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by 노아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5분 일찍 눈이 떠졌다.

창밖은 아직 흐릿했고, 아이는 이불속에서 고요히 숨을 쉬고 있었다.

문득, 요 며칠의 기억이 흐릿하게만 남아 있다는 걸 느꼈다.

바빴는지, 피곤했는지, 아니면 그냥 정신이 없었는지.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어쩌면 우리 삶은 애초에

다 기억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모든 순간을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는 건

무거운 마음이 들게 한다.

그보다, 어느 정도는 흘러보내도 괜찮다는 감각.

그게 오늘 아침 내게 위로가 되었다.


기억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사진처럼 빼곡하게 담긴 풍경보단,

조금 비어 있는 구석이 있어야 마음이 숨을 쉰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전부는 아니어도 괜찮다.

그날의 온도나, 창문에 닿은 빛의 기울기 같은 것만

조금씩 간직해도 충분하다.


부엌으로 가는 길에, 바닥에 떨어진 양말 한 짝을 보았다.

그걸 집으려다 말고, 그냥 두었다.

지금은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것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그게 삶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익숙한 컵에 물을 따르며 조용히 생각했다.

오늘도 어제의 무게까지 기억하려 애쓰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가볍게 들이마셔야겠다고.

그리고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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