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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r 11. 2024

감자아일랜드 노우즈 신촌

두 개의 달 - 전성현

문집 만드는 일에 한창인 때, 샘플을 보기 위해 신촌을 찾았다.

대략적인 구조, 목차를 확인하고 브런치를 먹으러 검색을 하고 이곳으로 왔다.

굉장히 독특한 컨셉의 카페였다.

1층은 음식을 만들고, 계산을 하는 곳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나온다.

자리에서 주문을 하고 1층에서 음식을 받아오면 된다.

 


우리가 먹은 음식들.

3명이 먹을 간단히 음료와 수프, 아보카도가 든 샐러드.



오전이라 한산했다. 다들 음식을 먹으며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눴다.


혼밥을 하던 사람들이 떠난 후 4명의 일행이 들어왔는데 이 사람들은 마구마구 떠들었다.

떠들어도 되는 공간이었구나.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이곳.

화장실은 외부에 있었는데 약간의 미로 찾기를 해야 했다.


복숭아 매실에이드를 마시며 책을 잠깐 펼쳤다.

이 날 읽은 책은 전성현 작가의 <두 개의 달>이라는 고학년 동화이다.

이 작가는 신춘문예로 동화에 당선된 후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 대상을 받았다.

꽤 오래전부터 동화작가로 활동했었다.



기자인 아빠와 홈쇼핑회사에 다니는 엄마와 살던 수호는 갑자기 누군가에게 끌려가고 부모님과 연락도 안 되는 곳에 갇혀 그곳에서 살게 된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곳엔 자신과 같은 또래들이 있지만 자신을 다 피한다.

그린존 밖에 지내다 들어왔기 때문에 잠복기를 염려해 피했던 것이다.

'수호'이지만 이곳에서는 '가온'으로 통한다.


하얀 환자복을 입고 소독약이 물씬 풍기는 식판에 밥을 담아 먹는다. 가는 곳마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소독약이 뿌려지고 각자의 방에서 수업을 듣는다.

자신이 가온이 아님을 알아챈 주노라는 아이는 수호를 쓰레기 소각장으로 부른다.


읽으면서 코로나를 떠올렸다. 이 책이 발간된 건 2018년이다.

코로나는 2019년에 발생을 했고 이 책이 나온 후다.

예측을 한 듯 이야기가 흐르는 게 신기했다.

이곳에서는 R1MV라 불리는 호흡기로 전염되는 살인바이러스가 돈다. 어릴수록 더 쉽게 감염되는 탓에 집집마다 아이들이 있는지 조사를 하기도 한다.


두 개의 달이 뜰 때 두 개의 바람이 분다.


암호문처럼 나침반에 적힌 글을 발견한 수호는 두 개의 바람에 대해 찾는다.

천문학 캠프에서 살아남은 가온을 찾기로 한 두 아이.

바이러스에 살아남은 것에 대해 주노는 말한다.

사람들이 살고 죽는 걸 운으로 설명할 수 있냐고.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 것, 사고를 당한 현장에서 많이들 말을 한다. 그 말은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하다.

운이 나빠서 죽는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온을 찾은 두 아이는 아이들의 아지트에서 그날 캠프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사고가 있었고 연구소에 견학을 간 아이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거나 사경을 헤맸다.

가온만 살아남아 특별관리 대상이 되었다.

가온이 살고 있는 세상, 수호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르지만 인물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은 그들의 흔적을 찾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게 과연 동화가 맞는가, 체계적인 구조에 놀랐다.

흥미로왔고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사실을 알게 되고 찾은 자료를 복사해서 전단지로 뿌린다. 대단한 아이들이다. 현실에서 이런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상과 모험으로 가득한 아이들을 보고 싶다.


이틀 전 밤에도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바람 소리와 함께 가온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그때 이미 두 개의 세상이 공존했던 게 아닐까.


어른들이 모르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은 굉장히 복잡하면서 체계적 일지 모르겠다.

그물 총과 마취 총을 쏘던 남자들을 사냥꾼이라 부른다.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어른이라니.


서로 다른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


닮은 이가 아닌, 네가 나다. 평행우주 속의 두 아이. 우주가 무한히 넓다면 어딘가에는 똑같은 기원으로 만들어진 우주가 있을 수 있다.

어쩌다 발견한 소설인데 굉장한 책을 발견한 기분이다.



한지에 먹물이 번지듯 주위가 어둠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멈춰 있는데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앞으로 향하는데 뒤로 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 수 없는 강한 힘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구우웅. 
차가운 공기의 흐름이 수호를 뚫고 지나갔다.


사흘의 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내고 온 수호이지만 수호의 세계에서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흐르지 않았다. 

후루룩 페이지를 넘기며 읽었다. 이 아이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 호흡을 같이 하며 사건을 읽었다. 

또 다른 작가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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