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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노아 Dec 21. 2022

첫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다.

여름날에 시작한 방울토마토의 생장 기록

뚱딴지같은 여름날, 7월 초였다. 부모님이 시골에서 보내주신 쪽파모종이 든 비닐을 보며 아! 베란다에 채소를 심어야겠다 결심했다. 다이소에 가 몇 가지의 씨앗을 사 왔다. 흔한 상추부터 시작해 바질, 방울토마토, 적상추의 씨앗들이었다. 여름에도 불구하고 심으면 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에 씨앗 심는 법을 서치 했다. 쿠x으로는 배양토와 바퀴가 달린 큰 화분도 두 개 샀다. 언젠가부터 베란다에 텃밭 가져보는 걸 꿈꾸고 있던 터라 실행이 빨랐다.


무더위가 채 시작도 안 한 애매한 여름날의 채소 시작. 나름 베란다에 쭈그려 앉아 모종삽을 들고 이리저리 열심히 심은 결과 심은 지 일주일~10일 안팎으로 새싹이 나기 시작했다. 그 때의 신기함과 기쁨이란. 오두방정을 다 떨며 이곳저곳에 새싹이 났다고 소식을 전했다. 첫 새싹이라는 게 그렇게 좋았나 보다. 세상에 첫 얼굴을 내민 연둣빛의 새순은 정말 예뻤다. 떡잎이 이렇게 생겼구나!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 본 교과서에서의 사진이 떠오를 것 같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바질과 쪽파의 새싹들이 제일 열심히 나고 있었고 방울토마토는 정작 조금 늦었다. 방울토마토는 총 세 개의 씨앗을 1cm 정도의 깊이로 심었는데 한 개는 소식이 없었고 하나는 곧 새싹이 났고 나머지 하나는 조금 더 늦게 연약한 새싹이 나기 시작했다.

 

과정을 껑충 뛰어넘어야겠다. 그동안 방울토마토와 내 채소들은 매일이 다르게 열심히 자라 채소라 불릴 만큼 청소년채소들이 되었다. 7월에서 지금 바야흐로 12월,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최근 들어 눈이 몇 번을 내렸다. 베란다에서 자라던 방울토마토는 11월 중순 즈음부터 실내로 들이게 되었다. 첫 노란 꽃을 피우려 할 때 나는 몹시 감격했다. 새싹에서부터 4개월이 지나서 핀 첫 꽃이었기에 온 주위에 방울토마토 꽃이 폈다고 자랑을 해대었다. 아마 방울토마토 키우는 사람 중에 가장 호들갑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나는 방울토마토의 성장을 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채소를 키우기 전에 나는 채소가 이렇게 매일이 다르게 자라는 줄을 몰랐다. 나는 그저 물만 주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알아서 잘 자라나 기특하고 이뻐서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었던 나날이었다.

노란 꽃을 보며 과연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설렘에 매일매일 방울토마토를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손톱보다도 훨씬 작을 조그만 알맹이가 맺힌 것을 발견했다. 나는 다시 온 지인에게 빅뉴스를 전할 수 밖에. 이 이쁜 열매를 보세요 여러분!!ㅎㅎ


한 달이 더 지난 지금 한 가지에 쪼로록 달린 방울토마토는 총 15알. 점점 부피를 키우면서 초록초록 선명해지는 방울토마토에 흠뻑 빠져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한 열매가 노르스름해지는 걸 잎새 너머로 발견했다. 언제 빨갛게 익을지, 계절을 잘못한 탓에 실내에서 잘 영글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결국에는 순리대로 잘 익어가고 있나 보다.

  

내가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이 화분 안에서 이렇게 잘 자라나 싶다. 곰곰이 돌이켜 보면, 방울토마토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큰 화분으로 분갈이하고 가지가 한쪽으로 너무 기울지 않게 줄을 달아 지지해주는 정도의 작은 수고는 했다. 이런 작은 수고로 예쁜 열매를 매일 볼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흐뭇하고 행복해진다. 이 작은 열매들이 빨갛게 익으면 또 얼마나, 얼마나 이쁠까. 그때 다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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