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야, 잘 지내지?
네가 집 떠난 지 벌써 2년이 되었구나.
해마다 봄이 오면 네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단다.
네 동생 로이는 벌써 두 살이 되어 제법 너만큼 자랐어.
녀석은 너만큼 이야 하겠냐만 집안 핏줄 못 속인다고 하는 짓이 너랑 비슷하단다.
네가 가진 진중함은 좀 없다만.
둘째가 다 그렇지, 형보다 좀 더 약고 똑똑한 것 같지만 지나 보면 형만 하겠니?
루이 야.
아침해가 창문 틈에 슬그머니 들어오기 시작할 때 네 동생이 일어나 쭉쭉이 해 달라면
나는 매일 네 생각 난단다. 너희 둘이 같이 지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말이야.
완벽할텐데.
너 그거 생각나니?
네 첫 번째 생일 고깔모자 쓰고 파티하던 , 할아버지가 요란 떤다고 눈총 주던 날,
난 너에게 생일을 선물하고 싶어 그 요란 떨며 준비했었지.
그땐 사각 유리에 4개월이나 갇혀 지낸 네가 너무 안쓰러워 너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고 싶었지.
출생부터 말이야.
우리는 너를 잃고 많이 힘들었단다.
세상이 온통 공허했지. 네 흔적을 찾으려고 킁킁대며 온 세상을 뒤진 것 같아.
그러다가 네가 세상 햇살을 처음 본 바로 그 집을 강원도에서 찾았단다.
그곳에 네 생모와 친아빠가 살고 있었어, 동생들도 있었지.
우리는 거기서 그들 보고 네가 다시 돌아온 줄 알고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지 뭐냐?
나는 그때, 네가 내 마음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지.
네 출산을 도와준 아저씨 아주머니는 좋은 집에 사는 멋쟁이 들이었어.
네가 얼마나 멋지고 깨끗한 집에서 훌륭한 가족과 함께 태어났는지 너도 몰랐을 거야.
사실 너를 사각 유리에서 만났을 때 네가 공장에서 태어난 줄 알았단다.
알잖니. 철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아이만 낳는 대리모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운명처럼 네가 그리로 흘러들어 갔다 하더구나.
우리는 네 동생 로이를 강원도 거기서 찾았지. 아주 어린 동생이었어.
사실은 그 아이가 너 이길 바랬고 그 아일 보자마자 네 생각나서 또 울었단다.
어쩌면 운명은 찾아가는 것 같지만 그저 따라가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어.
그거 아니? 녀석이 네 누나가 한번 안고 다시 내려놓을 때 하울링을 어찌나 크게 하던지
우리는 네가 녀석 몸에 돌아와 "나 루이 야~" 하는 줄 생각했단다.
나중에 들었는데 너희들 모두 하울링 선수래. 네 집안은 하울링이 특기 라더라.
조금 있다가 말해 줄 건데, 사실 우리는 너를 잃고 아주 은밀하고 특별한 상상을 했었단다.
네가 떠나던 그날 넌 교통사고를 당했던 거야.
너는 버스 밑에 빨려 들어갔고 우리가 너를 찾아 뛰어들었을 땐 너무 늦었지.
너 그때 아빠 음성이랑 모습 기억나니?
아빠가 "괜찮아, 루이 야 "라고 할 때 네가 눈물지으며 아빠를 쳐다보았다고 했어.
난 혼절해서 쓰러졌었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우리 눈앞에 그 광경이 꿈이길 바랬어.
그런데 그 일이 현실이었지.
그때 찍은 예쁜 사진 많은데 지금도 그 사진은 열어보지 못한단다.
추억이 상처인 거지. 상처를 열면 다시 슬퍼질까 봐, 내 원망이 다시 살아날까 봐 무서운 거야.
넌 몸이 두 동강 났었어, 아빠만 그런 너를 보고 나는 차마 보지 못했어.
아니 뒤에 쓰러져 있었지.
아빠는 통곡하며 너를 붙들고 네 이름을 한참 불렀어.
"루이 야, 루이 야, 아빠야. 아빠 여기 있어 "라고.
어떡해, 사고를 누구 탓이라 하겠니?
탓한다고 지나간 시간으로 우릴 돌려주지 않잖아?
그날 아빠는 아직 따뜻한 너를 안아 나에게 주었단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물 사이로 눈도 채 못 감은 너를 받아 안았지.
보통,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처음 안을 때 그렇게 웃으며 남편에게 아이를 받지.
난 너를 생명으로 못 안고 죽음으로 받은 거야. 엄마 심정 알겠니?
