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너는

by 강노아

아내와 다투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항상 어른행세를 한다.

아니 어쩌면 우리 엄마처럼 군다.


나는 사드와 패트리어트 천궁 2를 동원해 있는 힘껏 저항하지만

가끔 적중률 96%의 방어망을 뚫고 미사일 한 발이 내 마음 한가운데 꽂힌다.


" 넌 도대체 머리에 머가 들었니?"


그녀가 물었다.


똥만 들었다 하자니 진부하고, 돌이다 하자니 애 같다.


잘 모를 땐 눈을 꿈뻑이며, 아니 노려보며 침묵하는 게 상책이다.


그녀의 공격엔 요격만 해야 한다.


괜히 반격하면 그녀 반사 레이다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


확전 되면 지상군이 쳐들어온다.


그녀의 지상군은 가출. 연락두절 같은 교란 전이나

굶기기, 택배 안 시켜주기, 청소 안 하기 등 내 영토의 모든 질서를 파괴한다.


그나마 협상 가능한 전투는 견디기 쉽다.


자폭드론 같은 말투엔 이미 익숙하다.

이때는 공격드론으로 드립을 치면 된다.


폭격이 끝나 침묵이 찾아오면


불확실의 길고 긴 기다림이 시작된다.

그러면 마음이 여북해져 은근히 피를 말린다.


한참뒤,


싸움을 끝내고 싶은 지 그녀가 무겁게 말했다.


" 당신 변명을 들어보면 당신 머리가 도대체 어떤 운영체제로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나는 침묵으로 응수하다 대답했다.


" Windows?"



한참, 아주오랫동안...

그녀가 호탕하게 웃었다.

나도 눈물이 어룽거려 앞이 안보일 만큼 같이 웃었다.


평화가 찾아오려나 보다.


" 바보시키..."



그녀의 부엌을 점령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미래 전쟁의 승산이 내게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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