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창균 Sep 24. 2022

서른 살이면 좀 달라질까요?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실래요?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연, 서른 살이면 좀 달라질까요?



Q. 서른 살이면 좀 달라질까요?

참고로 저는 서른이 넘었고 곧 서른다섯 살이 됩니다. 제가 약 5년 전, 그러니까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나의 서른다섯 살은 무언가 달라져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깨 잠깐 들썩하는 정도로 지나갔습니다. (그 얘기는 서른다섯이 넘어가면 해보는 걸로 하고요.)

그때 기억이 스치면서 서른, 30살, 30이라는 숫자를 마주 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어릴 적 회상하듯 떠올라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서른 살이면 아저씨 아니야?

응 아니야.

대학생 때, 서른 살이라는 숫자를 들으면 그냥 아. 저. 씨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스물여덟만 해도, '와- 나이 진짜 많은 복학생이네?'라고 중얼거렸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때, 그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사회 초년생으로 서른 살, 계란 한 판을 눈앞에 마주했었습니다. 십 대에서 이십대로 넘어가는 순간,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뀌는 순간은 짜장면 보통을 시켰는데, 간짜장이 배달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가격도 오른 것 같고, 재료도 더 풍부하고, 맛도 더 있을 것만 같죠. (실제로 간짜장이 더 맛있긴 하죠.) 하지만 이십 대에서 삼십 대가 되는 순간,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는 순간은 짜장면 보통을 시켰는데, 곱빼기가 배달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는 배가 부른데 말이죠. 당시에는 이십대라는 짜장면이 아직 새롭고 맛있고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곱빼기인 삼십 대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배가 너무 부른데?처럼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앞자리 숫자가 바뀐 건, 말 그대로 숫자만 바뀐 것에 불과했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가 승진을 하듯 버라이어티 한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죠. 실제 신체도 갑자기 흰머리가 난다거나 주름이 더 생기거나 그런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진 않습니다. 새 학기를 맞이해서 학교를 나가면 초반에는 어리둥절하잖아요? 친구들과도 서먹서먹하고요. 심지어 몇 학년 몇 반, 몇 번 인지도 아직 인지가 안된 상태랄까요? 그런 기분이 서른 살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저씨는 더더욱 아닙니다. 왜냐면 서른 살의 남자는 빨리 입사해 봐야 2~3년 차의 신입 직장인이기 때문이죠. 사회에 나가면 어딜 가나 막내고, 식당을 가면 숟가락 세팅과 물컵에 물도 콸콸 따라 놔야 되는 위치입니다. (물론 눈치 봐가면서 물 리필도 해드려야죠.) 종종, 아직 애기네?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물론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해당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feat. 노안) 결국 , 아저씨는 아니라는 말이죠. (그렇다고 해주세요. 제발.)


서른 살이면 무엇이 변하나요?

그렇다면, 서른 살이 되면 무엇이 변할까요? 제 기준엔 변화가 없었습니다.

막연히 이십 대 때는 내 나이 서른 살이면 차도 있고, 어느 정도 능력도 있으며, 미드 '슈츠'에서 보는 스마트한 변호사 마이클 같은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 혀 아니더군요. (참고로 슈츠의 마이클은 천재적인 기억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고 신입임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고 사람 냄새나는 감정의 소유자입니다. 제 기대는 천재적인 기억력은 아니었고 사람 냄새 폴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서른 살의 저는 여전히 막내였고, 여전히 서툴렀으며, 여전히 미래에 대해 걱정 투성이와 여전히 내일이 없듯 술을 마시고 신세 한탄하는 처지였습니다.


서른 살이라는, 계란 한 판이라 일컫어지는 숫자가 제게 주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의 모습과 행동이 달라진 게 아닌데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언갈 변화하실 바라는 게 어쩌면 어리석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어릴 적, 막연히 '나의 서른 살은 멋질 거야!'라는 기대와는 별개로 큰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심지어 가-장 신나게 논 시절이 서른 즈음이었습니다. 매일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새로운 인맥을 원하고,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떠들면, 저 또한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나를 채우다

그런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 아쉬움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우연한 기회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사업가이거나 전문직이거나, 방송계 쪽에 일을 하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이 '와- 대단하다'라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는 분들과 약간의 접점이 생기다 보니,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런 분들이 술자리에 불러주면, 나도 왠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말 그대로 어깨는 나란히 앉았겠죠. 육체는 그 자리에 있었으나 정신은 황홀경에 빠져 저 멀리 현실적이지 않은 꽃밭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제가 마치 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마냥 고래를 빳빳이 들면서요. 하지만 제 잎은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죠.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 시간이 온전히 나의 시간 인양,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처럼 의기양양하면서, 다른 사람으로 저의 양식을 채우곤 했습니다.



서른한 살이 되고서야

서른 살에,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서른 살임을 명확히 얘기했습니다. 그만큼 그 숫자 자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고,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기다렸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른 한살이 넘고 나선 누가 나이를 물으면 헷갈릴 때가 있었습니다. 서른 하나, 서른둘에 제 나이가 서른인지, 서른 하나인지, 둘인지 헷갈린 적이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계란 한 판이 지나고 나서 시간이 빨리 흘렀습니다. 한 살, 두 살 먹어가는 것에 크게 연연치 않고 매 순간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방향으로 삶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른 살, 계란 한 판이라는 숫자가 그냥 숫자이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계란 한 판이 다 차면 새로운 판을 또 새롭게 채운다는 생각이었다면,

인생이란 건 새로운 판이 아니라, 그냥 그 옆에 수십 개의 계란판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계란 한 판을 다 채우니 그냥 차곡차곡 옆의 판을 채우면  되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서른다섯이 다되어 가는 시점에 과연, 내가 생각한 서른다섯의 모습을 나는 그려가고 있는 걸까? 서른 살에 기대했던 내 모습에 느낀 실망감을 나는 과연 서른다섯에 다시 이룰 수 있을까? 결국 그 답은 서른다섯이 훌쩍 넘어가면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서른 살의 제 모습은 많이 서툴렀던 것 같습니다. 이십 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큰 성과를 이룬 것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죠. 하지만 서른이라는 계란 한 판을 등에 짊어진 마냥,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고, 된 것 같은 안갯속을 헤매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시기가 있었기에, 부족했고 막막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도 앞이 뿌였지만 덜 긴장하고, 덜 염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여전히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서른 살이 되자 바뀐 것들이 많으신가요?
서른 살이 되면 어떨지 기대가 되시나요? 




















이전 06화 자동차는 언제 사야 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