루이 야
이 말을 하다 보니 또 상처 난 추억이 찾아와 마음을 뒤집는구나.
우리가 그때 거길 가지 말았어야 했고, 차가 그 시간에 지나지 말았어야 했고,
네가 그 차를 피해 버리거나, 우리가 널 조금 더 돌봐야 했어......
이를 어떡하면 좋니? 전부 내 탓이다.
그날 차가워진 너를 안고 다시 뜨거운 화덕에 올려놓을 때, 한 줌 재가 되어 내 앞에 다시 안겼을 때,
생명이 본향을 찾아 분해되는 현장에 있는 것은 잔인한 고문이었어.
난 그냥 식물인간이었지.
눈물이 마르니 더 무섭더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들리지 않고, 어떤 생각도 내 머리에 머물지 못했어.
하루 만에 모든 일이 일어난 거야.
넌 훌쩍 떠나고 난 혼자 남았지.
루이 야
조금만 기다려
기다리면 내가 갈 거니까, 조금만 참자꾸나.
네가 떠나고 우리 가족들 모두 매일 눈도 마음도 장마처럼 젖어 있었단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 마음이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이의 마음은 똑같더라.
아껴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너처럼 슬퍼하진 않았던 거 같아.
"늙어서 돌아가신 거야, 천국에서 만나면 돼"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너를 잃고 왜 이리 가슴이 아릴까 생각하니 너는 네 수명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무 어린 나이에 떠나면 안 되는 거야, 이 녀석아.
우리 사람들도 너처럼 일찍 떠난 아이들이 많단다.
모습은 달라도 슬픔의 무게는 같더구나.
루이 야
마음 추스르고 아까 말한 그 은밀하고 특별했던 계획을 들려줄게.
그때 너는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아마 어리둥절했을 거야.
많은 친구들이 아주 넓은 잔디에서 뛰어놀고 있었을 테니.
기억나니?
달리기 좋아하는 너를 몽고 벌판에 데려가 목줄 풀고 하루종이 뛰어놀게 하고 싶다던 아빠의 그 말.
그곳엔 아마 그런 초원이 있었지?
그 뒤에 눈 녹지 않은 봉우리를 가진 커다란 산도 보일 거구.
그 산을 넘으면 연푸른 바다로 연결돼, 아마 너는 그때 그것을 자세히 보지 못했을 거야.
다른 친구들은 세상 떠날 때 나이로 그 모습을 하고 아픈 아이들은 다 나았지.
모두 건강해.
내가 말하는 거 다 맞지?
네가 이 편지 읽으면서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상상만 했어요" 할까 봐 두렵구나.
친구들은 많고 너무 좋지만 넌 아빠 엄마를 찾아 나섰지.
아무리 돌아다녀도 우리가 보이지 않자, 친구 틈을 비집고 몸이 제일 커 보이는 덩치에게 물었어
"저, 엄마한테 가고 싶어요, 어떻게 하죠?"
덩치가 말했지
" 녀석아, 넌 여기서 우리랑 같이 지낼 거고, 엄마 아빠는 한참 뒤에 만 날 수 있어
네가 기억을 간직한다면 말이지"
" 저 그래도 돌아가고 싶어요"
덩치는 웃으며 말했어
"혹시 네가 실수로 여기 왔을지 모르니 저기 가서 물어보거라"
그들은 한참 동안 네 사건을 둘러본 뒤에 네가 거기 온 것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지.
네 몸은 다시 씨가 되어 네 고향 횡성으로 날아왔고 다시 태어난 거야.
우리는 그곳을 찾았고 "우~, 저 여기 왔어요" 하며 다시 돌아온 네 동생을 만난 거지.
루이 야
우리 모두 네 사진 옆에 누워 그런 상상을 이야기하곤 했단다.
동생을 보내주어서 고마워.
너 만큼이야 하겠냐만 그래도 참을 만 하구나.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가서 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세월이 이처럼 빠르니 충분할 것 같아. 금방이야.
네가 이 편지 받을 때쯤 그곳에서 잘 적응하며 지내면 좋겠구나.
너무 좌우로 방향 틀면서 뛰지 말고 소심하게 친구들 멀리 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거라.
우리가 곧 갈 거니까. 힘내고.
얼마 전 네 동생이 차창 밖으로 머리 내밀어 에어 샤워하길래
네 마지막 날 모습이 생각나 왈칵 울었단다.
"엄마는 네가 많이 많이 보고 싶다."
루이 야.
잘 지내는 거지?
사랑을 가득 담아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