입니다.


좋은 질문, 정의로운 질문 그리고 발칙한 상상력의 질문들을 던질 수 있기 위해서는 감수성을 깨우는 도끼와 같은 책 읽기가 필요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독하게 바뀌지 않는 답답한 내 안 속 사람을 변화시켜 줄...

부수고, 깨우고, 넘어설 도끼 한 자루 준비하셨나요?




[마음에 담은 구절]


1)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쇼펜하우어-문장론]


2)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괴테]

지혜의 대부분은 조상들이 남긴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본인의 힘으로 획득하면 진짜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3) 단호한 언어를 가지려면 확고한 신념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고 스스로 사색도 해야 합니다. -25-


4) 읽기 쉽고 정확하게 이해되는 문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주장하고 싶은 사상을 소유해야 합니다. [쇼펜하우어-문장론]


5) 이런 문장을 보면 어디를 여행하는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떤 눈을 가지고 여행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죠. -54-


6) [생각의 탄생]에 보면 꽃을 그리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관찰에 대해 이런 말을 해요. "꽃을 보려면 시간이 걸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지"라고요. 마찬가지로 책도, 여행도, 생각도, 천천히 나의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57-


7) 미성(未成) :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냐 하면 나의 하루입니다.  -107-


8) "책 속에 무슨 길이 있어. 길은 밖에 있지"라고 일갈했던 김훈 선생의 말처럼 실제로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108-


9) 자기 안에 없는 행복은 다른 어디에도 없다. 행복은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다. -110-


10) 시간과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둘 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말합니다. [코카콜라 전 ceo 더글라스 대프트 신년사 중]


11) 한 사람이 씨앗을 심었다. 싹트는 것이 궁금하고 걱정된 그 사람은 흙을 파내고 계속 씨앗을 지켜보았다. 상해 버린 씨앗은 열매를 맺지 않았다. [톨스토이]


바로 이런 것들이죠. 스스로 알아서 자라도록 두어야 하는 것들. 우리가 차분하게 기다려줘야 하는 것들. 그냥 순리대로 가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인간 마음대로 그것을 조절하겠다고 개입했다가 결국 죽여버리죠. -117-


12) 나의 정원은 내가 가꾸어야 한다. -118-


13) 불교에서 수행의 최종 목적은 환생이 아니라 멸(滅)이랍니다. 다시는 무엇으로 태어나지 않는 것이죠. 더 좋은 무엇으로 태어나도 연은 필이 생길 따름이고 그러면 삶은 또다시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영원히 태어나지 않는 것이 목적이랍니다. -149-


14) 문화 미와 예술미는 훈련을 통해서 커져가고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이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유홍준]


15) 역사적으로 동양 문명이 서양의 그것보다 훨씬 앞서갔죠. 그런데 뒤처지기 시작합니다. 물질에 대한 무시 때문이었어요. 정신과 영혼만 쫓은 거죠. 그런데 영국인들은 육체를 이용해 물질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갔죠. 그렇게 외로운 섬나라에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거예요.  -193-


16) '키치'는 다시 말하자면 '편집'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거죠. 로맨티스트는 모두 키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로맨티스트는 어떤 상황이든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거든요. -241-


17) 16세기에 교회의 타락이 가장 덜한 곳은 독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곳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났음을 지적한다. 오직 "타락의 초기에만 타락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기"때문이다. -254-


18) 성취의 다락방은 삭막합니다. 연애, 결혼, 섹스, 여행도 마찬가지고요. 언제나 처음이 설레죠. 시작하기 전, 준비할 때요. 그러나 이루고 나면 힘들고 삭막해요. 성취는 환상일 때 아름다워요. 현실이 되면 힘들어지죠. -326-


19) 당신이 만든 광고가 좋은지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더군요. 이렇게 답했죠.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과 싸움하고 싶어 진다" 내가 진심으로 느낀 것은 그것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응당 싸우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335-


20) 나는 책을 오독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평소에 책을 오독한 덕분이다. [김구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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