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내 안의 어두운 면(Self-shadow)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어른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책임져야 할 일 투성이다.
더 이상 부모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을 수 없고, 모든 것을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했다. 어린 시절 상상하던 '어른의 삶'은 자유와 선택의 행복으로 가득 찼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역설적으로 어른이 되니 어릴 때의 모습이 그리웠다.
일례로 거리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 공부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기댈 수 있는 부모의 울타리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와 닿았다.
어른이 돼서 좋은 점은 모든 결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자유가 확대된다.
면허를 따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소비도 오직 나의 허락만으로 가능하다. 사람들은 어른으로서 존중하며 때로는 나의 선택을 신뢰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점이 내포되어 있다.
신입이거나, '초보'라며 양해를 구해도, 사회는 쉽사리 봐주지 않는다. 단점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책임감이 성장의 틀이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어느새 어른이 된다.
‘서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원하는 것을 많이 이루는 멋진 삶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나이만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스무 살 때는 나이를 말하면 '어리다'며 부러움을 받았지만, 서른 살이 된 지금은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말과 행동이 점점 더 신중해진다. 사회적으로 어른다운 태도를 요구받으면서, 나잇값을 하고 있는지 자주 의문이 든다. 어떤 해에는 나이를 먹기 싫어서 떡국을 먹지 않은 날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바로 ‘무게’다. 어른의 무게 말이다.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부모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그동안 부모님께서 몇십 년을 쉬지 않고 일하시며 나를 키웠다는 사실이.
아직 마음속에는 어린아이가 살고 있는데, 어른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진다.
책임이라는 존재는 나의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어느 순간부터 그 책임의 무게에 눌리지 않으려고, 여러 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젊음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찬란한 시기다.
반면,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맛보며 인생을 재설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패의 두려움에 도전을 망설일 때가 있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을 앞에 두고 배움의 자세를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사회에서 최선을 다해도 실패할 때, 실제 실력의 한계가 느껴져 스스로 초라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적당히 노력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성실한 과정만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음을 배웠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무뎌질 것 같지만, 실패는 저마다의 무게가 있는 만큼 아픔이 따랐다.
필자는 ‘여유’라는 단어를 애용한다.
여유는 인간을 온화하게 만들고, 삶의 폭을 넓혀 준다. 인생에서 진정한 여유를 갖게 되는 시기는 대체로 40~50대라 여긴다.
그래서 그들의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도 치열하게 살아온 20~30대의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100세 시대에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상대적인 시각을 말하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러니 그 여유를 언젠가 손에 쥘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로 삼고, 나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성실히 노력한다면 여유를 얻을 것이라 믿는다.
어른의 무게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문제와 고민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에게 견딜 수 있을 만한 시련을 주신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버거울 때도 있기 마련이니까.
이처럼 어른은 처음이라 현명한 어른이 되는 법을 몰라 방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몸만 큰 ‘어른이’지만 현명한 어른이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겠지.
삶 자체가 실수를 통해 성숙하는 과정임을 알기에, 현명한 어른이 되어 사회 초년생과 방황하는 어른들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
‘어쩌다 어른’, 이 단어를 곱씹으며,
스스로 한 선택으로 그 무게를 받아들이며 책임을 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언젠가 찾을 여유로움으로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기를 진심으로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