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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r 04. 2024

평산책방

오늘 읽은 책: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구론산바몬드

지난해, 처음으로 평산책방에 들렀다.

가을음악회에 당첨이 되어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처음 가본 평산책방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책들이 있었고, 문재인대통령님이 있었다.

둘째 넝쿨이와 함께 가서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리고 이번에 아이들 방학을 맞이하여 함께 들렀다. 내가 사는 곳에서 평산책방까지의 거리는 414km.

꽤 먼 거리였다. 그래도 가고 싶었던 곳이었으니까. :)


비가 내리는 책방은 그때보다 조용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꽤 있었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대통령님을 기다렸다.

친절한 점원분들 덕분에 천천히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아이들도 책을 고르고 나도 고르고. 모든 서점이 그렇듯이 모든 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책방지기의 선택이 담겼을 그런 책들 중 다른 책방에서 보이지 않았던 책들을 들었다.



평산책방 안에 도서관이 있다. 책방지기님의 책들로 구성된 서재.

이곳에 앉아 책들을 구경하고 책을 읽었다.


평산책방의 마스코트 토리가 세상을 떠났다. 귀엽고 귀여웠던 까만 강아지 토리. 토리의 얼굴을 그려놓은 토리라테를 주문했다. 지난번에는 품절이어서 맛보지 못했는데 참 달고 달다.

사진 속으로만 봤던 토리가 그리운 것은 이 라테를 마셔서 그런 것일까?



아이들은 기둥에 책방지기에게 쓰고 싶은 편지를 쓰고 나는 다봉이를 만났다.


책방에 놀러 온 어떤 집사 한 분이 다봉이를 위해 간식을 건넸다.

책방지기님은 다봉이에게 간식을 먹이는 데 참 다정해 보였다.


이번에 읽은 책은 브런치 작가이기도 한 구론산바몬드 작가님의 <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책이다.

B 급스러운 책표지와 범상치 않은 작가이름, 그리고 제목은 또 왜 이리 마음이 아픈지. ㅋㅋㅋ

이미 책방지기님의 추천도서로 여러 번 광고가 됐던 책이다.

일부러 이 책을 이곳에서 구입을 하려고 기다렸다.



책방지기님을 기다리면서 잠깐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거의 끝까지 읽었다. 앉아서 읽는 내내 킥킥대며 어깨를 들썩였다.

작가는 현직 중학교 교감선생님이다. 꼰대스럽지 않은 마인드가 이 책을 만들었다고 본다.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친근감이 가는 문체이고 무엇보다 X세대인 작가가 반가웠다. (비슷한 세대라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가령 '우천시 톰과 제리'같은 문구였다. 부산에 살고 있던 나는 그게 늘 불만이었다. 우천시는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야구 중계할 시간에 만화를 방영한다는 말인가. '우리도 부산 말고 우천으로 이사 가면 안 될까요?'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늘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었다.


ㅋㅋㅋ.

'우천시 행사 취소'라는 문구를 굉장히 많이 봤다. 야외에서 하는 행사라면 포스터 하단에 꼭 붙어 있는 문구. 우천시는 거의 행사가 취소되겠구나 생각하며.



80년대에 초, 중, 고를 다니고 90년대에 대학생이 된 저자는 순탄하기만 한 삶을 산 것 같지 않다.

영어를 못해 수강과목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취소하겠다는 말을 못 해 결국 그 과목을 수강하고 완주한다. 참 멋진 사람이다. 포기하지 않고 어쨌든 끝을 보니 뭐가 돼도 될 사람이 아닌가? 


교사 임용이 되고 장학사가 되어서도 다마스를 끌고 학교에 출근한다. 다마스를 막아서는 경비원 아저씨. 

우리나라는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게 참 잦다. 

최근 세미나에서 영어학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에게 '당신은 농부죠?'라고 묻던 아동문학가가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참 민망했다. 그냥 소심한 복수로 그 작가가 단톡방에서 얘기를 하면 그냥 무시를 해버린다. (원래 단톡방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올해 임용고시에 합격한 친구가 있다. 그리고 20년 전 임용이 되어 고등학교에서 부장교사를 역임하며 수학교사를 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두 친구의 삶을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임용고시는 빨리 합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과 결국 해내고야 마는 친구의 근성에 놀랐다. 두 친구 중 언젠가는 이 책의 작가님처럼 교감이 될 수도 있고, 교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꼰대스럽지 않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지인에게 추천했다. 제목보다 저자명에 관심을 둔다. 이런 이름도 있느냐며.

있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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