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 Jun 01. 2021

오랜만이예요.

 오랜만에 하얀 지면 앞에 앉았습니다. 약 2년 동안 우울에 잠겨 있느라 한때는 저를 이끌어주던 글을 놓고 있었어요. 이전에는 우울감에 휩싸이면 제법 능숙하게 그걸 걷어낼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일이 덮쳐오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모든 걸 놓고 심지어는 회복에 대한 의지조차 놓아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 곳에 고여 빠르게 상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아주 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문득, 지난날의 이야기와 오늘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다시 저를 지면 앞에 앉혔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어쩌면 활주로에서 뜰 줄 모르고 내내 비틀거리기만 했던 비행기가 이제는 조금 속도를 내보려고 보내는 신호인지도 모릅니다. 혹은 여느 때처럼 지나가는 희망을 닮은 허상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놓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희미한 확률로 신호인지 허상인지 모를 이것이 다시 저를 일으킬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분명한 것은 앞으로 늘어놓을 이야기들은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가 아닐 거라는 것입니다. 우울에 흠뻑 젖은 이야기들과 종잡을 수 없는 감정 기복을 여과없이 여기에 기록해둘 예정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당신께서는 이 이야기들을 불편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기서 하루에 한 통, 한 달 동안 열심히 이야기를 짓고 있을테니, 어느 날 문득 생각나시거든 꺼내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의 만남이니 이만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디 평안한 하루가 되셨길 바라며 오는 밤도 편히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21. 06. 01. 불. 아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