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은 겉보기엔 조용하다.
알람도 없고, 출근도 없고, 일정도 없다.
창밖은 평소보다 한결 느린 속도로 밝아지고,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분명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집 안은 다르다.
이른 새벽, 아직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아이의 울음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어젯밤에도 몇 번을 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몸은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일하고 있었다.
조용한 아침은 없다.
이불을 걷어차는 소리, 장난감을 던지는 소리,
이유 없이 서럽게 우는 아이를 달래는 숨소리.
누군가 보기엔 평온한 일요일일지 몰라도,
이 안은 조용한 전쟁터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하루 종일 마주하며
단 한 끼도 제때 먹지 못하고,
눈을 맞추며 웃는 순간에도
그 웃음이 5초 후엔 울음으로 바뀔 걸 알고 있다.
그런 예측 불가능한 하루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견뎌낸다.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잠시 잠든 틈을 타 커피를 한 모금 삼킨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면,
나는 또 무엇을 잊고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분명한 건,
이 조용한 전쟁터가
언젠가는 내가 가장 그리워할 풍경이 되리라는 것.
소란스러운 일상이,
기억 속에서는 자꾸만 조용하게 바스러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