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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Feb 26. 2024

찻집, 여든여덟 밤

오늘 읽은 책 : 프런트 데스크 - 켈리 양

몇 년 만에 들른 포항은 바닷바람이 굉장히 찼다.

카페를 찾다 일본인 가옥거리에 위치한 찻집에 들어갔다.

굉장히 깔끔하고 조용한 곳.

그래서 우리의 말소리가 다 들렸다.



찻집, 여든여덟 밤이라는 찻집이다.

일본식 건물인데 나무로 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깔끔하고 조용하다.

우리가 갔을 때 마침, 사람이 없어서 좌식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인형도 놓여 있었다.

아래층엔 찻집, 위층은 사장님이 살고 계신다고 했다.



차와 어울리는 다과를 주문했다.

생초콜릿과 당고는 깔끔했다. 홍잭살이라는 차와 아이스티를 시켰다.




이번에 읽은 책은 켈리 양의 <프런트 데스크>라는 작품이다.

동화 관련 카페에서 외국 동화 중 추천된 도서로 댓글이 꽤 많이 달렸던 동화로 다들 재밌게 읽었다는 평이었다.

도서관에 조회를 해보니 관내에는 거의 대부분 대출 중이어서 예약을 해 받은 책이다.

정말 인기가 많은 듯.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가족이 모텔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일을 하면서 청소하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가 프런트 데스크에 서게 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프런트데스크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또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고 에피소드들은 넘쳐난다.  


책날개에 달린 글을 보면 이 글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읽다 보면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면들이 많다.

수학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 미아는 엄마에게 영어가 좋다고 말했다가 심한 말을 듣는다.


너는 말이야, 영어에 있어서는 자전거나 다름없어. 다른 애들은 자동차고.


이 말에 미아는 큰 상처를 받는다. Q부인에게 위로를 받긴 하지만 엄마를 쉽게 용서할 수 없다.

그때 아빠는 미아를 데리고 문구점을 간다. 이 가족이 생활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비싼 연필을 사준다. 미아는 한사코 거절하지만 아빠는 따뜻하게 말한다.


너는 자전거가 아니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이 연필로 기록하렴. 누가 알겠어? 언젠가 재밌는 추억이 될지. p.178


독한 세제를 풀어 빨래를 하고 손이 다 망가지는 고생을 하며 모텔을 관리한다. 그리고 모텔주인은 모든 책임을 이들 가족에게 지게 한다.

그 안에서도 이 가족은 서로를 아끼고 챙긴다.


미아는 미국에서의 생활에서 불편함을 겪을 수 있을 펑 삼촌에게 관용어등을 설명해 준다. 다정한 캐릭터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사람들을 이 가족은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의 삶이 굉장할 것이라며 크나큰 기대를 안고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네일숍에서 일하는 이모는 무릎을 펼 시간이 없고 불법대출을 받게 된 삼촌은 이리저리 도망을 다닌다.

그런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미아는 루페와의 우정을 키워가고 모텔 안내도 능숙하게 해낸다.

모텔 주인의 아들인 제이슨도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미아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차인 후로는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미아는 그 괴롭힘 당한 것을 배로 갚아준다. 박하 향 물약으로.


글짓기를 하면 모텔을 인수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본 미아는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300달러의 참가비만 있으면 그 모텔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렵게 모은 돈은 솜사탕에 물이 젖듯 사라지고 만다.

엄마가 괴한에게 습격을 받아 병원을 가게 되면서 150달러의 돈은 몽땅 사라진다. 그 병원비가 5,800달러가 나왔으니까. 우리나라 좋은 나라. 제발 의료는 민영화가 되지 않기를. 이 150달러의 돈은 기본진찰비다. -_-


모텔에서 묵고 있는 사람들, 미아의 가족들은 참으로 따뜻하다. 그냥 지나치지 않아서 서로 아껴주는 정이 더 깊어진 것 같다.

미아는 중국에서 넘어온 삼촌의 여권과 신분증을 돌려받게 하고, 행크의 일자리를 찾아준다. 이건 모두 미아가 글을 써서 보낸 편지 덕분이었다.

결국 300달러를 만든 미아는 글을 써서 보낸다. 이렇게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건 루페의 쪽지 덕분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나한테 해주는 말이니, 루페? 그리고 미아.

결말은 스포가 될 테니 여기에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따스했다.

이 책을 든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기분을 만끽할 것이다.

함께 행복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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