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대학을 졸업한 후 기숙사를 나오고, (비록 오롯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가족이나 친구의 방해에서 벗어나 나를 둘러싼 공간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부정에서 긍정, 또는 중립적으로 변하면서 혼밥, 혼술 등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과는 별개로 우리는 외향적, 내향적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분류한다거나 개인적, 집단적 성격으로 업무 하는 방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나누곤 한다. 우리의 성격을 분류해서 설명한다는 것은 여전히 재미있고 꽤 그럴듯한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론적 시각들에서는 흔히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내성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뉴욕 버펄로대학교의 심리학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내성적인 사람 모두 혼자 있는 것을 무조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외향적인 사람들이 고독을 더 좋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나아가 고독을 추구하는 데에 서로 다른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수줍음이 많아 사회생활이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에 고독을 선택하는 사람, 두 번째는 애초에 사회생활을 멀리하고 싶어 고독을 원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고독한 것이 오히려 편안하기 때문에 스스로 조금 물러나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창의성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그러나 고독은 흔히 외로움과 동일시되거나 혼동되어 쓰이며 단어에 부정적인 어감을 내포하고 있다. 흔히 고독이라고 하면 '고흐의 그림은 현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되지만 정작 그의 삶은 고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등의 문장이 생각난다. 나 역시 예전에는 그 두 단어의 차이를 잘 몰랐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도 왜 혼자 있고 싶을까 자주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며, 단지 MBTI 검사나 심리테스트로는 표현하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
고독은 내가 나와의 유대관계를 쌓는 시간이다. 내 마음속 목소리를 내가 직접 들어주는 경청의 시간이면서도 미처 말하지 못한 말들을 나에게 풀어내는 소통의 시간인 것이다.
나는 가끔 외롭지만 자주 고독하고, 이런 내가 좋다.
2020년 7월 28일 오전 2시 49분 내 방 침대 위에서 씀.
* 본 내용은 케일리 러브리지(Kayley Loveridge)의 사설 '혼자 있어 좋은 시간'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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