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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Mar 25. 2024

도케비

오늘 읽은 책 :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카와 소스케

오랜만에 대구를 다녀왔다.

워낙 덥기로 유명한 도시라 겨울은 어떨까? 했는데 과연 북쪽보다는 따뜻한 느낌.

종로서적의 새로운 지점을 오픈했다고 해서 겸사겸사 서점도 구경할 겸, 책도 구입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고르는 책의 수준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손에 쥐고 돌아온 건 '포켓몬스터 모험'류의 책이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책을 고르지 않았냐고 위안을 삼으며.


책을 골라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이곳은 대구 중심지가 아닌 테크노폴리스란 곳에 위치한 카페다.

여러 분점들이 있어 문의를 하니 대구에만 있는 카페라고 한다.



처음 이름을 검색해 보고 진짜 내가 생각하는 도깨비를 말하는 것일까 했는데 그 도깨비가 맞았다.

<도케비 커피> 카페에 들어가는 입구에 걸려있는 작은 간판에 쓰여 있다.

대구의 유명한 비슬산에서 살아온 도깨비 불이라고.




아이들과 음료를 하나씩을 주문했다.

카페의 잔마다 주황색 도깨비불이 앙증맞게 그려져 있었다.

초코라테, 카페라테, 바나나주스.








그리고 브런치로 주문을 한 음식들이 나왔다.

와플에 꽂힌 넝쿨이를 위해 주문한 크로폴.



샐러드로 나온 과일도 신선하고 계란 역시 내가 좋아하는 완숙 약간 전 단계, 반숙보단 익힌. 뭐 그런 쫄깃쫄깃한 노른자였다. 감동란 같은 그런 삶은 계란. :)


라테와 매일 들고 다니는 수첩을 함께 찍어봤다.

아주 작은 펜을 꽂아둔 수첩은 내 가방 속에 매일 들어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 메모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휴대폰에 기록하는 것보다 손으로 끄적이는 게 훨씬 좋다.


도깨비 = DoKKeB


이번에 읽을 책과 함께 찍어보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가득 찼다.

테이블도 많아서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기에 너무나 좋았던 카페다.

서울 지역에도 진출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오늘 읽은 책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라는 일본소설이다.

나쓰카와 소스케라는 작가가 쓴 소설로, 의사라고 한다. 필명을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명작가의 이름을 섞은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은 나쓰키 린타로. 이름이 돌고 도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독특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평산책방에서 샀던 책인데 일부러 읽으려고 들고 왔다. 종로서적에 들를 예정이었다면 그냥 그곳에서 샀던 책을 들고 왔어도 되었을 텐데.


평산책방에 가야만 찍을 수 있는 책도장이랑 책방지기의 사인.


그러나. 이 책을 빨리 집어 들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장이 더 궁금해지는, 왜 이 책이 책방지기의 선택에 의해 책방에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판타지 소설이 아니었다.

정말 책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실린 책이었다.


책에는 힘이 있지.


책방의 원래 주인인 할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언제나 곁에 책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의할 말이다.



소설은 4번의 미궁으로 나누어져 있다. 

린타로가 서점을 맡게 된 후 만나는 고양이. 고양이가 말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할 겨를이 없다. 

갇혀 있는 책을 구해야 한다는 말만 한다. 

이것이 첫 번째 미궁이다. 얼룩고양이는 '가두려는 자'를 만나 해결할 사람은 린타로라고 한다. 

그리고 담담하게 린타로에게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이게 이 책의 묘미다. 여러 세계, 판타지를 넘나드는 동안 현실에서 마주한 린타로는 어둡고 서점에 틀어박혀 있는, 별 장점도 없는 애송이라고 말을 듣는다. 고양이에게 말이다. 

가두는 자에게 가는 길은 길고 멀다.


발밑에는 햇빛을 받고 찬란하게 빛나는 돌판이 깔려 있고 머리 위에서는 거대한 자귀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눈부신 빛의 알갱이가 내려온다. 
눈앞에 있는 돌계단을 몇 개 올라가자 기와지붕을 얹은 화려한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기가 감도는 커다란 나무문이 독특한 위압감을 내뿜었다.


큰 저택 안에는 굉장한 장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책을 보기만 하는 학자는 결국 생각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책을 보지 않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니체


니체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내는 린타로를 인정한다. 

그리고 자물쇠로 잠겨 있던 책장은 열리고 책들은 훨훨 날아간다.

상상이 가는가? 

책에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모습이.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을 숨을 쉬고 있을까? 다닥 붙은 책들 앞에 또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탑들 사이에 끼어 혹시 해방을 외치고 있진 않을까?



두 번째 미궁으로 가 전 세계의 책을 모아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남자에게서 책을 구해야 한다. 

이번엔 린타로의 친구인 사요도 함께 가게 된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벽을 올려다보자 머리 위에 있는 아득한 천장까지 책들이 쌓여 있었다. 거대한 서고가 있는 벽의 맨 밑에는 큰 책상과 의자가 점점이 놓여 있고, 하얀 옷을 입은 남녀가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상 위에 쌓더니 다른 책을 꽂았다. 


다들 바쁘게 움직인다. 손에 책을 들고서 움직이는 사람들 중 고양이는 말을 걸고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버린 후 '그럼 그만 가볼게'라는 말만 남기도 자리를 떠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지난 린타로와 일행은 소장이라는 학자를 만나게 되고, 책을 가위로 자르고 있는 기괴한 모습에 놀란다. 


이 장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꼬집는다. 책을 읽고 싶지만 너무 바빠 한가하게 읽을 시간은 없으니 책의 줄거리, 요약본을 읽게 한다는 것이다. 

사요가 학자의 말에 빠져들고 교향곡 9번의 음악소리가 일행의 생각을 마비시키기 시작하자 린타로는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활자를 좇는 조용한 눈. 램프의 불빛을 받고 부드럽게 빛나는 노안경 렌즈.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주름투성이 손가락.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다.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돋보기(?)용 모르텐 안경을 끼고 환한 불을 켜고 읽으니까. 이 장면이 참 좋다. 

책을 읽는 과정을 등산을 하는 것과 같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독서도 좋아하고 등산도 좋아하는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 100%, 아니 200% 동의한다. 


이 장에서는 어떻게 린타로가 책을 구해낼까? 힌트는 음악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감탄을 했다. 이걸 이렇게 풀어낸다고? 

그래서 이 소재를 사용한 것이구나.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구입하는 것이 아까울 수 있다. 이 책의 정가는 16,000원이고 온라인 서점에서 산다고 해도 10% 할인, 15,000원이 안되기 때문에 배송료가 붙는다.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꼭 빌려서라도 읽어보시기를.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남은 미궁도 고양이와 린타로가 찾아가 책을 구해낸다. 

이렇게 책을 구해낸다면 세상에 책을 읽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겠지.

빌어먹을 책통법이나 없어지면 좋겠다. (마음의 소리)



책 뒷 표지 날개에 붙어 있는 글귀다. 

책 속에 진실만 담는 것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메시지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이 책 또한 읽는 이들마다 다르게 읽힐 것이다. 

2018년에 초판 발행 후 올해 2판 5쇄 발행으로 내 곁에 왔다. 

꾸준히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얼룩고양이 캐릭터와 시니컬한 린타로의 티키타카가 볼 만하다. 

강추.


좋은 책은 함께 읽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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