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실래요?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연, 자동차는 언제 사야 될까요?
참고로 저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젠 나이가 좀 있다 보니.. 또륵) 하지만 제가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엄청나게 고민했던 질문들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20대, 30대 남성이라면 '자동차', '차'는 하나쯤 갖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0살 대학생 때 한 번쯤 부자 친구, 부자 선배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나는 학교 앞 작은 방에서 자취를 하며, 친구들과 어디를 가기 위해선 버스를 타고, 지하철 갈아탑니다. 심지어 택시는 그렇게 자주 타지도 못 합니다. 불편을 감수하고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 다니죠. 하지만 누구는 외제차를 학교에 끌고 와서 친구들을 태워주고 심지어 오픈카면 비행기도 아닌 게 하늘 구경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비행기 보다 나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나도 차 갖고 싶다'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자취를 한다면 자기 차를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새는 카푸어라는 얘기도 많이 하죠? 혹은 현재 삶에 충실한다는 개념으로 사고 싶은 차를 사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뱁새인지라 황새를 따라갔다간 아마 이미 가랑이가 남아있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차를 사고 싶은 욕망을 참고 살아왔습니다.
제 고향이 울산인지라, 그리고 부모님 댁이 도심이긴 하나 중심상권과는 조금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거나 어디 이동 한번 하려면 버스에서 긴- 시간을 보내곤 했었습니다. 더군다나 부모님과 함께 친척집을 찾거나 부산 등의 다른 도시를 갈 때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전면허도 있는데, 운전 한번 시켜주시면 안 되나..?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보면 뒷 자석에서 슬며시 얘길 꺼내곤 했습니다.
못난 아들 : '아버지, 운전 한번 해보면 안돼요?'
아버지 : '보험 안 들어서 안돼'
어머니 : '아니 뭐 잠깐 운전 좀 시켜줘 봐요~'
아버지 : '보험 안 들어서 위험해'
못난 아들 : '....'
사실 이 굴렁쇠 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대답은 같았죠. 물론 보험을 안 들고 운전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저도 겁쟁이라 그런 위법은 저지르지 않습니다. (버즈가 부릅니다 '겁. 쟁. 이') 하지만 약간의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거 아실까요? 잠깐이라도 차 없는 아들 보고 운전 연습 겸 시켜주면 어땠을까요. (덕분에 지금의 차는 상처투성이)
또래에 비해 차를 빠르게 산 편은 아닌지라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동차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럼 뭐가 가장 좋은지 아시나요? 바로 여행 갈 때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강릉입니다. 남자 넷이서 가다 보니 차 한 대로 가면 딱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 누가 운전하죠? 당연히 차 있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특정 위치에서 모이긴 하겠지만 결국, 픽업도 그 친구 담당입니다. 물론 출발할 때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오래된 운전은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가장 최악은 언젠지 아시나요? 바로 여행 마지막 날입니다. 남자들끼리 떠난 여행은 만취의 향연으로 마지막 날 아침은 항상 괴롭습니다. 그럼 운전은 누가 하죠? 당연히 차 주인이죠. 때때로 운전을 도와주기도 하지만(보험 필수), 결국 소유주가 가장 힘든 법입니다. 그래서 얻어 타는 차는 맛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돈도 없었고, 여자 친구도 없었고, 아버지의 관용(?)도 없었던 저는 끝내 차를 사지 못했었습니다. 다행히 서울이라는 곳은 최첨단 교통이 발달된 곳이다 보니 차가 없어도 대중교통과 쉐어링 차량 서비스 그리고 포뮬러원 저리 가라 하는 쾌속 택시로 어느 정도 삶은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차를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저도 결국, 남자였던 것이죠.
이 글이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면, '남자의 차는 여자를 만나기 위함이다'라는 결론에 이를 것 같네요.
물론, 틀리지 않은 얘기입니다. 차는 그 어떤 공간보다 프라이빗하고 폐쇄된 공간입니다. 남녀가 자연스럽게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자 가깝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그런 공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애를 멀리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저는 홀로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혼자서 먼 곳으로 떠나는 등의 취미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때때로 가슴 한켠이 막연히 답답할 때가 있고, 탁 트인 전망을 보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제게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저녁에서 밤으로 바뀌는 시간에 불어오는 아찔한 냉기처럼, 가슴에 시원한 바람을 넣고 싶은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다른 감정의 '차를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움직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나의 자발적 의지로 어떤 장소든 향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만큼의 조용하고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제겐 그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개인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제게 자동차는 그런 공간을 제공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런 시기에 차를 구매했던 것도 같고요. 물론 연애를 하기 위함이 가장 컸죠. 큰 도움이 되었고요.(뿌듯)
여러분은 언제 차를 구매하셨나요? 혹은 언제 구매하실 생각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